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북공정은 소수민족 통합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중국 인구의 대다수는 한족이며, 소수의 소수민족들(묘족, 조선족, 만주족등)로 구성되는데요. 정권을 차지한게 한족인데다가, 오랜세월 한족이 소수민족을 탄압하다보니, 소수민족들이 한족과 중국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티벳이나 위구르, 몽골, 만주등의 소수민족들이 독립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죠. 특히 티벳의 독립운동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소수민족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기반으로 독립하게 되면 중국은 땅덩어리의 절반이상을 잃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이제와서야 소수민족들에게 '우리 한족과 너희들은 모두가 한민족이다.' 라고 교육을 하여 독립운동의 단초를 애초에 제거하는게 동북공정을 비롯한 중국의 각 역사 공정(서남공정, 서북공정)들의 목적입니다.
어쨋거나 이미 오래전부터 '한족과 그외 오랑캐들'이라며 한족의 정통성을 주구장창 유지해온 중국이었지만, 이제와서 '민족의 역사가 아닌 땅의 역사'라면서 현 중국 영토의 모든 민족의 역사는 '곧 우리(중국) 역사'라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땅의 역사' 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아예 해당 민족의 기원은 '중국'으로 잡고 있다는거죠. 원래 각 소수민족들은 저마다의 역사와 시조(우리의 단군처럼)를 가지고 있었으나, 중국은 역사공정을 통해 각 소수민족들의 시조를 없애거나 헌원의 신하로 만들어버리면서 모든 시조를 헌원으로 통일하기까지 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 특유의 '조공외교' 때문에 기록된 과거기록들을 근거로 주변국들을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변화시키는데, 사실 웃기는거죠.(조공외교는 서양에도 통용되었습니다. 단지 조공과 책봉이 근거라면 영국도 중국의 지방정권인셈. 하지만 중국도 그런 헛소리는 언급하지 않죠.)
이게 동북공정의 진실입니다. 애초에 역사 연구 과정에서 발생한 '학풍'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로 진행된 '공정'인거죠. 당연히 소수민족들은 이런 중국의 역사공정에 엄청나게 반발하지만, 중국의 외교파워덕에 그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못할뿐입니다.
우선 중국이 역사공정을 진행하면서 내세운 '땅의 역사'부터가 문제가 많은 논리입니다. 고대는 수시로 땅을 먹고 먹히는 역사였습니다. 농경사회는 '땅이 곧 무력'이었기에 전쟁의 주목적은 '땅을 차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문에 어느 땅이 있어도 그것이 어느 민족의 역사, 어느 국가의 역사라고 하기가 복잡해지는겁니다. 게다가 과거의 국가와 지금의 국가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고구려와 대한민국은 엄연히 다른 나라입니다. 그렇다면 고구려의 역사는 우리 역사가 아닐까요? 그런데 그런논리라면 중국 역시 당나라와는 엄연히 다른 나라죠. 게다가 동북공정은 '고구려는 대한민국 역사가 아니다.'라는게 아니라 '고구려는 중국 역사다.'라는 주장이므로, 일단 다른나라라고 해서 그 역사가 아니라고 할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땅에 있었던 과거는 모두 우리역사. 라고 한다면 문제가 없을까요? 참고로 미국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를 자신들 역사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세계 각국들이 자신들 땅의 다른 민족의 역사를 자신들 역사라고 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물론 이 다른민족이 멸망했거나 완전히 자신들과 동화되었다면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켈트족의 역사를 자신들 역사라 하지는 않죠. 이집트의 경우도 고대 이집트의 역사는 자신들 역사로 인정하나 로마에 점령당했던 로마령 이집트의 역사는 무시합니다.(혹은 타국에 지배당했던 시기로 인정하죠.) 물론 중국은 이 땅의 역사를 중시하여 '원'이나 '청' 나아가 오호십육국들도 자신들 역사로 인정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이나 '명'같은 한족의 왕조를 '정통국가'라 하며 민족의 역사도 혼용하여 사용합니다. 중국이 주장하는 '땅의 역사'는 순전히 '한족'을 위한 편법일 뿐입니다.
일단 고구려를 우리 역사라 하는 것에는 고구려 멸망이후 그 정통 후계를 주장한게 한반도의 국가들이기 때문입니다. 민족적으로는 현재 삼한족과 함께 한반도 민족의 두 뿌리가 되는 예맥족의 국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고구려 자체가 말갈과 예맥의 다민족 국가라는 문제가 있기는 한데, 고구려때만 하더라도 예맥족은 '고구려인' 말갈계는 '고구려 별종'으로 구분하여 기록될 정도이니 제 3자(다른 국가들) 입장에서도 충분히 인정하나 '발해'의 경우 이 말갈과 예맥의 구분이 없어진데다가, 심지어 사료속에서는 '우리는 말갈 국가이다.'라고 하는 기록도 있어 딱히 우리 역사라고 주장하는것에 근거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기는 합니다.(참고로 말갈은 현재의 만주족(여진족)입니다. 이역시 한족은 아니죠.)
두번째로 고구려나 발해는 한족의 헌원과 주나라의 정통에서 이어진다 주장한 기록들이 없습니다. 오히려 고구려의 기록에서는 '다물'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던지, 애초에 조선(고조선)이 만주지역에 위치했다던지 하는 식으로 고조선의 정통성을 승계한 것으로 나옵니다. 실제 중국에서도 고구려를 중국사로 왜곡하기가 너무 힘들었는지, 일단은 '발해'에 집중하고 있기도 합니다. 동북공정에서 사실 우리가 대처하기 힘든것도 '고구려'보다는 '발해'쪽이 더 크기도 합니다. 애초에 고구려나 발해 모두 다민족 국가였으며, 특히 발해는 지배층이 고구려 유민이라고는 하나, 시대가 이어지면서 말갈인들도 상당수 지배층으로 진입하였고, 애초에 건국자인 '대조영'부터가 '고구려 별종'으로 기록되어 있는 바람에 대조영이 예맥인지 말갈인지도 확실치 않습니다.(보통 사료들에서는 예맥계통의 고구려인은 고구려로, 말갈계통의 고구려인은 고구려 별종으로 기록한 경우가 많습니다.)
세번째로 부여도 딱히 다른 나라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애초에 백제도 부여계승을 주장했습니다. 부여계승과 거리가 있는 국가는 신라뿐이죠. 다만 부여는 그 시기가 너무 짧고 사료가 부족해서 중국도 한국도 별 신경을 쓰지는 않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부여 역시 한족과는 거리가 멉니다. 게다가 극히 적은 사료를 통해보면 말갈과도 관련이 없는걸로 보입니다. 부여왕의 옥새에는 '예왕지인'이라고 새겨져 있다는 중국사료가 있는데, 이걸 토대로 보면 부여의 구성민족은 '예맥족'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의 동북공정은 단지 '우리땅의 과거 역사도 우리꺼'로 멈추는게 아니라 '과거 국가들도 다 우리 삼황오제의 후계국들'이라고 해서 문제입니다. 게다가 중국이 주장하는 '땅의 역사'는 중국만이 주장하는 역사이며, 심지어 그것도 '민족의 역사'와 '땅의 역사'를 자기들 편한대로 그때그때 바꿔가며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역사관은 '중국대륙의 주인은 한족이며, 오랑캐들(소수민족)은 모두 우리 부하'라는 식으로 정립하는게 역사공정 작업의 실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