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 현규 지나 대사 써주세요

지나: 되게 오랜만이다 여기.

현규: 그땐 엄청 넓어 보였는데.

지나: 그만큼 우리가 큰 거겠지. 저번에 내가 아는 애가 아프다고 했던 거 기억나?

현규: 응.

지나: 교모세포종이야. 죽을 수도 있다더라. 난 걔가 그렇게 될 줄 몰랐어. 걔가 내 옆에서 사라지는 거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러니까 얼마나 바보 같아 내가. 근데 어제 걔가 결혼을 하고 싶다고 울더라. 펑펑 울면서. 되게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

현규: 무슨 생각?

지나: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하면 난 뭘 할까? 나도 저렇게 사랑을 하려면.

현규: 너 처음 봤을 때 말이야. 진짜 귀여웠어. 복도에서 눈 마주쳤을 때, 나 쳐다보는 네 눈에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다 쓰여있어서 그게 그대로 읽혀서 그게 너무 좋았어. 네 눈이 너무 솔직해서. 근데 그거 알아? 넌 지금도 그래. 네 눈은 아직도 너무 솔직해. 나랑은 너무 다르게. 그때 수능 떡 먹고 체해서 아침부터 병원에 실려가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 잘 됐다. 네 앞에서 호기롭게 같이 대학 가자, 같이 인서울 하자 그랬는데 알잖아 나 솔직히 실력 안되는 거. 근데 네 앞에서 그런 말 하기 싫었어. 너무 쪽팔려서, 네가 너무 좋아서, 네 앞에선 늘 멋있고 싶어서. 무작정 유학 가서는 내가 네 연락 피했지? 그래놓곤 SNS에서 맨날 뭐 그럴싸한 사진만 올리고. 나 사실 매일 자기 전에 울었어. 말도 안 통하고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훈련에서 뒤처지고 진짜 엉망진창이었거든. 매일 집에 가고 싶었어. 매일 네가 보고 싶었어. 근데 네 목소리 들으면 울 것 같더라. 그걸 네가 알아챌 거 같더라. 그래서 피했어. 근데 그렇게 해놓고 또 돌아와버렸어. 그렇게까지 해놓고 돌아와버렸다는 게 너무 창피해서 그래서 연락을 못했어.

지나: 왜?

현규: 난 너한테 나쁜 놈인 게 낫지 한심한 놈이고 싶지 않았거든. 근데 그게 진짜 한심한 거지. 내가 그렇게 애였어. 그렇게 덜 큰 놈이었어. 미안해.

지나: 말을 하지. 말을 하지 그랬어.

현규: 이 운동장 내 눈엔 아직도 넓어 보인다. 나 하나도 안 컸나 봐.

지나: 현규야.

현규: 네가 만나자고 한 거 아니고 내가 만나자고 했으니까 아직 한 번 남은 거다? 그 한 번은 네가 정말 만나고 싶을 때 그때 만나자. 정말 내가 보고 싶을 때. 억지로 만나지 말고. 구걸 안 할게. 마지막으로 졸업 기념 악수.

지나: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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