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퀴나스는 자연적 경향성을 따라야 한다고 보았으며 칸트는 자연적 경향성이 아니라 도덕법칙에 따라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아퀴나스에게 있어서 자연법은 신의 명령이지만, 칸트에게 있어서 자연법은 말 그대로 자연의 법칙을 말합니다. 배고프면 먹고싶고 졸리면 자고싶은 자연적 경향성이죠.
아퀴나스는 신의 영원법이 인간의 자연적 경향성에 반영된게 자연법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의 자연적 경향성을 이성적으로 성찰함으로서 자연법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자연적 성향과 자연법의 규칙들은 일치합니다. 아퀴나스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에게 선한 것을 욕구하도록 본성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존재입니다. 이런 인간의 자연적 성향으로부터 자연법의 제1원리가 도출되는데 그것은 '선을 추구하고 악을 피하라.'입니다. 인간의 자연적 성향은 구체적으로 4가지가 있는데,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려는 성향, 종족을 보존하고자 하는 성향, 절대적 진리 혹은 신에 대한 진리를 알고자하는 성향, 사회적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자연적 성향을 따르는 것은 신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기에 아퀴나스에 의하면 자연적 경향성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습니다.
반면에 칸트에게 있어서 자연적 경향성이란 도덕법칙의 형식적 성격인 보편성과 필연성을 지니지 못하는 매우 우연적이고 상대적인 것으로, 우리에게 도덕법칙을 부여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경향성 중 대표적인 것으로 행복의 원리를 예로 들어보자면, 칸트에게 행복이란 쾌적한 삶에 대한 의식이며 자기 소망과 자기 의지대로 하는 상태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행복의 원리는 본질적으로 이기적 타산의 원리이며 인간의 도덕적 자율성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의무로부터 비롯된 행위는 우리가 자율적으로 의지를 도덕법칙에 맞게 규정하여 나오는 행위이기 때문에 자기입법과 자기지배를 의미하는 자율이지만, 행복을 목적으로 하여 나오는 행위는 의지가 도덕법칙이 아니라 주관의 자연적 성향에 따라 행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도덕적 자율성이 개입할 여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