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건 아몬 승.
케리건도 이래저래 개고생 좀 했습니다만. 아몬의 경우에는 뜻하지 않게 강제로 젤나가로 승천한 케이스입니다.
자신이 알던 모든 것들과 강제로 분리되고, 강제로 승천한 것도 억울해죽겠는데 다른 젤나가들이 자신에게 젤나가들의 규율을 강요하고.. 결국 머리 끝까지 화가 나 반란 계획을 짜서 프로토스를 오염시키고 저그를 타락시키고.. 그 와중 다른 젤나가들에게 걸려서 대판 싸우다가 하마터면 정신체까지 완전 죽을 뻔 하다가 부하 나루드의 하드캐리로 겨우 되살아났죠.
아몬이 젤나가가 되기 이전의 행적에 대해선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만 작중에서 프로토스와 저그로 대표되는 조건을 갖출 수 있을 정도의 강함을 갖기 위해선 젤나가가 되기 이전에도 엄청 고생했을 겁니다. 원래 강한 힘은 이리저리 휘둘리기 쉽거든요.
케리건이 그랬듯 아몬 역시 적잖이 휘둘렸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케리건은 젤나가의 의무를 순순히 받아들인 반면 아몬은 뜻하지 않게 강제로 승천당했으니 케리건보다 더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생했을 것이라 봅니다.
2. 이건 케리건 근소 우위.
멩스크는 케리건에 묻히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스타크래프트 네임드 인물답게 디지게 고생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테란 연합에서 가족들만 몰살시키지 않았어도 물론 이미 그 전에도 싹수가 노랗긴 했습니다만 별 일이 없었거든 네임드 광산 시굴자 정도로 남았을 사람이었습니다마는 연합이 유령 보내서 자기 일가족 다 쓸어버린 걸 계기로 완전 흑화...
군단의 심장에서 최후를 맞이할 때까지 반란군 사령관으로서 연방에 저항하고, 겨우 테란 황제가 되었나 싶었더니 지구집정연합에서 찾아와 하마터면 사형당할 뻔 했고, 겨우 피했더니 자기가 저그 소굴에 던져놓은 케리건과 연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고 기껏 코랄 수복했더니 뒤통수 쳐맞고. 남은 여력 죄다 박박 긁어다가 오메가 전투 때 꼬라박았더니 폐품 함대는 박살...
그러고도 자치령을 4년 만에 복구시켜 테란 최강 세력으로 만들고 군단의 심장에서 끝까지 케리건을 물고 늘어지면서 괴롭히고... 육체적인 고생은 비교적 덜한 편입니다만 정신적인 고생은 멩스크도 케리건 못지 않습니다. 멩스크가 죽을 때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멩스크는 저때 작중 나이로 고작 해봐야 40대 중반이었는데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으면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렸죠.
26세기의 과학 기술력으로도 저렇게 되어버릴 정도면 얼마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했을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다곤 해도 어릴 때부터 타고난 힘 때문에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케리건보다야...
3. 케리건 vs 아르타니스 : 브루드워까지는 케리건. 브루드워 이후부터는 아르타니스.
브루드워까지의 행적을 비교해보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아등바등 노력하던 케리건이 더 고생했습니다만. 브루드워가 끝나고 케리건이 진정한 저그의 여왕으로 거듭난 시점에서부터는 자신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야 할 일이 거의 사라지면서 실질적으로는 아르타니스가 더 개고생했다고 봐야합니다.
이는 프로토스 분파인 칼라이와 네라짐의 오랜 묵은 감정의 대립으로부터 촉발된 것인데. 오리지날과 브루드워를 거치면서 알다리스와 라자갈은 케리건에 의해 사살당한 거나 다름 없고 피닉스 또한 케리건에게 뒤통수 맞고 사망. 제라툴은 자신의 대모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샤쿠라스 밖으로 도망치듯 떠나버린 상황에서 결국 남은 건 아르타니스 본인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 외에도 신관직을 대리할 만한 사람은 많았습니다.
오리가 부족의 우룬이 있었지만 네라짐에 대한 감정은 둘째치고 너무 과격한 칼라이 프로토스고,
알다리스의 뒤를 이은 아라 부족의 나하안은 네라짐을 혐오하다 못해 증오하는 이.
