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건국신화의의의

 고조선이나 부여, 고구려, 신라, 심지어는 왕건의 고려에도 건국신화가 있다. 그러나 유독 백제만은 건국신화가 없고, 개국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만 객관적으로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다. 그것은 백제가 한강유역에 나라를 세운 사실이 신화나 전설이 아닌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제의 식민사관에 따라 백제의 초기 기록은 허구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주장은 분명히 잘못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온조라는 인물은 그 근원이 고구려의 주몽왕에게 귀결이 된다. 즉 고구려의 왕족이자 북방민족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외형적인 접근으로 보았을때 당연한 것이지만, 여기에 담근 의미를 유추하자면, 온조라는 인물에 대한 신화가 그저 한 나라의 개국 시조로써 얻게되는 평범한 신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수가 있다.
온조의 신화는 한반도 역사의 기원을 고구려 부여 그리고 고조선에 이르게 하는 징검다리 역활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고구려인이나 부여인 그리고 그들과 생활을 같이 했던 피지배계층인 말갈인들이 결코 한반도 변방의 이민족이 아니라 온조라는 인물을 통해서 한반도 한강 이남에 분포하고 있던 한반도의 원주민인 한족과 융화 되어가는 중요한 전환 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됨으로써 이들은 역사적으로 하나의 뿌리로 인식이 되는 것이다.
참고로 한반도에는 한족과 예족 맥족 그리고 부여족 말갈족 등 다양한 소수 족속들이 분포하고 있었고, 고조선 이후 한민족 최대 집단인 부여족은 계파인 고구려 민족을 탄생시켰고, 고구려 민족은 다시 함경도 지방에 뿌리내린 예족과 맥족을 통합하고, 말갈족을 복속시켰으며, 다시 초기 고구려 민족의 계파인 온조를 위시한 무리는 한강이남에 정착하여 남쪽의 삼한족과 경계를 이루다 차츰 융화 되어 남진하게 되면서 비로소 한민족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당시 고구려의 북방계와 한강 이남의 남방계가 충돌하였다는 근거는 미약하나, 온조와 더불어 남진한 온조의 형에 대한 비사를 통해 북방계와 남방계가 충돌하였을 것이라는 것을 유추해볼수있다.
고구려 시조 고주몽은 부여에 남기고 온 아들이 자신을 찾아오자 그에게 왕위를 넘기게 되며 이 왕이 바로 유리왕이다. 그러나 유리왕에게는 이복 형제들이 있었으니 바로 온조와 온조의 형 비류이다.
이들은 왕위계승에서 밀린 뒤 바로 자신의 아비처럼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나서는데 이 둘은 한강에 이르러 비류는 서진을 온조는 남진을 계속하게된다. 온조는 남진후 한강에 정착하여 백제를 세우게 되고 그 백제는 600여년간 지속이 된다. 그러나 비류는 서진을 마지막으로 역사속에서 사라진다. 아마도 서진하면서 토착세력과의 충돌로인한 전멸 및 소멸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에 비해서 온조는 정착에 성공하는데 아마도 그 지방 토착세력과의 유대관계를 원만히 유지해서 가능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 이유는 백제의 정치집단중에는 큰 틀을 이룬 귀족집안들이 많았는데, 전기 한성백제의 귀족세력과 중/후기 웅진/사비 백제의 귀족세력이 다르다는 것이 그 예라고 하겠다.

이처럼 온조신화는 단순한 개국신화가 아니라 고조선이후 한강부근으로 진출한 최초의 북방계 민족이라는 의의와 이 민족으로인해 한반도 역사가 북방계와 남방계가 비로소 융화 된 전환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제를 세운 온조는 고구려 시조인 주몽의 둘째 아들이다. 고구려, 신라와는 달리 알에서 깨어났다는 설화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백제의 시조 온조의 이야기는 대충 이러하다. 주몽은 졸본 부여에 와서 둘째 공주와 결혼하여 아들 둘을 낳았는데 첫째 아들은 비류이고 둘째 아들은 온조였다. 한편 주몽이 북부여에서 나올 때 두고 온 예씨 부인도 아들을 낳았는데 유리였다.

유리 태자가 졸본 부여에 와서 왕위를 이어받자 비류는 이 곳에 남아 있는 것이 불편할 것이라 생각하고 온조와 함께 오간, 마려 등 10여명의 부하들과 남쪽으로 내려가 그들을 따르는 백성들과 함께 한산에 이르러 사방을 둘러보니 들이 넓고 기름져서 농사를 짓고 살기에 좋아 보였다. 그러나 비류는 그 곳 땅이 못마땅하여 아우 온조와 나누어 미추홀(지금의 인천 부근)로 떠났고 온조는 하남 위례성(지금의 경기도 광주 부근)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 이름을 '십제'라고 하였다. 

이때가 기원전 18년이었다. 한편 비류가 정착한 미추홀은 토지가 습하고 물맛이 짜서 살기에 적당하지 않아 비류를 따르던 백성들을 모아 다시 위례로 돌아왔다. 그 후 나라 이름을 '백제'라고 고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