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란 무엇입니까, 기억이 저장되는 원리가 신경해부학적으로 궁금합니...

기억이란 무엇입니까, 기억이 저장되는 원리가 신경해부학적으로 궁금합니...

작성일 2020.01.02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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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외부로 표출되는 것이 아닌데, 어떠한 형태로 뇌에 저장되어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질문이 의미하는 바는, 뇌라는 것은 외부로 표출된 신체 기관인데 그러한 외부의 기관에 의해 비현실체인 기억이 다루어 지기에 어떻게 기억이 뇌라는 신체기관에 의해 운용되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것입니다. 분명 기억이라는 것은 pc 데이터 같이 실체적으로 용량이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장이 된다면 어떻게 어떠한 형태로 경험이 저장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profile_image 익명 작성일 -

질문이 나오는건 쉬운데 답은 정말 굉장히 어려운게 있습니다.

대학교에서 전공한 애들 앞에서 강의할때보다 초등학교나 대중강연에서 받는 질문들이 답변자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고 진땀흘리게 하는 경우가 잦죠

이것도 전형적으로 그러한 것인데요

사실 이 질문에는 그 면면에 아주 겹겹히 쌓여있는 여러가지 문제들과 지식들과 담론들과 설명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이 끼어있습니다.

질문자님의 물음을 해체 해 보면

우선 질문은 기억이란 무엇입니까? 이지만 질문자님이 실제로 묻고 있는 것은

"어떻게 물질적인 것에서 정신적인 것이 출현하는가" 에 더 가깝습니다.

또한 질문자님은 "기억"이라고 하셨지만 그건 그냥 "정보"에 더 가깝습니다.

이건 정보란 본질적으로 무엇인가라는 질문 그리고 감각계와 지각이라는 주제와도 이어집니다.

그리고 정보가 어떻게 보유되고 유지되는가, 말씀하신 그 기억/학습이라는게 무엇이고 관련 신경메커니즘은 어떤게 있나 등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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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에서 어떻게 정신적인 것들이 출현할 수 있는가 라는 것은 뇌과학에서는 궁극의 난제이고 인류 지성사의 거의 최 전선에 있는 물음입니다.

다른 학문에서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갖는 물음은 천문학, 물리학, 우주론등에서 "왜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하면 왜 이 특정 종류의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들 수 있겠군요

아무튼 이런 생각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품어봤을 질문이자, 상당히 논쟁적이며 아직 누구도 쉽게 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입니다.

이 문제는 뇌과학 이야기 이전부터, 그 학문적 뿌리가 상당히 깊습니다. 서양철학에는 Philosophy of Mind, 그리고 현상학, 인식론이라는 분야가 있는데, 이 학문들 자체가 바로 이 물음과 연관된 떡밥들을 물고 늘어지다가 학문이라는 형태를 이룬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저 학문들이 통째로 그 문제와 거기서 파생된 문제들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보시면 되죠.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관련 분야 책들을 몇번 골라서 보시면 알겠지만 머리가 지긋이 아파지는 정말 어려운 것들입니다.

뇌과학은 이 천재적인 철학자들이 던진 수많은 떡밥들을 그저 주워다 먹은게 많습니다. Mind body problem이라던가, 한국인 철학자중 가장유명하고 저명한 유일한 학자라 할 수 있는 김재권교수도 심신수반론, 물리주의로 이 문제와 관련 있죠. 토마스 네이글의 박쥐논변이라던가, 철학적좀비라거나, 타인마음문제라거나 설명적 간극이라거나 메리의방논변이라거나 감각질문제라거나...여기에는 얽히고 섥힌 난제, 퍼즐과 같은 너무 어려운 이야기들이 넘쳐 흐릅니다. 누가 인터넷에서 글 몇줄로 알려줄 수 있는 성질의 질문이 아니에요 그래서 이런 문제를 Hard Problem이라고 부릅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소위 "천재"스러운 학자들이 서로 살얼음판을 걷듯 논쟁을 하고 있죠

또한 질문자님은 "기억"이라고 하셨지만 그건 그냥 "정보"에 더 가깝습니다.

기억 이전에 정보라고 불리는것의 본질이 정말 어떤 의미이고 그게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세요.

