▒ 힙합이란?
힙합을 정의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문화와 음악을 사랑하고 배웠다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힙합을 정의하기 어려워 한다.
그러므로 내 모자란 생각도 다른 필자들과 같이 한다. 지금부터 내가 쓰는 글은 힙합
에 대한 초보 설명서라고 생각해 주기 바란다. 우선 힙합에 대해 알고 넘어 가야 하는
것이 있다. 힙합은 음악의 한 장르가 아닌 하나의 문화이다.
미국사회의 보수성과 인종차별에 시달리던 빈민가 흑인들이 사회에 대한 불만, 저항
을 음악과 춤, 패션등에 반영시켜 형성 되어진 일개의 문화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이점을 우선적으로 이해하고 읽어주길 바란다.
힙합은 1970년대 후반 뉴욕 할렘가에 거주한 흑인과 스페인계 청소년들에 의해 형성
된 새로운 문화 운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힙합을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
진 유일한 문화’라고 평가 하기도 한다. 문화라는 것이 모든걸 나열할 순 없지만..
크게 4대요소(Mcing, Djing, Graffiti, Breakin)로 구분 된다.
비트가 빠른 리듬에 맞춰 자기 생각이나 일상의 삶을 이야기하는 랩(Rap), 전철이나
건축물의 벽면, 교각 등에 에어 스프레이 페인트로 극채색의 거대한 그림 등을 그리는
그래피티(Graffiti), 랩에 맞춰 곡예 같은 춤을 추는 브레이킨(Breakin)등의 3가지 활동
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후 랩의 효과음으로 사용되던 스크래치(LP레코드 판을 손으로 앞뒤로 움직여 나오
는 잡음), 다채로운 음원을 교묘한 믹서 조작으로 재 구성하는 브레이크 믹스 등의 독
특한 음향효과로 주목을 끌었는데 이것을 디제이닝(Djing)이라 말한다.
이 기법은 테크놀로지의 급속한 발전으로 힙합 운동 출신의 '사운드 크리에이터(편곡
자)' 들을 등장시켰고, 이들이 만들어낸 사운드는 1980년대에 미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경향의 하나로 정착하며, 힙합이라 지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1990년대 들어 힙합은 전세계의 신세대들을 중심으로 '힙합스타일'이라하여 세계적으
로 대중화되었고 발전하고 있다. 보다 자유스럽고 즉흥적인 패션, 음악, 댄스, 노래..
나아가 그 의식까지도 지배하는 문화 현상이 되었다.
힙합문화는 이제 더이상 흑인들만의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이 말하는 "저 지역은 힙합이 아니다.", "저건 힙합이 아니지!" 식의 말은
이젠 아무 의미가 없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걸까?
흑인들도 힙합을 하고 백인들도 힙합을 한다. 이건 힙합이고 저건 아니다 식의 말은
통하지 않는다. 힙합을 즐기고 사랑하고 이해한다면 그 무엇이든 힙합이 될 수 있다.
▒ 힙합의 4대 요소
MC는 Mic Checker 또는 Mic Controller의 약자로 말 그대로 관중들 앞에서 랩을 하는
사람을 가르킨다. 그러나 MC는 단순히 랩을 하는 사람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자신이
직접 가사를 쓰고, 그것을 관중들에게 선보이며, 이로써 평가받는 사람을 MC라고 한다.
그래서 유명한 MC인 Rakim은 MC를 "Move the Crowd (관중을 감동시키는 -자-)"라고
하기도 했다. 이 MCing의 요소가 바로 힙합음악에서 가장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
기도 하다. 랩의 초기형태라는 것은 클럽 DJ가 가끔씩 여흥을 돋구는 멘트를 하던 것이
발전, 시(poem)낭 송의 의미로 길거리의 흑인들이 운율을 타고 라임에 맞추어 하던 일
종의 놀이문화였다. 엄청난 가난과 불행의 악순환이라는 인간의 극단적 상황에서 생성
된 위대한 산물로써 랩이 가장 진보 적이고 가장 인간다운 음악형태로 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DJING'이는 랩 음악의 근원이다.
