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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ASH_BANNER -->처음 아기를 가진 것을 확인하고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흐른 것 같지 않은데, 뱃속의 아기가 벌써 7개월이 되었다. 이제는 배가 제법 나와서 누가 보더라도 임산부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나는 아기를 가지고도 입덧을 거의 하지 않았다. 텔레비전에서 보면 입덧으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남편이 이것저것 사러 다니곤 하던데, 우리 남편은 다른 사람들과는 반대로 내가 너무 잘 먹어서 이것저것 사러 다닐 정도였다.
그래도 지난달까지는 옷으로 배가 감추어져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임산부인지 아닌지 조심스러워하며 물어봤는데, 이젠 옷으로도 배가 감추어지지 않는다. 점점 넉넉한 원피스가 편안해지는 걸 보면 배가 많이 나오긴 나왔다. 그래서 요즘은 '몇월에 아기 낳아요?' 혹은 '딸이래요, 아들이래요?'하고 묻는 손님들이 더 많다.
며칠 전에 나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며 지하철을 탔다. 저녁 9시에 일이 끝나서 가는데도 지하철 안은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물론 러시아워처럼 콩나물시루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2호선으로 갈아타고 한참을 가다가 좀 여유있는 자리로 옮겨 서 있는데, 앞에 앉아 있던 아가씨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거다. 난 그 아가씨가 내릴 때가 되었나보다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아가씨는 나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난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늘 내가 자리를 양보하다가 양보를 받는 입장이 되니 기분이 이상했다. 더구나 양보를 받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지 않은가. 나도 예전엔 임산부를 보면 자리를 많이 양보하곤 했는데, 이젠 나도 양보를 받을 만큼 배가 나온 모양이다. 앞으로는 양보를 받더라도 당황하지 말아야겠다며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니 남편도 막 웃는다. 그러면서도 뱃속의 아기가 많이 자랐다는 것에 대해 기분 좋아하는 눈치다.
아기를 갖고 나니 이 땅의 모든 부모님들이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든다. 뱃속에 열달동안 아기를 잘 키워서 건강하게 순산하는 것 만으로도 큰 축복이라는 생각도 든다. 처음 아기를 가졌을 때는 이것저것 계획했던 태교도 많은데, 일을 하다보니 그것들을 지키는 것도 쉽지가 않다. 지금은 그저 자연분만으로 건강하고 튼튼하게 아기가 태어나길 바랄 뿐이다. 태동을 느끼기 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처음 태동을 느끼고 아기가 뱃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 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것 같다.
우리는 벌써 아기 이름을 '김여름'이라고 지어 놓았다. 한글이름인데, 좋은 뜻도 많고 여자든 남자든 부르기도 편하고 해서 지금도 '여름아'하고 늘 아기에게 이름을 불러준다. 실은 성별이 궁금해서 담당 의사선생님께 물어봤는데 알려주질 않으신다. 처음엔 너무 궁금해서(주위에서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대체 왜 안 알려주시나 서운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 기대가 된다. 성별이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고 말이다.
삼복더위에 아기를 낳을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겁이 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아기를 빨리 보고싶다는 그리움이 더 큰 것 같다. 얼른 아기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