기억은 그 정보가 "파지(retention)"되고 있는것을 의미 합니다. 이 둘은 어느정도 관련은 있지만

어느정도는 별개의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질문자님의 눈 앞에 의자 하나가 있는데 질문자님이 머릿속으로 그 의자에 대해 생각을 한다 해보세요

그때 환경속의 그 실재, 그 의자 자체는 Distal simulus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 의자의 정보 중 일부라 할 수 있는 외형과 관련된 빛, 시각적 정보들이 빛으로 질문자님의 망막을 때려 어떤 상을 맺습니다. 이런 간접 정보는 Proximal stimulus라고 합니다. 즉, 질문자님이 의자를 생각할때 실제 의자가 머릿속으로 들어가는게 당연히 아니라 실제로 밖에 있는 어떤 의자와 정보가 등가적인(우리 감각계가 채집가능한 형태의 정보로 가공되어져서) 그런 형태로 변환하여 어쨌든간에 의자에 대한 일부 정보가 간접적으로 머릿속에 들어갑니다 이떄 그 머릿속에 있는 의자는 밖에 있는 의자의 Representation(re-presentation, 재-표현, 표상)이라 합니다. 이 과정을 Encoding(부호화, 기호화)라고 합니다.

의자가 encoding되어 머릿속으로 들어간다는 이야기죠. 이때 code는 당연히 우리 신체나 신경계에서 쓰이는 코드(신경세포의 on, off 발화여부)겠죠? 한마디로 의자에 대해 생각할때 우리 머릿속에서 쓰이는 기호로 의자가 기호화, 부호화 되어(즉 외부 실제 세계에 있는 의자에 대한 정보가 우리의 감각계를 통해 채집되어 져서) 머릿속에 들어간다라는 겁니다. 의자에 대해 생각한다고 의자가 통째로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히 아니잖아요 의자가 우리가 사용하는 기호로 바뀐다는 겁니다.

어떻게 물질인 뇌에서 사고, 심상, 시각, 배고픔, 성적 욕망, 분노, 공포, 기억 등등등의 정신적 경험이 출현하는 것일까요?

1930년대~50년대 심리학자중에 Donald Olding Hebb이라는 뇌과학, 신경과학사에서 아주 유명한 획을 그은 심리학자가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살던 시대에는 파블로프나, 존 왓슨 그리고 Karl Lashly(위 Hebb의 스승)같은 학자들과 엎치락뒤치락 하던 시대였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너무 길어지니 건너띄고 이 당시의 시대를 한마디로 보면 자극과 반응의 시대였습니다. 파블로프 또한 뇌를 거대한 하나의 반응기관으로 보았죠.

어떤 정신적 사건 x가 질문자님의 궁금함 처럼 해부학적으로 뇌의 어디에 어느부위 어느 위치에 어떤 메커니즘으로 저장될까요?

그때 저 Hebb이라는 사람은 당시 학자들의 생각을 거부하면서 이렇게 판단 했습니다

"외부의 환경에서 일어나는 생활 속의 사건들이 어떻게 두뇌활동으로 표현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생활 속의 사건들에 대한 정보가 저장되는 메커니즘과 위치를 설명하려는 노력에 먼저 선행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물질에서 생각, 사고 같은 정신적인 것들이 표상이 될 수 있을지 머리를 싸매고 씨름을 해나가면서 나온 책이 The Organization of Behavior: A Neuropsychological theory"라는 책 입니다.

이 책은 뇌과학사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책입니다. 오늘날 기억, 학습연구의 핵심이 되는 시냅스가소성이란 개념이 저기서 가장 처음 튀어나왔거든요. 그걸 Hebb의 이름을 따서 Hebbian Rule이라고도 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어떤 정보가 외부에 있으면 우리는 그걸 Encoding을 해서 표상을 합니다.

위에 말한 hebb의 책에는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는데요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극을 받았을 때 반응하는 대뇌피질의 모든 세포들에 의해 외부환경에 존재하는 물체에 대한 두뇌 내부 표상 (Internal representation)이 만들어진다."

이건 뇌과학 역사상 상당히 중요한 개념인데요, 외부 정보에 대한 심상, 사고, 기억이 어떻게 물질인 두뇌에 표상이 되는지를 설명하는 최초의 구체적 가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Hebb은 세포군(Cell assembly)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고 옵니다.