최초의 힙합 DJ는 자메이카 출신의 DJ 쿨 허크 (DJ Cool Herc)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메이카의 사운드 시스템에서 실력을 키웠고 '70년대 초에 뉴욕으로 건너왔다.
음반을 틀 때 곡중 리듬과 비트가 강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틀었으며 그 위에 갖가지 구
호나 은어를 외쳐 최초의 힙합 래퍼로도 인정받고 있다.
(sound system: 자메이카 야외 DJ 파티.앰프와 스피커를 옮기며 주로 레게를 틀었다.)
그러나 노래중에 그가 선호하는 '연주만 나오는 부분(소위 '브레이크')'은 너무 짧았다.
그래서 그는 두 개의 턴 테이블에 같은 음반을 한 장씩 올려놓고 오디오 믹서를 사용하
여 두 개의 음반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그가 원하는 부분만을 계속 이어서 틀었다. 이렇
게 해서 생긴 비트가 '브레이크 비트(breakbeat)'라 알려지게 되었고 이 브레이크 비트
에서 힙 합 음악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후에 영국 DJ들이 이 브레이크 비트를 가속시켜
현재 테크노-댄스계의 정글(jungle)과 드럼 앤 베이스(drum'n'bass) 음악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믹싱 이외의 힙 합 DJ의 또 하나의 필수 기술이 바로 '스크래칭(scratching)'이다.
스크래칭은 턴 테이블 위의 음반을 앞 뒤로 밀고 땡기면서 효과음을 내는 기술이다. 랩
뮤비를 본후 집에 있는 턴테이블로 스크래칭을 시도해 본 독자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기술들을 겨루는 소위 'DJ 대결(DJbattle)'이라는 것도 생겨나게 되었다. 두 명의
DJ가 열광하는 관중들 앞에서 그들의 스크래칭과 믹싱기술을 뽐내는 경기인 셈이다.
(배틀자료를 못 찾겠다면 영화 주스(Juice)를 보기 바란다.)
스크래칭과 믹싱 기술은 그랜드매스터 플래시(Grandmaster Flash)의 'Adventures of
flash on the wheels of steel'이라는 곡에 아주 잘 나타나 있다.
여기서 'Wheels of steel(철로 만든 바퀴)'은 바로 턴테이블을 의미하는 것이다.
DJ 쿨 허크와 그랜드마스터 플래시와 함께 힙합 음악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DJ
들로는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a), 그랜드 위즈 시어도어(Grand Wiz Theod
ore), 재지 제이(Jazzy Jay), 토니 토운(Tony Tone), 허비 러브 벅(Hurby Love Bug)등
특히, 아프리카 밤바타가 소울소닉 포스 (Soulsonic Force)와 함께 만든 'Looking for
the perfect beat'와 'Planet rock' 같은 곡은 사운드 면에서 시대를 앞선 작품이다.
지금 초기 힙합 음악을 들으면 왠지 구성과 사운드가 빈약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아프리
카 밤바타의 곡은 절대로 그렇지가 않다. 1985년 이전에 만든 곡들이지만 오히려 지금
'90년대 말기의 곡들 보다도 앞선 느낌이다.
그리고, 1983년 그는 펑크록 밴드 섹스 피스톨스(Sex Pistols)의 보컬이었던 존 라이돈
(John Lydon)과 함께 'World destruction'을 불러 화제를 일으켰다. 후에 이루어 지게될
록과 랩의 결합을 예견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또한, 전 갱(gang)멤버들로 구성된 유니버설 줄루 네이션(Universal Zulu Nation)
이라는 힙합 단체를 설립해 '평화, 단합, 그리고 진리'를 추구하는데 힘을 썼다.
graffiti는 화려한 뉴욕의 이면으로는 대접받지 못한 자들과 평등치 못한 사회의 불만을
품고 있는 계층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태어났고, 이것
은 뉴욕을 지나 는 train이나 subway로 점차 이전되기 시작했다.
