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술
이탈리아의 예술과 학술의 특징은 라틴정신인 리얼리즘을 기조로 하여 가톨릭교의 영향을 받아 발전하였다. 자치도시사회에서 통일국가 형성에 이르는 역사적 변천을 배경으로 하면서 문예의 지방분산주의적 전통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스도교는 노예제의 속박을 타파할 것을 목적으로 하면서 오히려 교황권의 확립을 도모하였다. 교회가 스스로 영주(領主)가 되면서부터 봉건제가 더욱 강하게 뿌리를 내렸다.
외국과의 전쟁이 끊임없던 11∼13세기경 특히 북부 이탈리아의 각 도시는 성벽을 쌓아 외적을 방어하였으며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사법·군사 그 밖의 제도를 자체적으로 갖추고 정부를 수립하였다. 이것이 자치도시 ‘코무네’로서 중세에서 르네상스기에 걸쳐 북부 이탈리아·중부 이탈리아·남부 이탈리아와 가톨릭교 총본산인 로마 등을 중심으로 해서 독특한 발전을 하였다. 코무네의 성립은 한편으로는 외국세력의 지배로부터 독립하는 실마리가 되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조상의 유산을 전승하여 문학적 기초를 구축하였다. 그러나 코무네의 발달은 지방분산성을 육성하는 결과가 되기도 하였다.
르네상스기(期)에 나타난 지방색을 지금의 건축양식에서 찾으면 3개의 특색이 있다. 토스카나를 중심으로 해서 로마·중부 이탈리아 지방에는 간소·고귀·순수를 과시하는 피렌체파(派)와, 밀라노·파비아·브레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북서부 지방에는 환상·광장(廣壯)·장식을 자유롭게 도입한 롬바르디아파 그리고 베네치아·라벤나·베로나를 포함하는 북동부 지방에는 고대적 요소와 동방적 요소를 조화시켜 회화적(繪畵的) 효과를 나타낸 베네치아파 등이 그것이다.
그림에서는 피렌체를 중심으로 하는 중부 이탈리아에서 보티첼리·리피·시뇨렐리가 나타나 피렌체파의 전통에 나타난 사실적(寫實的) 경향과 정열적(情熱的) 경향과의 결합을 시도하여 이상주의적인 미(美)를 추구하였다. 그리고 르네상스를 상징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의 3대 화가를 배출하였다. 한편 베네치아는 베네치아파의 거장인 티치아노, 틴토레토, 베로네세 등이 나와 색채의 풍만, 구도의 복잡 등 피렌체파와 전혀 다른 특징을 발휘하였다.
문학으로는 단테에 이어 시인이자 인문학자인 페트라르카가 나타났다. 16세기는 이탈리아 문학의 황금시대로 문학작품은 다방면으로 특히 시(詩)에서 그 우수성이 나타났다. 이것은 15세기 후반의 정치가이자 시인인 메디치가의 로렌초가 스스로 학예를 보호한 것에 힘입은 바 크다. 그리고 이 기간에 풀치, 보이아르도, 아리오스토, 타소 등과 같은 시인을 배출한 외에 그리스 신화에서 더 활로를 찾을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던 종교극(宗敎劇)을 해방하고 희비극(喜悲劇)·전원극(田園劇), 나아가 가극(歌劇)으로 발전하는 연극의 길을 연 서정시(敍情詩) 극작가인 폴리치아노를 배출하였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갈릴레이가 나와 자연과학의 발전에 공헌한 외에 브루노, 캄파 넬라는 자연과학적·형이상학적인 철학체계를 세웠다. 한편, 교회의 세력이 강대함을 과시하고 있을 때 마키아벨리는 국가가 형식적으로 교회에 종속하는 것에 반대하고 국가와 교회의 정치적·도덕적 권력의 문제를 제기하여 국민적 자각을 일깨웠다.
16∼17세기는 이탈리아의 타락, 굴욕의 시대였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가장 쇠약한 17세기에도 이탈리아는 바로크 예술의 독창성을 과시하였으며 회화에 카라바조, 조각·건축에 베르니니 등을 배출하였다. 음악에서도 놀랄 만한 발달을 보여, 가극발흥운동(歌劇發興運動)은 17~18세기에 걸쳐서 나폴리에서 정수를 열었다. 나폴리에서는 벨칸토 창법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발굴했다.
18세기에 들어서 사상계에서는 근대 철학의 스승이라고 하는 비코가 나타났다. 문학에서는 파리니가 국민도덕의 진흥과 사회개량을 목적으로 시작(詩作)을 하였으며 알피에리는 애국주의의 비극을, 몬티, 포스콜로도 애국적 감정을 노래하였다. 만초니는 17세기 에스파냐가 지배한 롬바르디아 지방을 배경으로 봉건제도의 학정(虐政)에 시달리는 서민의 모습을 엄밀·정확한 사실(史實)에 입각하여 묘사하였으며, 외국 위정자(爲政者)의 횡포를 국민의식에 호소한 《약혼자》를 저술하였다. 그리고 레조날리즘 때문에 민족적 단결이 저지당하여 비참한 노예시대를 되풀이한 이탈리아는 해방통일운동으로서 소위 국가재흥혁명(國家再興革命)을 완수하여 근대국가로서의 이탈리아가 성립되었다.