Hebb은 심상이나 특정한 생각과 관련된 모든 세포들이 상호연결되어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 생각도 아주 새로운건 아닙니다. 고대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중세시대의 존 로크까지 거슬러 가는 오래된 아이디어죠. 이걸 연합주의Associationism라고 부릅니다. 당시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억이라는 것이 사건, 감각, 관념들 사이의 연결형성, 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었습니다.

아시다 시피 뇌라는 기관을 이루고 있는 신경세포는 한가닥 한가닥들이 다른 신경세포들과 아주 복잡한 연결망을 맺고 회로와 같은 계/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데 이 세포간의 연결을 시냅스라 합니다.

Hebb은 그렇게 동시에 활성화되는 뉴런들의 집단을 Cell Assembly라고 부르며 이 세포군이라는 집단적 활성화가 꾸준하게 유지되는것이 정보가 일정의 기억으로 저장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빨간 사과는개념은 다양한 세부사건들로 구성됩니다. 빨강이라는 시각계로부터 오는 시각적 정보부터, 달다는 맛 같은 미각적 정보, 그리고 사과와 연합된 여러가지 정보들이 연합하여 하나의 사과라는 정보를 코드로 구성해 냅니다.

사과에 대한 Encoding이 위의 왼쪽 그림과 같다면 ,사과와 관련된 뉴턴은 저렇게 일부분 공유하는 지점을 갖고 있고, 사과와 같은 과일인 파인애플또한 사과와 공유하는 지점을 저렇게 갖고 있죠. 하지만 파인애플과 뉴턴은 전혀 관계가 없죠. 외부 정보가 encoding되어서 두뇌에 representation된다라는 것의 이해를 돕는 단순화된 그림입니다.

hebb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포1과 세포2가 인접해 있고 반복적으로 매번 활성화된다면 이 두 세포는 연결이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난다. A 세포의 축삭이 B세포를 자극할 만큼 두 세포가 인접해 있고, A세포가 반복적으로 혹은 지속적으로 B세포를 점화시키면, B세포를 점화시키는 세포로서 A세포의 효율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두 세포중 하나 또는 둘 모두의 성장 과정이나 대사에 변화가 일어난다."

오늘날 학습이나 기억의 분자적 토대를 형성하는 개념인 시냅스 가소성이라는 개념을 처음 생각해 내었습니다.

시냅스 후 뉴런(postsynaptic neuron)이 점화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어떤 시냅스가 반복적으로 활성화되면 그 시냅스에서 구조적,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서 연결이 강화하며 일종의 집단군(assembly)을 형성한다는 거죠. 이것이 외부의 정보가 머릿속으로 들어오고 기억이라는 형태로 유지되는 열쇠라고 보았습니다.

가령 위 단순화시킨 그림에서 보면 음식을 개한테 제시하면 개는 자동적으로 침을 흘립니다. 음식을 감각하는 후각계와 침.. 이건 기본으로 셋팅 되어있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침을 흘리는 것과 기본으로 즉 자연적으로 셋팅되어있지 않는 벨소리와 음식을 계속 반복적으로 주다보면 벨소리와 침을 흘리는 반응 사이의 연결 또한 강화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강화된 연결이 바로 우리가 학습 그리고 기억이라 부르는 것의 핵심입니다.(물론 기억이라는 것은 "경험에 의한 변화"에 해당하는 학습보다는 좀 더 광의적인 의미입니다. 그냥 정보가 보유되고 파지되고 있는 모든 형태의 것을 말하니까요. 이미 글이 너무 길고, 이것까지 설명하면 삼천포까지 갔다오며 심하게 길어질 것 같으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제 개는 벨 소리와 음식간의 관계를 "배워서 기억"하는 셈이라고 할 수 있죠. 실제 디테일은 다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한 단순화된 모델로써 도식을 설명하면 저렇다는 것 입니다.

다른 얘기지만 hebb의 이 아이디어에 컴퓨터과학자들이 큰 영향을 받아

연결주의라고 불리는 학파가 탄생했습니다 오늘날 딥러닝이라 불리는 것의 초석이죠.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군요.

아무튼 질문은 이렇게 던지기 쉽지만

그 밑에는 깔고 가야할 것들, 공부하고 이해해야 할 것들, 그리고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들이 너무나 많이 압도적으로 쌓여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인터넷에서 글 몇줄로 답을 하고 또 그걸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성질의 의문이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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