초기 graffiti는 정치적,사회적 발언을 통한 형태로 시작되었으며 Gang들의 영역을 표시
하는데 이용되기도 하였다. 이들이 작업장소로서 subway, train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
작한 것은 ‘태그 전쟁’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급속한 graffiti 팽창시기에서 부터이다.
이 시기에서는 남들과 차별적인 tag가 필요했고, 좀더 주위의 인정을 받음으로 얻어지는
'명예' 가 writer들에게 필요했다. 위험을 무릅쓴 작업을 높은 명예로 여기었고 더욱이
시교통당국(MTA)에 대한 도전 행위 자체가 철길의 위험함, 밤에 몰래 train에 그리는 것
만큼 이들에게는 자극이 되었다.
writer들은 처음부터 본격적인 graffiti를 하는 것이 아니라 tag를 이곳 저곳 남기면서 앞
으로의 작업활동을 공표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다른 writer들은 이러한 새로운 tag를 보
게 되면서 자극을 받게 되고 더 나은 작업으로의 명예를 얻기 위해 주시하게 된다.
B-boy에서의 "B"는 breaking(break dance)를 가르키며, 곧 B-boy는 Break Dance를 전
문적으로 추는 사람을 일컫는다. DJ들은 간혹 음악을 틀다가 break(노래 중간에 비트만
나오는 구간)부분을 계속하여 들려주는데, b-boying은 이 때 이 break에 맞추어 춤을 추
는 것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원래 그 기반은 디스코 댄스이며, 차츰 독자적인 'breakin'
만의 기술 개발로 80년대 그 전성기를 이루었다.
미국에는 'breakin'을 전문으로 하는 댄스팀(Rock Steady Crew)들이 구성되어 있으며
매년 패스티발을 열어 서로의 실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비-보이는 놀이문화로 출발하여
이제는 전세계를 춤추게 만든 월드 와이드 문화로써 흥겨움을 절대 참지 않는 흑인들만
의 자연 스러움이 만들어낸 멋이다. 웬만한 댄서라면 브룩클린에서 가장 오래된 비-보이
그룹 '락스태디 크루'정도는 알고 있을 만큼 뉴욕댄서들의 '작가정신'은 유명하다.
90년대 들어서는 힙합스타일이라고 하여, 보다 자유스럽고 즉흥적인 형태의 춤을 선보이
기도 한다. 위에서 힙합의 대표적인 네가지 요소를 살펴보았지만, 이 외에도 패션이라든
가 언어와 같은 많은 부문이 모두 힙합문화를 구성한다. 그러나 역시 이들 모든 요소를
일축하는 것은 바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DJing과 MCing 모두 힙합 음악을 그 대상으로 하고 B-Boying도 음악을 기초로 할 뿐 아
니라, 패션등도 모두 음악을 기반으로 발전하였다.
▒ 힙합의 특성(Beats & Lyrics)
● Beat(비트)
힙합의 Beat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힙합의 탄생과정을 검토해야한다.
힙합이 DJ들에 의해 생성되었음은 이미 살펴보았다.
즉, DJ들은 자신들이 틀던 음반의 간주부분을 계속 반복하여 틀어주곤 했고 이 때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몇 마디 소리치던 것이 랩으로 발전하였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힙합에 있어서 그 배경음악 또는 비트(beat)는 DJ들이 직접 작곡을
하여 음표를 하나하나 찍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기존곡
들을 창조적으로 재활용하는 과정인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고전적 의미에서의 "샘플링(sampling)"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에
도 거의 대부분의 힙합음악이 그 비트에 있어서 샘플링(sampling)의 기법을 사용
하고 있다. 과거 DJ들이 손으로 음반의 특정부분을 "수동" 샘플 하던 것이 디지털
샘플러의 등장으로 더욱 쉬워지면서 활성화된 것이다.
