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가 무슨 뜻인가요 ?

자신이 제2의 고국으로 삼은 나라가 적의 수중에 떨어진 가운데 오사마 빈 라덴은 이제 사람이라기보다는 신화에 더 가까운 유령같은 존재로 남아 있다. 지난주 몇몇 아프가니스탄 전사들은 그가 눈덮인 산맥을 배경으로 토라 보라 동굴지대 부근에서 전선을 따라 말을 타고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빈 라덴이 그곳에서 서쪽으로 약 32km 떨어진 산악지대 시카람에 숨어 있다는 소문도 있고, 이미 국경을 건너 파키스탄의 여러 부족이 섞여 사는 지역에 있다는 소문도 있다.

토라 보라 인근의 와지르 마을 주민들은 빈 라덴이 지난 10월 1일께 10대 소년인 아들과 함께 차로 자기네 마을에 도착했다고 주장했다. 차량행렬이 마을을 통과했으며 나중에는 아랍인·체첸인·알제리인 등이 포함된 최다 1천명의 알 카에다 전사들이 산으로 올라갔다. 마을 족장 압둘라 캄란은 “그들은 탄약과 대포 등 마을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무기를 들고 동굴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어디에 숨어 있든 빈 라덴은 자신의 운명에 대해 고민했을 것이다. 지난주 미군이 알 카에다와 탈레반군의 산악 은신처에 무차별 공습을 계속하는 가운데 빈 라덴을 후원해온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는 최후의 거점 칸다하르에 대한 통치권을 포기했다.

영국의 첩보에 따르면 빈 라덴의 최측근이자 알 카에다를 움직이는 두뇌로 알려진 이집트인 의사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미군의 폭격에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이것은 통신 감청에 근거한 관측으로 아직 美 정보당국에 의해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카이로의 친척들은 알-자와히리의 부인과 자녀가 살해됐다는 부고를 신문에 냈다). 그 4주 전에는 빈 라덴의 최고 사령관 무하마드 아테프가 미군의 유도탄에 맞아 사망했다.

이제 파슈툰족 反탈레반 전사들의 공격에 맞서 토라 보라 동굴들을 결사 수호하는 빈 라덴의 일부 병사들은 처절한 상황에 놓였다. 그들은 메가폰을 들고 좁은 골짜기 아래쪽을 향해 아랍어로 외쳤다. “우리는 무슬림이고 너희들도 무슬림이다. 무슬림끼리 싸워서는 안된다!” 그러나 여러해째 아프간 반군들을 제거하려고 노려온 탈레반이 이슬람 형제애를 호소하기에는 너무 때가 늦었다.

빈 라덴과 물라 오마르는 세계를 개조하려던 자신들의 원대한 계획이 어떻게 된 것인지 망연자실한 심정일 것이다. 두 사람은 아프간이 나중에 전세계로 확장될 이슬람 군사제국의 초석이 될 것으로 굳게 믿었다. 바깥세상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애꾸눈의 전사 오마르는 이슬람 신자들의 총사령관으로 자처했다.

수세기 동안 감히 그 어느 지도자도 주장하지 않았던 칭호였다. 그리고 노회한 빈 라덴은 오마르의 그 과대망상증에 불을 지폈다. 이교도 서구사회에 대한 역사적 성전 수행이라는 자신의 야망을 달성하려면 아프가니스탄 같은 기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한가지 이유였다.

빈 라덴은 자신의 조직에 ‘기지’라는 뜻의 이름 ‘알 카에다’를 붙였다. 앞으로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될 운동의 활동 본부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기지’는 알 카에다의 안가와 훈련기지, 그리고 정체불명의 연구시설 등이 곳곳에 산재한 나라 아프가니스탄이었다. 그리고 이제 사실상 아프가니스탄은 빈 라덴의 적들 수중에 떨어졌다.

아프가니스탄 내부에서 입수한 수많은 정보들은 빈 라덴의 외인부대가 아프가니스탄을 어느 정도나 ‘식민화’했는지, 아프가니스탄이 알 카에다의 활동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밖의 알 카에다 조직에 대한 일망타진 작전은 그 수뇌부를 궤멸시키려는 군사작전만큼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미국에 둥지를 튼 세포조직을 포함해 알 카에다의 복잡한 조직망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암약하고 있다. 뉴스위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그 세포조직중 하나는 9·11 테러 이후 하마터면 워싱턴 D.C.의 주요 목표물에 공격을 감행할 뻔했다.

정보 소식통들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알 카에다 ‘잠복세포’들이 9·11 만행을 벌인 지 얼마 되지 않아 공격을 감행할 준비를 갖췄다고 말했다. 어쩌면 의사당 건물이 공격목표였는지도 모른다. 그 소식통들은 美 연방수사국(FBI)이 비자 규정 위반자와 기타 중동 출신 용의자들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통해 실제로 테러임무를 수행하는 자들을 보조하는 ‘지원세포’ 조직원들을 검거했다고 생각했다. 그후 잠재 테러범들은 지하로 잠복하거나 미국을 떠났다고 정보 소식통들은 말했다. 그러나 수사관들이 FBI 수사망에 걸려든 수백명 가운데서 주동자들을 가려낼 수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빈 라덴의 주변세계가 무너지고 있지만 아직도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테러범들을 색출하는 것이 미국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이번 테러와의 전쟁에서 온갖 심란한 정보가 쏟아져 나왔으며 수사관들은 아직도 그것들을 거르고 분석하느라 바쁘다. 아마 지금까지 수집된 정보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알 카에다의 생물학 무기 개발노력과 관련된 사항일 것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아프간의 미국 요원들은 한명 이상의 러시아 과학자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알 카에다 조직원들과 함께 일했다는 정보를 수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