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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몸에 붙는 땀방울들
걷힐길이 없구나 없어
하루하루 더워지는 여름놈들
걷힐길이 없구나 없어
뜨거운 땡볕에 묻어 내몸을 태우고 싶구나
뜨거운 여름을 만나 내몸을 태우고 싶구나
끝날꺼 같으면서도 안 끝나는 여름길..
훈남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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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남이 되기까지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겠구나
훈남이 되기까지 피나는 칼이 필요하겠구나
왜 잘생겨야 할까? 왜 멋있어야 할까?
훈남이 되면 여자가 붙기 때문이겠구나
훈남이 되면 인생이 편하기 때문이겠구나
왜 그래야만 하나? 왜 행복해야 하나?
훈남이 되기까지 고생했기 때문이겠구나
훈남이 되기까지 힘들기 때문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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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통화
─만남.
˝에이씨…. 왜 이 놈의 쓰레기는 줄지가 않아? 1층부터 다 돌았는데 또 있잖아.˝
무척이나 큰 빌딩 안 12층 계단 중간에 털썩 주저앉아있는 어떤 여자는 굉장히 짜증나는 목소리로 푸념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어중간한 길이의 머리를 질끈 묶고, 짙은 녹색빛의 두건과 작업복으로 무장한 꽤나 젋어보이는 이 여자의 직업은 청소부다. 기껏해야 2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그녀는 아무리 돈이 궁해도 절대 술집같은 곳에서 일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1년 전부터 계속해서 청소부 일을 하고 있다.
˝젠장, 백날천날 청소해도 돌아오는 건 쥐꼬리도 안되는 월급인데. 다른 직장은 구해지지도 않고.˝
요즘같은 불황엔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던 그녀였다. 이곳에도 저곳에도 힘이 닿는대로 계속해서 면접을 보았지만 다 되지않았고, 당장 먹고살기가 급급해 얼떨결에 청소부로 취업해 버린 것이었다. 젋은 나이에 이런곳에서 일하기란 명동 한복판에서 발가벗고 춤 추는것 같이 부끄럽고 창피하다 생각했지만 어쩌겠는가? 이곳이 아니면 내일 생계부터 걱정되는 상황이니.
한참을 계단에 앉아 정신을 놓고있던 그녀는 문득 어머니가 보고싶었다. 이미 돌아가셨…지만, 오늘처럼 기분이 좋지않고 힘든 날에는 너무나도 보고싶은 마음이 사무쳤다. 그녀는 항상 이럴때면 어머니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눌러보곤 했다. 비록 연결도 되지않고 이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라는 어느 여자의 목소리만 흘러나오지만 무언가 항상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
- 띠─...
여전히 일번으로 저장된 어머니의 번호를 누르고 난 다음 통화 버튼을 누르려는데, 문득 화상통화 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연결 되지 않을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무언가에 이끌려 그 버튼을 눌렀다. 이러는 자신이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을 하며 휴대폰의 액정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지지직, 소리가 나며 액정화면이 자꾸 변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갑자기 왜이러지?˝
당황한 그녀는 이리저리 휴대폰을 흔들어 보았지만 휴대폰은 계속 지지직, 소리를 내며 도통 정상이 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 2분 쯤 그랬을까, 갑자기 ˝어어,˝하는 약간 굵은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액정에 무언가 사람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 화면은 점점 명확해지면서 이윽고 완전한 남자가 나타났다. 까만 머리에 살구빛 피부에 그저 아주 평범한 한국인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황당한 듯 말이 없었다. 그녀도 당황한 듯 잠깐 침묵을 지켰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누구세요..?˝
그는 약간 당황한 기색을 띠다가,
─ 그쪽은 누구세요?
˝..이 번호는 없는 번호인데, 어떻게˝
─ 그쪽도 없는 번호인데, 어떻게 연결이 된거지..?
˝이봐, 지금 뭐하는 거야?˝
갑자기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니 회사 사장이라는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고는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나중에 다시 전화해요, 라고 조그맣게 말한 후 휴대폰을 닫고 다시 청소하는 시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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