샘플링은 일종의 전자(디지털)녹음기를 사용하여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음악 또는
소리의 일부를 복사해 쓰는 기법이고, 디지털 샘플러는 특정 소스(source)로부터
소리를 따와서 그것을 재생하거나 반복시킬 수 있는 기계를 가리킨다.
디지털 샘플러의 등장은 DJ들이 손에 의하던 것에 비해 훨씬 나은 음질과 정확성을
가능하게 하였고, 1980년대 중반부터는 랩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즉 음악을 만드는데, 기본적 드럼 비트 정도를 신디사이저나 드럼머신으
로 찍고, 거기에 기존에 있던 곡들의 샘플을 입힘으로서 같이 하나의 트랙을 구성
하는 비트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힙합은 샘플링을 음악창작의 도구로 발전시킨
셈이다.
간혹 우리 나라에서는 샘플링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곡을 샘플한 것을 보
고 표절이라고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날 샘플링은 일반적으로 샘플한 원곡
에 대한 권리를 구입함으로써 금전적 보상을 하고 앨범에 샘플한 원곡 명을 명시적
으로 밝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음악적 창작 수단으로서의 샘플링과 표절은 엄연
히 구분되는 것이다.
초기의 힙합 비트에 있어서 샘플되는 원곡은 보통 funk나 r&b였다.
그러던 것이 Gang Starr나 A Tribe Called Quest와 같이 Jazz를 샘플하는 그룹들
이 생기고, 최근에는 Rock이나 Classic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장르를 구분 없이
샘플 대상으로 삼음으로서 힙합도 그 비트가 무척 다양해지게 되었다.
Puff Daddy나 Wyclef Jean등이 대표적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샘플링에 의해 만들어지는 힙합 비트가 아무런 창조성 없이 원곡을 있는 그
대로 복사해 쓰는 것은 아니다.
"편곡도 예술이다"든지, "샘플링도 창조다"는 주장에서 볼 수 있듯이, 훌륭한 힙합
비트는 샘플한 원곡을 아무런 변형 없이 똑같이 루프(loop) 시키는 것이 아니라(물
론 그러한 비트도 존재한다), 독창적인 재창조 과정을 거쳐 샘플링을 작곡에 버금
가는 원곡에 대한 제2의 창조를 뜻한다.
이러한 능력의 차이에서 DJ Premier는 가장 뛰어난 프로듀서로 인정을 받고 있으
며, Puff Daddy나 Wyclef Jean은 아무런 창조성이 가해지지 않은 원곡의 샘플링으
로 비난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즉, 훌륭한 힙합 비트는 남들이 생각지 못한 소스
(source)를 얼마나 독창적으로 샘플하여 만드는 가에 의해 평가될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흑인음악에서 필수적 요소가 되다시피한 샘플링에 대해 긍정적
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창작을 외면한 체, 귀에 익은 기존 히트곡을
샘플해 인기를 노린다던가, 지나친 샘플에의 의존 등은 앞으로 극복되어야할 점이
라고 본다.
● Lyric(가사)
힙합에 있어서 가사(lyrics)는 어찌 보면 비트(beat)보다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
다고 할 수 있다. MC는 자신이 쓰는 가사로서 실력을 평가받으며 (따라서 다른 작
사가의 가사에 입을 벙긋거리는 자는 MC일 수 없다), 또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직설적이고 자유롭게 랩을 통해 표현 할 수 있다. 힙합 가사는 그 라임
(rhyme)과 메시지(message)로 특징지어진다.
힙합의 가사는 한편의 시(poetry)이다. 때문에 MC는 때로 시인(poet)으로 불리기
도하는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에 필수적인 것이 바로 라임(rhyme)이고,
우리 나라의 "운(韻)"에 해당하는 이 라임이란 요소는 랩에 있어서도 빠질 수 없는
필수적인 것이다. 랩을 하는 것을 rapping, mcing 또는 "rhyming"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MC의 작사실력은 적시 적절하고 절묘한 라임이 사용을 통한
자기 메세지의 전달에 따라 평가된다. 결국 라임이 없는 랩은 랩이 아닌 것이다.
