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가장 이상적인 것은 실제로 많이 써보면서 개념을 이해하는 것입니다만, 시간이 한가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럴 순 없겠지요. 저 같은 경우엔 대회 출전경험은 있지만 수상한 적은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 면으로는 질문자님보다 실력이 떨어질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만큼 1년 동안 많이 썼습니다. 쓰다 보니까 소설을 어떻게 쓰는지 감이 잡히더라구요. 이론적으로 가르쳐주는 것보다 경험이 더 확실하긴 합니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는 없겠죠? 하하..
묘사의 정의와 시점.
우선 묘사의 역할부터 알아볼까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소설에서 묘사는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역할을 차지합니다. 소설이란 '허구적인 세상' 이에요. 없는 세상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만들어낸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생생하게 '묘사' 할 필요가 있겠죠?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뭐든지 정확하게 모르면 그걸 다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묘사는 암시와 연결의 역할도 합니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기 직전이다, 하면 소설에는 어김없이 먹구름 낀 하늘이라든지 불안하게 흔들리는 바깥 풍경 등이 등장합니다. 이때 작가는 객관적인 묘사를 하지 않습니다. '그 사건' 의 주요 감정이 깃든 묘사, 그러니까 감정적인... 묘사를 씁니다. 두번째로, 소설에 등장한 소도구와 연결되어 독자에게 그것을 인식시키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으.. 말이 어렵네요.
1인칭 시점에서는 보통 주인공의 내면, 심리묘사가 탁월하다고 하지요. 그리고 묘사하기가 가장 쉬운 것도 1인칭 시점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나' 가 보는 것만 묘사하면 되거든요. 묘사의 시점이라... 말이 좀 어렵습니다만, 일단 묘사를 할 때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아니라면 따로 말씀해주세요.
그건 시점마다 다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1인칭에서는 '나' 의 눈에 보이는 것만 묘사하면 됩니다. 관찰자 시점에서는 상황 속에 있는 주인공과 그 근처를 묘사하구요, 그러니까 쉽게 말해 1인칭은 주인공이든 관찰자든 '나' 가 보이는 것을 그려내면 됩니다. 3인칭은 세상 전체를 내려다보니까 좀 더 포괄적인 시선으로 묘사를 해야겠지요? 황순원의 '소나기' 를 읽어보시면 됩니다. 소녀와 소년이 강을 건널 때부터 묘사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묘사에서 사용되는 문장입니다. 묘사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자연물을 묘사하는 배경묘사, 심리를 표현하는 심리묘사, 사건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사건묘사 등. 이 중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되는 것이 첫번째와 두번째가 되겠죠? 우선 첫번째 배경묘사에서는 묘사를 할 때 문장에 수식언이 많이 달리게 됩니다. 형용사나 부사나 관형사 같은 꾸며주는 말 (아름다운, 예쁜, 빛나는, 등등) 을 써야 하기에 잘못하면 문장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뚱뚱해집니다. 수식을 많이 한다고 좋은 묘사가 아닙니다. 단 몇 줄의 묘사만으로도 이미지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진정한 묘사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심리묘사. 횡설수설하게 되시는 원인이 이곳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주인공의 심리는 되도록 숨기는 편이 좋습니다. 너무 다 드러내버리면 독자가 재미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각 단락에서 심리묘사가 5줄 이상 등장하면 그때부터 지루함이 느껴지는 것 같더라구요. 이건 물론 제 생각입니다.
묘사를 할 때, 먼저 하나의 장소를 머릿속으로 정하세요. 그런 다음 시선을 처음에서 끝까지 끌고 갑니다. 쉽게 말해서 벛꽃이 핀 거리를 걷는다, 그 거리의 시작부터 벛꽃나무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상상 속의 거리를 걸어갑니다. 그런 다음 차차 묘사를 하는 거예요. 그 길에는 뭐가 있지? 우선 흰빛의 아름다운 벛꽃. 눈처럼 떨어진다. 그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 그 거리를 걷는 다정한 연인, 가끔씩 벛꽃들을 맞으며 지나가는 차들, 뭐 등등. 이 사이에서 사건이 등장합니다. 보통 묘사는 소설의 첫머리에 도입하는 경우가 많고 폭풍적인 감정이 휘몰아친 뒤 여운을 남기게끔 끝을 낼 때 한두 줄의 묘사를 넣습니다.
작가시점이 설명하듯 딱딱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주로 1인칭 시점만 사용해서 잘은 모르지만 '나' 를 대명사나 명사로 치환하면 그게 작가시점이 아닐까요? 물론 그 특유의 장점이나 특징 같은 것이 그렇지만.. 죄송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을 드리기가 힘드네요. ㅠ
묘사뿐만 아니라 한 장면을 만들어낼 때도 시간의 흐름을 따라 한번 들어가보시면 됩니다. 처음에 어떤 사람들이 등장하지? 그들이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그 뒤로는 이러이러한 배경이 있지. 그런데 그들 중 한 사람이 어디론가 뛰쳐가. 왜? 그런데 한 여자가 나머지 남자에게 다가오네. 비명소리 같은 것이 들려. 여자는 결국 울면서 뛰쳐가. 문득 그들 뒤로 펼쳐지는 황혼이 슬프게 느껴져. 이쯤... 될까나; 급조하느로 비루먹은 점은 양해해주세요;
횡설수설하긴 했는데 (...) 더 필요하신 점이 있으시면 제게 메일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번 주말에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평일에는 인터넷을 사용하기가 힘들어서... ^^;
도움 되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