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유명한 명시좀 알려주세요...

한국에서 유명한 명시좀 알려주세요...

작성일 2009.08.04댓글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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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방학숙제인데요,,.,

교과서외 명시 암송준비하는 건데요,,,

A4용지 1면 12p로 해서 A4용지에 거의 가득차는 그런 명시좀 알려주세요ㅋㅋ

한국에서 유명한 명시로요.....

내공 30걸께요...

장난은 안되요...

꼭 유명한 명시여야하고

A4용지 1면에 12p로 거의 가득차는 명시로 알려주세요ㅋㅋㅋ

이왕이면 8월 12일 까지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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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_image 익명 작성일 -

진달래 산천   
                  신동엽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꽃 펴 있고,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어요잔디밭엔 장총을 버려 던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햇빛 맑은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햇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말으며 당신을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과수원 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꽃 살이 튀는 산 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엔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꽃다운 산골 비행기가 지나다 기관포 쏟아 놓고 가 버리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늘에 불 붙도록.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바람 따신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잔디밭엔 담배갑 버려 던진 채 당신은 피 흘리고 있었어요.
 신부
                            서정주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겨우 귀밑머리

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

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

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

가 음탕해서 그를 못 참아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

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

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

     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

     홍 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

     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

     와 다홍 재로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
오십(五十)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二十)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사십야전병원(第四十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二十) 원 때문에 십(十) 원 때문에 일(一) 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一)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그 여자네 집

김용택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 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운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 속에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 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 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루종일 노랗게 지붕을 이는 집
노란 집

 

어쩌다가 열린 대문 사이로 그 여자네 집 마당이 보이고
그 여자가 마당을 왔다갔다하며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말인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와
옷자락이 언듯언듯 보이면
그 마당에 들어가서 나도 그 일에 참여하고 싶은 집

 

마당에 햇살이 노란 집
저녁 연기가 곧게 올라가는 집
뒤안에 감이 붉게 익은 집
참새떼가 지저귀는 집
눈 오는 집
아침 눈이 하얗게 처마 끝을 지나
마당에 내리고
그 여자가 몸을 웅숭그리고
아직 쓸지 않은 마당을 지나
뒤안으로 김치를 내러 가다가 "하따, 눈이 참말로 이쁘게도 온다이이"하며
눈이 가득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속눈썹에 걸린 눈을 털며
김칫독을 열 때
하얀 눈송이들이 김칫독 안으로
내리는 집
김칫독에 엎드린 그 여자의 등허리에
하얀 눈송이들이 하얗게 하얗게 내리는 집
내가 목화송이 같은 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집
밤을 새워, 몇밤을 새워 눈이 내리고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늦은 밤
그 여자의 방에서만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면
발자국을 숨기며 그 여자네 집 마당을 지나 그 여자의 방 앞
뜰방에 서서 그 여자의 눈 맞은 신을 보며
머리에,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가만히, 내리는 눈송이들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가만 가만히 그 여자를 부르고 싶은 집



네집

 

어느날인가
그 어느날인가 못밥을 머리에 이고 가다가 나와 딱
마주쳤을 때
"어머나" 깜짝 놀라며 뚝 멈추어 서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반가움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환하게, 들판에 고봉으로 담아놓은 쌀밥같이
화아안하게 하얀 이를 다 드러내며 웃던 그
여자 함박꽃 같던 그
여자

 

그 여자가 꽃 같은 열아홉살까지 살던 집
우리 동네 바로 윗동네 가운데 고샅 첫 집
내가 밖에서 집으로 갈 때
차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집
그 집 앞을 다 지나도록 그 여자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지는 그 여자네 집
지금은 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그 집
내 마음 속에 지어진 집
눈 감으면 살구꽃이 바람에 하얗게 날리는 집
눈내리고, 아 눈이, 살구나무 실가지 사이로
목화송이 같은 눈이 사흘이나
내리던 집
그 여자네 집
언제나 그 어느 때나 내 마음이 먼저

있던 집

여자네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 각. 을. 하. 면......

 

 

 

 

 


 

오적(五賊)

김지하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겄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길 하나 쓰것다.

옛날도, 먼옛날 상달 초사훗날 백두산아래 나라선 뒷날

배꼽으로 보고 똥구머으로 듣던 중엔 으뜸

아동방(我東方)이 바야흐로 단군아래 으뜸

으뜸가는 태평 태평 태평성대라

그 무슨 가난이 있겠느냐 도둑이 있겠느냐

포식한 농민은 배터져 죽는 게 일쑤요

비단옷 신물나서 사시장철 벗고 사니

고재봉 제 비록 도둑이라곤 하나

공자님 당년에고 도척이 났고

부정부패 가렴주구 처처에 그득하나

요순시절에도 시흉은 있었으니

아마도 현군양상(賢君良相)인들 세상 버릇 도벽(盜癖)이야

여든까지 차마 어찌할 수 있겠느냐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겄다.