다음으로 힙합의 가사에 있어서 강조되는 것은 그 메세지(message)성이다.
그러나 여기서의 메세지는 어떤 특정 주제의 틀에 한정되지 않는 자유로운 성격의
것이며 이 자유로움이 바로 랩에 있어서 힘의 근원이 된다.
즉 자신의 사상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점에 힙합의 큰
의의가 존재하는 것이다.
혹자는 랩의 평가기준으로 그 "사회저항성"이나 "사회비판성"을 들지만, 이것은
그들이 자주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사랑"의 주제에 메인 가요 가사와 마찬가지로
랩 가사 또한 "사회저항"이라는 올가미에 묶는 잘못된 생각이다.
힙합도 다른 예술 부문과 동일하게, 그것이 속해있는 사회문화전반에 관한 MC의
개인적 인식의 표출이다.
암울한 시대의 가사가 암울한 시대를 실토하고, 사회적 압박이 존재하던 시대에
그 피압 박자들이 현실에 대한 자신들의 저항적 메세지를 가사에 담은 것은 당시
의 시대적 상황에 기인한 랩의 잠정적 특성이었을 뿐이다.
따라서, 힙합의 발전단계상 사회 저항적 특징이 다분하였음은 인정하되, 오늘날
"힙합=사회저항"이라는 공식은 더 이상 타당성을 지니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부정한다면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담는 LL Cool J의 대부분의 곡들, Method
Man의 "All I Need", 2Pac의 "Dear Mama", 부와 명예 이야기로 일관하는 Will
Smith의 "Getting Jiggy With It", JD와 Puff Daddy의 곡들은 랩이 아니라고 해야
하는 모순에 부딪히게 된다.
결국 힙합 가사의 메세지성에서 도출되는 특성은 주제선택의 자유와 주제표현의
자유이며, 이러한 주제의 효과적 표현과 라임이 얼마나 잘 조화되는가에 가사의
뛰어남이 평가될 수있는 것이다.
● 힙합의 본질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힙합의 특성은 크게 보아 샘플링의 창조적 활용에 의한 비
트, 그리고 라임에 맞추어 자신의 사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가사로 대분할 수
있다. 가사와 관련하여 MC의 가사전달(delivery)능력, 즉 정확한 전달, 비트에
맞춘 플로우(flow)등이 함께 평가의 기준으로 작용하나, 기본적으로 힙합음악에
있어서는 비트와 가사가 가장 기본적, 본질적 요소이며, 평가의 주안점이다.
힙합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가사의 내용보다도 귀에 익숙한 멜로디나 비트에
치중하여 듣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랩의 부분적 일면만을 이해하는 잘못된 태도
일 것이다.
▒ 힙합의 분류(음악적)
● 동부랩(East Coast Rap)/서부랩(West Coast Rap)
힙합에 있어서 가장 널리 알려진 구분은 'East Coast'와 'West Coast'의 구분일 것이다.
1997년 'West Coast' 의 Tupac Shakur과 'East Coast' 의 Notorious B.I.G.간의 대립으
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까닭에, '동부'-'서부'의 분류를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갱들간의
싸움 정도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음직 하다.
그러나 음악적으로 East Coast Rap과 West Coast Rap의 차이는 그 시작에서부터 존재
했다. 모든 랩은 크게 동부와 서부로 나누어진다.
물론 세부적으로 보면 남부랩 'Southern Rap'도 있고 중부랩'Midwest, Mideast Rap'도
있겠지만 말이다. 미국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 사고방식, 도시형태등이 동부와 서부를 기
준으로 그 모습을 상당히 달리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음악 스타일을 다르게 하는건 어떻
게 보면 당연하다. 특정 래퍼가 어느 코스트에 속하는 지를 그의 출생지로 따지자는 사람
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의 주 활동무대와 음악적 스타일 그리고 그가 소속되어 있는 조
직이 어디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옳은 방법일 것이다.
