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죄악을 범하는 사람들도 어쩌면 세상의 피해자일지 모른다는 의문이겠죠.
'그들이 다른 환경에서 태어났었더라면?'이라는 식으로 말이죠.
이런 인식은 세상에 선과 악이 뚜렷이 구분되어 존재한다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탈피하여 더 복잡한 인식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죠.
사람은 자기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죠.
어릴 적에 결손가정에서 자라 갖은 어려움이나 핍박을 당하며
가정교육의 부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고
주변에는 거짓말과 도둑질을 하고 애들 삥뜯고 하는 형들이나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면
그 사람도 그런 환경에 물들 수 있겠죠.
검은 것을 가까이 하면 똑같이 검어진다는 근묵자흑이라는 말이 이런 뜻이죠.
그렇게 살다가 문득 철이 들 때면 자기는 이미 소년원을 들락거리거나
늦으면 상습전과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죠.
정신차리고 성실하게 살아보려고 해도 세상은 이미 그 사람을 나쁜놈으로
낙인을 찍어서 차별대우하니 갱생이 어렵죠.
죄와 벌이라는 책에 보면 '가난은 죄가 아니지만 맨주먹은 죄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해서 죄를 짓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니
이미 망친 몸(?)이라면 강력한 의지가 아니고서는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죠.
저기 먼나라 얘기 좀 해보면, 아프리카에는 반군들이 들끓고 있죠.
반군들은 아주 흉폭해서 약탈과 방화, 마약과 인신매매, 강간과 살인, 심지어 사람을 잡아먹기도 하죠.
반군이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그중에서 소년소녀때 납치되어
반군으로 키워지는 경우가 대표적이죠.
어려서 세상물정 모르는 나이에 납치된 소년소녀들은 그곳에서 살인병기로 키워지고
갖은 죄악을 배우게 되죠.
어렵사리 반군에서 몸을 빼내 다시 일반인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한번 몸에 밴 악성은 쉽게 바뀌지 않아서 문제거리가 되죠.
전에 티비에 보니까 어떤 흑인이 옛날 반군시절에 살인을 하던 추억 때문에
술을 마시면 칼을 들고 사람을 죽이려고 나가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말리는 장면이 있었죠.
만일 이 사람이 애초에 멀쩡한 부모 밑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랐다면 분명 인생은 이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범죄자들도 어쩌면 세상의 희생양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범죄를 옹호할 수는 없는 일이죠.
첫번째 이유는 사람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이죠.
자유의지는 사람이 무엇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힘이 있다는 것인데
너무 어린 나이에는 본능과 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이지만 크게 되면 이성이 생기면서
죄를 짓더라도 자기의 의지에 따라 죄를 범하닌 것이니까 벌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모두 범죄자가 되지는 않는다 이거죠.
누구는 세상탓만 하면서 삐뚤어지지만 누구는 양심을 키우면서 바르게 살려고 한다 이거죠.
만일 꿈에서와 같이 누군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냐고 핑계를 대면
니가 어떻게 태어났든간에 니가 했지 남이 했냐고 따져물으면 되겠죠.
두번째 이유는 죄도 죄 나름이겠죠.
장발장이 배고파 빵을 훔쳐먹듯 하는 좀도둑질 정도로
그 사람 자체가 못되먹은 악질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납치해서 흉악하게 사람을 죽인다면 이것은 변명할 수 없는 죄가 되겠죠.
마지막 이유는 현실적으로 봐줄 수가 없다는 것이죠.
죄에는 벌을 내려야 세상질서가 유지된다는 거죠.
설령 그놈이 진짜 세상의 희생양이라 하더라도 필요하면 벌해야 하죠.
그 입장에서 나름 억울하다 해서 범죄를 그냥 내버려두면
다른 사람들도 그와 같은 범죄를 짓고 나서 같은 핑계를 댈 수 있겠죠.
세상질서를 유지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개인적인 사정을 살피지 않고
사정없이 칼을 휘둘러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에 복종하게 만들어야 하죠.
물론 개인적인 사정을 고려하고 정상참작하기는 하지만 원칙은 같은 죄에 같은 처벌을 내림.
하늘에는 하늘의 법이 있어서 신이 판단하기에 죄인의 자라온 환경이나 그가 처한 상황 등을 감안하고
어쩌구저쩌구 해서 무죄라고 선언하고 천국으로 보내줄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지상의 법은 다르죠. 원칙을 세우면 그에 따라야 한다는 거죠.
나름 억울한 사람이 처단되는 것은 개인의 불행이지만
사회의 질서가 무너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지기 때문이죠.
극단적인 경우에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진짜 죄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죽이는 경우도 있죠.
대표적으로 박정희 시절에 실미도 사건과 같이 말이죠.
중앙정보부에서 나온 사람들이 특수부대 출신 민간인들에게 접근해서
취업시켜준다고 속여 실미도에 가두고 살인병기로 키우다가
갑자기 북한과 화해모드에 들어가자 실미도요원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여버렸죠.
이런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현실이 어떤 곳인지를 알 수 있는 사건이죠.
실미도 사건과 같이 무죄인 사람들에게 벌을 내리면 안 되겠지만
나름 억울한 사람들의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는다 이거죠. 세상은 냉정한 거임.
본인은 무신론자이다 보니까
선이니 악이니 하는 것은 세상이 필요해서 만든 개념이지
선험적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죠.
당연히 그에 따른 천벌 따위는 믿지 않죠.
역사를 보면 말이죠.
악인이 흥하고 선인이 망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었죠.
히틀러는 요행 패망했지만 그보다 더 많게 2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학살한 스탈린은
늙어 병들어 죽을 때까지 잘 살았죠.
김일성은 하늘에서 내려친 벼락에 맞아 죽은게 아니라 다 늙어서 병들어 죽었죠.
역사에 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도 행복하게 잘먹고 잘살았던 사람들 많음.
신을 믿는다면 악인들이 죽어서 지옥에 갈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고,
신을 안 믿으면 그냥 세상이 원래 그런 곳이니까 남걱정 말고 내걱정이나 하자고 생각하면 되겠죠.
사람들은 으레 먼나라의 누군가가 굶어죽는 문제보다 오늘 저녁메뉴를 고를 문제를 걱정하기 마련이니
남에게 떡을 주는 문제보다 내가 떡치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 이거임.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은 아니지만, 떡이 없으면 아예 살 수가 없다고 보죠.
머 본인이 좀 냉소적인 경향이 있죠.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 의견도 들어보길 바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