문학에서는 국가재흥 이전에는 애국주의를 고취한 정치적 문학이 가장 융성하였지만, 그 후 애국문학의 유행은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또 만초니의 로맨티시즘 문학의 영향을 받아서 대두한 프라티, 프라가에서 볼 수 있는 제2의 로맨티시즘은 카르두치, 파스콜리의 신고전주의(新古典主義)로 바뀌었다. 철학에서는 비코의 사상이 19세기에서 이탈리아 최대의 문예비평가 데상크티스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헤겔의 흐름을 참작한 크로체의 관념적 리베라리즘과 젠틸레의 이상주의로 발전했다.
음악에서는 로시니, 도니체티에 이어 베르디, 푸치니가 가극에서 세계를 압도하고, 미술에서는 프랑스 화단의 영향을 받아 반(反)아카데미즘의 경향을 보였다. 또, 다시 나폴리·피렌체·밀라노·베네치아의 각지에서 지방적 특색을 발휘한다. 특히 마키아파의 시뇨리니는 색채와 광선의 감각을 훌륭하게 다루어서 토스카나 지방 풍경의 특색을 그렸으며 에밀리아파의 폰다네지는 알프스 산록의 자연을 서정적으로, 또 세간티니는 알프스의 인상적 풍경을 색채분리법에 의한 회화기법으로 그리는 데 성공하였다.
문예의 지방주의는 20세기로 들어서면서 다시 문학운동으로 나타났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수년 전부터 파시스트 정권 수립 직후까지 활발하게 전개된 보체·론다 양파(兩派)의 논쟁이 그것이다. 론다파가 지방적 색채가 짙은 전통주의를 표명한 것에 대하여 보체파는 전통주의를 압도하는 문화적 혁신과 근대성을 강조하였다. 이 운동은 그 후 지방주의파와 도회주의파로 나누어졌지만 파시스트 정부의 문화정책과 상반되었기 때문에 중단되었다. 파시즘의 붕괴 후에 나타난 경향은 사회적 리얼리즘이라는 것으로, 도시 또는 직접 전쟁의 피해를 받은 지방, 혹은 문화적으로 뒤진 남부 이탈리아의 농촌 등을 무대로 이탈리아가 현실에 직면하고 있는 사회문제를 다룬 것이 많다.
2) 문화
학술연구의 최고학부로서의 대학은 유럽에서도 이탈리아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선 볼로냐에 법과대학이 설립되고, 나폴리와 로마 기타 다른 도시에서도 똑같은 성질의 대학이 설립되었다. 현재 북부의 토리노·트리에스테에서 남부의 팔레르모·카타니아·사르데냐의 칼리아리에 이르는 각 주요도시에 30개의 국립대학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들 대학은 각각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볼로냐대학은 법·문학, 로마대학은 정치·경제·자연과학·문학, 피렌체대학은 문학·경제학, 토리노·밀라노대학은 이학·공학·경제학, 파도바대학은 의학에 전통이 있다. 그 밖에 아카데미로서 피렌체의 크루스카, 로마의 린체이를 필두로 고고학 미술사 국립연구소(로마)가 있으며 음악에는 산타체치리아(로마) 등이 있는데 각각 이탈리아의 학예 센터로서 유명하다. 또 전후 이탈리아에서는 각종 국제학술회의가 계속해서 개최되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가장 활발하게 행해지고 있는 문화활동의 하나로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많은 이탈리아 문화강좌의 개설을 들 수 있다. 로마의 단테 협회, 페루자의 외국인 대학을 필두로 피렌체·시에나·피사·베네치아 등의 각 대학에 특설되어 있는 문화강좌에서는 문학·미술·음악·정치·경제·역사 등의 각 과목에 걸쳐서 각계 일류의 교수·전문가가 각각 담당하여 외국인 유학생 또는 에게 이탈리아 문화에 대한 애착과 인식을 깊게 하는 데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학술·예술 기타의 연구회·전람회·콩쿠르 등이 각 지방마다 열린다. 대표적인 것이 피렌체에서 세계 각국의 일류학자를 모아서 개최하는 ‘르네상스 문화’의 연구발표회이며 그 밖에 단테 강연회도 열리고 있다. 베네치아의 비엔날레 국제현대미술전(6∼10월), 국제영화제(8∼9월), 나폴리의 피에디그로타 가요제(9월) 등도 있다.
이탈리아는 문화 예술과 수많은 기념물들로 잘 알려져 있다. 피사의 사탑과 로마의 콜로세움 등의 역사적 건축물과 이탈리아 음식(피자, 파스타 등), 포도주, 생활 양식, 우아함, 디자인, 영화, 연극, 문학, 시, 미술, 음악(특히 오페라), 관광 등은 이탈리아를 세계적 문화국가로 만들었다.
유럽의 르네상스 시대는 14세기와 15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다. 페트라르카, 토르콰토 타소, 루도비코 아리오스토의 시와 조반니 보카치오, 니콜로 마키아벨리,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의 산문은 서양 문화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 산티, 산드로 보티첼리, 프라 안젤리코, 미켈란젤로 등의 거장들을 배출한 회화와 조각, 건축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현대 미술가로는 조각가 톰마소 제라치가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몬테베르디, 팔레스트리나 , 비발디 등은 한 시대를 풍미했고 19세기에는 조아키노 로시니, 주세페 베르디, 자코모 푸치니 등의 작곡가들에 의해 이탈리아의 낭만주의 오페라가 전성기를 구가했다. 현대의 이탈리아 미술가들과 작가, 영화 감독, 건축가, 작곡가, 디자이너 등도 오늘날 서양 문화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스포츠 종목은 단연 축구로 이탈리아인들의 축구에 대한 광적인 열정은 잘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는 1934년, 1938년, 1982년, 그리고 최근의 2006년 네 차례에 걸쳐 FIFA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