아래에서는 'East Coast'와 'West Coast'의 특색과 대표적 래퍼들을 몇 명 들어보겠다.
힙합은 동부, 즉 New York에서 시작되었다.
음악적으로 East Coast의 랩은 비트에 있어서 베이스가 무겁고, 샘플링에 크게 의존한다.
샘플한 루프를 별다른 변화없이 돌리기 때문에, 비트가 단조롭단 생각을 할수도 있다.
동부랩에서는 비트보다도 가사에 더 큰 비중을 두는 편이며, 때문에 랩에 있어서 별다른
기교 없이도 깊은 내용의 가사를 읊는 경우가 많아 처음 듣는 이에겐 지루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East Coast 랩의 특징으로 샤우팅(Shouting)과 거친 목소리 그
리고 랩의 전개가 매우 빠르다는 점을 들기도 하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속도와 샤우팅 같은 특징은 East Coast에서도 몇몇 래퍼들에게만 나타나며 이것이 코스
트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Puff Daddy와 같은 상업적 랩(Commercial Rap)을 추구하는 래퍼들이 동부에서도
많이 나옴에 따라 위와 같은 특징이 다소 무색해지는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을 진정한 East Coast Rap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표적인 래퍼로는 Wu-Tang Clan, Mobb Deep, Nas, Redman, Krs-One, Rakim, EPMD,
GangStarr 등이 있다.
West Coast의 힙합은 동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사보다 비트에 더 신경을 쓴다.
비트가 다소 빠른 경우가 많고 멜로디를 중시하며, P-Funk나 R&B적 요소의 샘플링에 더
크게 의지한다.
전체적으로 파티풍의 분위기가 많고 춤을 추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랩스타일도 리듬을
타는 듯이 하는 경우가 많아 힙합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보다 친숙한 호감을 주기
도 한다. 국내에 소개되는 랩도 대체로 West Coast 스타일인 경우가 많다.
서부랩의 전성기는 N.W.A. 같은 그룹으로 절정을 맞은 갱스터랩(GangsterRap)으로 특징
지어지기 때문에 흔히 갱스터랩을 West Coast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West Coast 랩의 특징을 "부드러운 래핑"으로 들고 있지만, 이 역시 몇몇
가수만을 염두에 둔 이야기이다.
일례로, Ice Cube만 들어보더라도 결코 "부드럽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즉, 부드러운 래핑 스타일은 서부에서도 몇몇 래퍼에게만 국한되는 스타일이고 이것이
코스트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대표적인 West Coast의 래퍼는 Dr.Dre, Snoop Doggy Dog, Ice Cube, Tupac 등이 있다.
90년대 동부와 서부의 음악내외적 대립으로Tupac과 Notorious B.I.G.은 목숨을 잃었다.
그 뒤에 시작된 양 코스트간의 화해의 분위기 그리고 Puff Daddy, Jermaine Dupri의 상업
적 랩의 등장으로 코스트간 음악스타일의 구분이 예전같이 뚜렷하지는 않다.
실제 동부 쪽의 프로듀서가 서부 쪽 래퍼의 곡을 만들어주고, 동부 쪽 래퍼의 앨범에
서부 쪽 래퍼가 같이 참여를 하는 등, 의도적으로 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East와 West
코스트의 경계를 무너뜨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음악외적 측면에서의 폭력으로 치닫는 동 서부간의 대립은 극복의 대상이 될지언
정 음악 내적으로 분명히 존재하는 양 코스트의 구별되는 특징은 없애야 할 부정적 요소가
아님은 물론 좋아하는 음악적 색채에 따른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에 오히려 존속되어 발전
시켜 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른 음악적 취향과 스타일의 반영으로 나타나는 양 코스트간의 특징을 인위적
으로 통합시킬 이득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 갱스터랩(Gangster Rap)/컨셔스랩(Conscious Rap)
한국에서 가장 잘못 알려진 개념이 바로 "갱스터랩"이 아닐까 한다.