쉬락과 퓨리낙스의 제크라스, 타브레누스는 아예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제라툴 대리로서 암흑 정무관을 맡은 네라짐 대표 모한다르는 당최 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이.
그렇다고 셀렌디스에게 가자니 셀렌디스는 너무 경험이 일천합니다(참고로 셀렌디스는 아르타니스 보다 40살이나 어립니다).
결국 이 중에서 대표로 선택될만한 이는 나이가 어리긴 해도 경험이 풍부하고 네라짐에 대한 편견이나 증오가 없는 아르타니스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르타니스는 신관회의 수장이 된 이후 4년 내내 아이어 탈환은 둘째치고 칼라이와 네라짐 간의 반목을 막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도 아니었죠.
그러다가 군단의 심장 시점에서 어찌저찌 칼라이와 네라짐의 연합 함대인 우주 최강의 함대인 황금함대를 완성. 코랄이 함락된 후 케리건이 사라진 틈을 타 아이어 탈환전을 결의하지만 그 직전에 네라짐에서 기어이 반란이 터져버려 당시 네라짐 대표였던 모한다르가 사망하는 사태까지 발생합니다.
프로토스 연합 정치기구인 신관회마저 와해될 위기에 처했으나 라자갈의 뒤를 이은 네라짐 대모 보라준과의 합의로 일단 봉합은 성공했고 아이어 탈환전에 나섰습니다. 이 상황에서 제라툴이 모습을 드러내 아이어 침공을 당장 멈추라 했으나 아르타니스는 이미 여기까지 와버렸고 칼달리스를 비롯한 선봉 부대가 거점 확보를 위해 혈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다시 뱃머리를 돌릴수도 없었습니다. 저들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들 수는 없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저 시점에서 샤쿠라스로 통하는 아이어의 차원 관문이 열려버렸던 탓에 수십억 저그와 혼종 무리에게 침공당하고 있던 네라짐 프로토스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만약 아르타니스가 제라툴의 말을 따라 그대로 샤쿠라스로 귀환했다면 그 시점에서 아몬의 계략이 발동되어 칼라이 프로토스 전체가 오염된 상태로 네라짐을 향한 황금함대의 공격이 이어졌다면 저그만으로도 버티기 어려웠던 네라짐은 그대로 밀려버려 소멸... 예. 그럼 우주 멸망 엔딩입니다. 결과론이긴 합니다만 이건 아르타니스가 잘 선택한 거죠.
또한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적어도 30~40살은 많을 제라툴에게 지시한 건 애초에 프로토스 사회가 계급 사회에 가까운 사회라는 것에 있습니다. 나이를 몇을 먹건 간에 계급이 우위라면 반말을 까도 됩니다. 아르타니스는 프로토스의 연합 정치기구 신관회의 수장이고 제라툴은 고작 네라짐 대표인 암흑 정무관에 지나지 않습니다. 계급상으로보면 반말을 까도 전혀 이상하지 않긴 합니다. 아르타니스와 제라툴은 여러 차례 교류를 하며 칼라이니 네라짐이니를 떠나서 서로를 인정한 사이였으니 서로 하대를 하는 것 정도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겁니다. 외계인에게 인간의 잣대를 들이밀어선 안됩니다.
그리고 아르타니스가 제라툴을 코랄에 보낸 건 당시 프로토스가 자치령과 관련된 최신 정보를 수집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냥 코랄에 레이너가 있으니까 제라툴을 보면 굳이 교전할 것도 없이 알아서 내주겠거니 하고 보내려 한 거겠죠. 알았다면 함대 일부를 딸려서 보냈을 겁니다.
또한 카락스를 쪼아댄 건 문자 그대로 아몬에 의해 오염되고 타락한 이들에 의해 탱킹을 서고 있던 자치령이 언제까지고 버틸 수 없다는 걸 아니 마음이 급해 그랬을 뿐 이 이상의 뭔가가 있는 건 아닐 겁니다.
아르타니스도 프로토스의 기술로 젤나가의 기술로 만든 중추석을 해석하기란 어렵다는 것 정도야 아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1도 모른 채 갈구는 건 아닐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외계인에게 인간의 잣대를 들이밀어선 안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