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는 어디까지나 나라에 지정해준 거고 어차피 가르치는 건 선생이니까 선생이 해석해주는 게 맞죠.
헌데 교과서에 저렇게 쓰여져 있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 출판사 교과서에는 그렇게 쓰여져 있는지도 모르지만)
비잔틴제국으로 알려진 동로마가 예루살렘 인근을 비롯한 아나톨리아 지역을 상실하면서 발생합니다.
아나톨리아는 현 터키 남부 해안지역으로 당시에는 대단히 높은 상업 생산력을 가지고 있었죠.
동로마로서는 이땅을 되찾고는 싶은데 힘이 딸리니 은근슬쩍 성지회복이라는 핑게를 들어서 교황을 꼬십니다.
당시 교황인 우르바노 2세는 서유럽 세속군주들의 콧대를 꺾어줄 겸,
동로마 교회(동로마 교회는 황제가 수장이다)에 은혜도 배풀어 줄 겸해서 성지회복 원정을 선포한 것이 시작입니다.
일단 잘못된 점은 예루살렘과 가나안 지방은 셀주크 투크크가 장악한 것도 아니고, 그 지역의 무슬림들도 성지순례를 하는 기독교도를 박해하지는 않았습니다.
헌데 해로로 지중해 끝인 지브롤터에서 가나안까지 보름이면 주파가능한데, 누가 육로로 몇 달씩 걸려서 가겠습니까? 전쟁터를 가로질러가며 말입니다. (셀주크와 성지순례자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소리)
뭐 키프로스 일대의 해적이나 북아프리카의 베르베르족 따위는 약탈을 일삼았지만, 이놈들은 어차피 같은 무슬림도 터는 해적과 산적떼였으니까 논외로 친다면, 정작 무슬림국가규모에서 기독교도의 성지 순례를 박해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겁니다.(당연히 셀주크도 순례자를 박해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은 동로마황제가 셀주크에게 빼앗긴 영토를 되찾고 싶어서 해적이나 산적들에게 털린 성지순례단의 일을 셀주크로 바꿔놓았고, 교황이 이걸 다시 한 번 과대포장하면서 서유럽에서는 이렇게 알려진 것 뿐입니다.
즉, 동로마황제와 교황의 날조는 맞는데 그 이후로도 셀주크는 물론 시리아 일대를 장악한 야유브 왕조도 성지순례단 따위는 건들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는 알고보면 참 재미있는데 예루살렘이 유대교, 기독교도, 무슬림들 모두의 성지된 까닭이 세 종교가 사실은 몽땅 같은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유대교의 여호와가 기독교의 하느님이고 이슬람의 알라입니다. 알라의 뜻 자체가 하느님입니다.
(영어로하면 GOD, 한국어로 하면 하느님의 차이)
유대교의 성경이 기독교의 구약이고, 이슬람의 성경인 꾸란에는 신약과 구약의 내용이 모두 있습니다.(질문자가 몰랐을 사실이지만 예수는 이슬람에서도 성자다)
이러니 다른 종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이름과 사소한 교리만 다른 세종교의 성지가 예루살렘이 되는 것이죠.
헌데 무슬림들은 기독교도들이 자신들을 이교도로 지정했지만, 자신들은 기독교도에 대해서 '어차피 쟤들도 알라(하느님)의 자식인데'라는 입장이었던 겁니다.
사실 무슬림을 분노케한 건 성지순례나 순례자를 박해한다는 왜곡이 아니라 십자군 당시 쳐들어와서 마구잡이로 무슬림들을 학살하면서부터입니다.
사실 십자군 전쟁 당시까지도 무슬림들은 기독교도 포로를 잡아도 몸값만 받고 석방하는 등 최대한 인간적으로 대우하려고 애쎴습니다. 특히 야유브 왕조의 살라딘은 자기돈으로 포로몸값을 대신해주기까지 했습니다.
그에 비해서 십자군들은 무슬림지역을 장악하면 닥치고 학살, 강간, 살아남은 사람은 전부 노예로 팔아넘겼습니다.(무슬림들이 대인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무슬림들의 인내도 3차원정까지의 이야기고(당시에는 살라딘이 워낙 대인배였기에) 그뒤로는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바뀝니다만, 하여간 십자군 원정 중반까지도 무슬림들은 십자군포로에게까지 인간적인 대우를 해줬습니다. 물론 성지 순례자들은 19세기 유럽군이 진공해서 막장짓을 할 때까지도 손끝하나도 안댔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서 질문자의 내용에 대해서 첨언하자면,
셀주크를 비롯한 무슬림들에 대한 황제와 교황의 날조와 개인적인 욕심(혹은 허황한 모험심이나 광신적 믿음)으로 무장한 십자군이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어서(동로마황제 왜곡+ 교황날조+ 세속군주들의 과대포장) 엄한 이슬람을 공격한 사건이 되겠습니다.
당연히 저런 출발이었으니, 제대로 예루살렘을 장악한 것은 1차 원정에 불과하고(당시 시리아, 가나안 지방이 분열되어 있었다-헌데 십자군이 막장질을 해주는 통에 적대감에 그 지역이 통일되고 아유브 왕조가 탄생하는 배경이 된다)
그나마 3차원정까지는 성지회복전쟁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4차부터는 도저히 십자군이라고 부를 수 없는 양태로 흘러버립니다.
단적으로 4차 원정에서는 가라는 중동지방에는 발끝도 간적이 없고, 같은 카톨릭 국가인 헝가리를 침공하거나 동로마의 수도의 콘스탄티노플로 진격해서 쑥대밭을 만드는 등 십자군인지 도적떼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4차이후로는 더 막장으로 흐르는데 잘봐줘야 시위대에 가깝고, 통상교섭이 주요 목표인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성지회복? 그 딴 의지 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실제로 6차 원정군은 말이 원정군이지 가서 한 것이라고는 아유브 왕조와 회담만 하고 돌아온 적도 있습니다.
뭐 이런 내용은 시험에는 안 나옵니다.
시험에 나오는 건,
무슬림의 기독교도 박해-동로마의 지원요청- 교황의 소집 정도만 나오죠.(이게 영미권의 역사인식을 그대로 투영한 결과지만)
그 밖에 시험에 나올 내용이라고는 1차원정에서만 예루살렘을 회복하고 3차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예루살렘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 정도...
영향은
교황권의약화+세속군주의 권익 강화, 무슬림의 단결 혹은 동방 무역의 중요성 인식 정도...
허나 저 역시 접장질하는 터라 제대로된 지식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질문자께서 역사에 대해서 흥미를 못느끼시는 건 내용이 엉터리거나 실제 숨겨진 재미있는 진실을 모르기 때문일 겁니다.
역사는 벗기면 벗길 수록 흥미가 생기는 거라서 말입니다.
이상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