언젠가부터 대중매체의 잘못된 지식의 전달로 인해 미국에서 흑인이 하는 랩은 모조리
갱스터랩으로 불리게 되었고, 국내가수들도 너나 할 것없이 모두 갱스터랩을 표방하고
음반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갱스터랩은 힙합에서 특정한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가사의 내용이 자기
갱의 우월성, 갱단 간의 싸움, 다른 갱단 소속원에 대한 비난등으로 구성되고 대부분의
경우 래퍼 자신이 갱단의 멤버이다.
사실 갱스터랩은 Schooly D의 "PSK What Does It Mean?" 경우와 같이 동부에서도
찾을 수 있으나, 갱스터랩의 전성기는 서부의 그룹 N.W.A.가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 L.A.의 Compton지역을 근거지로 N.W.A.와 이 그룹의 멤버들의 앨범은 갱
스터랩의 절정을 이루었으며, 이같은 스타일의 다른 래퍼들을 등장하게 했다.
그래서 보통 갱스터랩이라고 할 때 West Coast의 랩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Conscious Rap은 정확히 말하자면 갱스터랩의 반대개념도 아닐뿐더러 아직 완전하게
정의될 수 있는 장르도 아니다.
이미 오래 전에 생겨서 개념적으로 자리가 잡힌 탓에, 랩의 한 분류 내지 분파로 자리를
굳혔지만, 매우 구분이 애매한 장르인 것이 사실이다.
Conscious Rap이란 말은 어차피 만든 말이다.
이를 단어 그대로 말하자면 뭔가 지각있는 랩, 양식 있는 랩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어떤 사람은 이를 Intelligent Rap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는 "긍정적(positive) 메세지를 담은 랩"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러한 랩의 출현 배경은, 역시 불우했던 흑인사회에 대한 자각과 그것으로부터의 탈피
에의 열망이 그 동기가 된다고 볼 수 있겠으나, 직접적으로는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유
행했던 gangster rap에 대한 anti-gangster적 조류라고 볼 수 있겠다.
즉, gangsterrap들이 폭력적인 삶을 부채질하고, 갱스터를 영웅시하고, 여성을 비하시
키는 내용으로 일괄했던 점, 그리고 그러한 특징이 단지 랩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흑인문화 전반에 나타나 영화, 사회 등이 전반적으로 폭력적으로 변해 가는 점에서 이에
대한 긍정적 돌파구를 찾는 움직임인 것이다.
Conscious Rap을 한다는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KRS-One, A TribeCalled Quest, De La
Soul 등이 있는데, 사실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 Old School/New School
힙합에 있어서 올드스쿨과 뉴스쿨은 그 자체가 의미를 지니거나 장르를 가리키는 개념이
아니라, 랩의 시대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쓰이는 말이다.
즉 아버지 격인 음악을 Old School로 분류하고,이후의 것을 New School이라 한다.
그런데, 올드스쿨과 뉴스쿨을 가르는 기준시점에 대해서는 정확한 구분점을 들기는 어렵
다. 대체로 1980년대 중반을 기준으로 그 전의 랩은 OldSchool로, 그 이후는 New School
로 보기 때문에, 1980년대 중반을 대표하는 Run-DMC의 데뷔앨범 "Run-DMC"를 하나의
참고점으로 삼을 수 있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Old School과 New School이란 말이 어떤 음악적 특색을 기준으
로 구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Old School로 구분되는 시대에 주류를 이루는 음악적 특징이 존재하기는 하나, 그것은 그
시대의 성향에 따른 음악적 취향일 뿐, "Old School 음악" 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Old School/New School은 일반적인 형용사로도 쓰여서 단순히 사람이나 다른 장
르의 음악 등을 수식하는 말로 기능하기도 한다.
● 트립합, 재즈랩, 마이애미, 뉴잭스윙
트립합(Triphop)에서의 trip은 환각제를 복용한 상태에서의 느낌을 가리키는 말이다.
트립합은 힙합의 장르로도, 테크노의 장르로도 분류되는데, 본래적 의미의 힙합과는 상당
히 동떨어진 형태이며 영국에서 창조된 Crossover경향의 음악이다.
트립 합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힙합과 테크노의 융합체라고 할 수 있는데, 힙합 비트를 사
용하며 그 위에 느리고 몽환적인 느낌의 리듬을 입혀서 환각상태에 빠진 느낌을 준다.
보컬은 없거나 매우 자제되고 디제이들이 만드는 실험적 음악의 성격이 강하다.
대표적으로 Tricky, Massive Attack 그리고 DJ Shadow등이 있다.
재즈랩(Jazz Rap)은 역시 확정적 개념이 아니며, Bohemian Rap이라고도 불린다.
보통 R&B 나 Funk 계열의 음악을 샘플링해서 랩의 비트를 만드는 것과는 달리, 그 소스를
Jazz 에 두는 종류의 랩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광범위의 개념이다.
Jazz음악의 샘플링으로는 GangStarr의 'DJ Premier'가 가장 유명하며, 랩보다도 음악적
측면에 중점을 둘 경우 Acid Jazz계열로 분류되기도 한다.
US3나 Digable Planets가 대표적이다.
마이애미 베이스(Miami Bass), 흔히 마이애미라고 불리는 음악은 매우 독특한 랩의 장르
이다. Afrika Bambaataa가 "Planet Rock"에서 소개한 E-Funk(Electro Funk)의 영향을 받
아 만든 이 장르는 신디사이져와 드럼머신으로 만들어진 매우 빠른 비트가 진행되며, 춤을
추기 위한 음악이다. 가사 또한 파티와 남녀관계에 관한 내용이 많다.
대표적인 뮤지션으론 2 Live Crew, 69 Boys, Quad City DJs등이 있다.
엄격히 말해서 뉴잭스윙(New Jack Swing)은 힙합의 장르라기보다는 R&B에 가깝다.
Teddy Riley가 힙합과 R&B, 그리고 Go-Go등의 장르를 합쳐서 만들어낸 음악형태로 여자
로 구성된 멤버의 경우 뉴질스윙(New Jill Swing)이라고도 부른다.
그룹 Guy와 Blackstreet이 대표적이며, 랩그룹으로는 Wreckx-N-Effect가 있다.
● 프리스타일(Freestyle)
힙합에서의 freestyle 또는 freestyle rap이란 말 그대로 형식이 없이 자유로운 랩을 가리
킨다. 정해져 있는 패턴이 없이 자기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마음것 랩으로 표현하는 것을
freestyling 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공연 중에 프리스타일을 한다고 하면, 미리 써놓은 가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
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운(rhyme)에 맞게 즉석에서 랩으로 만드는걸 가리키나, 사실 절
대 무의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프리스타일 랩을 하는 경우는 적고, 대부분 평소 써놓고
외워 두었던 랩구절들을 상황에 맞게 즉흥적으로 조합하고 즉석에서 만든 새로운 가사를
덧붙여 랩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프리스타일을 가장 수준이 높은 랩의 형태로 보아, 얼마나 프리스타일을
훌륭히 소화하나에 따라 래퍼의 실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Krs-One은 "단지 1절이라도 네가 쓴 라임을 관중들 앞에서 말했을 때, 그것이 테잎이나
비디오나 잡지등의 매체에 기록된 적이 없고 관중들도 그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그게
프리스타일이다"라고 정의했다.
가장 중요한건.. 자신이 얼마나 힙합을 느끼고 받아들이고, 표현할수있는가...?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