남녘은 똥덩어리 둥둥

구정물 한강가에 동빙고동 우뚝

북녘은 털빠진 닭똥구멍 민둥

벗은 산 만장아래 성북동 수유동 뾰죽

남북간에 오종종종종 판잣집 다닥다닥

게딱지 다닥 코딱지 다닥 그위에 불쑥

장충동 약수동 솟을 대문 제멋대로 와장창

저 솟고 싶은 대로 솟구쳐 올라 삐까번쩍

으리으리 꽃궁궐에 밤낮으로 풍악이 질펀 떡치는 소리 쿵떡

예가 바로 재벌(재벌)1), 국회의원(국獪의猿)2), 고급공무원(고급功無猿)3), 장성(長猩)4), 장차관(暲차관)5)이라 이름하는,

간뗑이 부어 남산하고 목질기기가 동탁배꼽 같은

천하흉포 오적(五賊)의소굴이렷다.

사람마다 뱃속이 오장육보로 되었으되

이놈들의 배안에는 큰 황소불알 만한 도둑보가 겉붙어 오장칠보,

본시 한 왕초에게 도둑질을 배웠으나 재조는 각각이라

밤낮없이 도둑질만 일삼으니 그 재조 또한 신기(神技)에 이르렀것다.

하루는 다섯놈이 모여

십년전 이맘때 우리 서로 피로써 맹세코 도둑질을 개업한 뒤

날이날로 느느니 기술이요 쌓으느니 황금이라, 황금 십만근을 걸어놓고 그간에 일취월장 묘기(妙技)를 어디 한번 서로 겨룸이 어떠한가

이렇게 뜻을 모아 도(盜)짜 한자 크게 써 걸어놓고 도둑시합을 벌이는데

때는 양춘가절(陽春佳節)이라 날씨는 화창, 바람은 건 듯, 구름은 둥실

지마다 골프채 하나씩 비껴들고 꼰아잡고

행여 질세라 다투어 내달아 비전(泌傳)의 신기(神技)를 자랑해 쌌는다.

첫째 도둑 나온다 재벌이란 놈 나온다

돈으로 옷해 입고 돈으로 모자해 쓰고 돈으로 구두해 신고 돈으로 장갑해 끼고

금시계, 금반지, 금팔지, 금단추, 금넥타이 핀, 금카후스보턴, 금박클, 금니빨,

금손톱, 금발톱, 금작크, 금시계줄.

디룩디룩 방댕니, 불룩불룩 아랫배, 방귀를 뽕뽕뀌며 아그작 아그작 나온다

저놈 재조봐라 저 재벌놈 재조봐라

장관은 노랗게 굽고 차관은 벌겋게 삶아

초치고 간장치고 계자치고 고추장치고 미원까지 톡톡쳐서 실고추과 마늘 곁들여

나름

세금받은 은행돈, 외국서 빚낸 돈, 왼갖 특혜 좋은 이권은 모조리 꿀꺽

이쁜 년 꾀어서 첩삼아 밤낮으로 작신작신 새끼까기 여념없다

수두룩 까낸 딸년들 모조리 칼쥔놈께 시앗으로 밤참에 진상하여

귀뜀에 정보얻고 수의계약 낙찰시켜 헐값에 땅샀다가 길뚫리면 한 몫잡고

천(千)원 공사(工事) 오원에 쓱싹, 노동자임금은 언제나 외상외상

둘러치는 재조는 손오공할애비요 구워삶는 재조는 뙤놈술수 빰치겄다.

또 한놈 나온다.

국회의원 나온다.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털투성이 몽둥이에 혁명공양 휘휘감고

혁명공약 모자쓰고 혁명공약 배지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들고 대갈일성, 쪽 째진 배암샛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혁명이닷, 구악(舊惡)은 신악(新惡)으로! 개조(改造)닷, 부정축재는 축재부정으로!

근대화닷, 부정선거는 선거부정으로! 중농(重農)이닷, 빈농(貧農)은 잡농(雜農)으로!

건설이닷, 모든집은 와우식(臥牛式)으로! 사회정화(社會淨化)닷,

정인숙(鄭仁淑)을, 정인숙(鄭仁淑)을 철두철미하게 본받아랏!

궐기하랏, 궐기하랏! 한국은행권아, 막걸리야, 주먹들아,

빈대표야, 곰보표야, 째보표야,

올빼미야, 쪽제비야, 사꾸라야, 유령(幽靈)들아, 표도둑질 성전(聖戰)에로 총궐기하랏!

손자(孫子)에도 병불(兵不) 후사, 치자즉 도자(治者卽盜者)요 공약즉 공약(公約卽空約)이니

우매(遇昧)국민 그리알고 저리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골프 좀 쳐야겄다.

셋째놈이 나온다 고급공무원 나온다.

풍신은 고무풍선, 독사같이 모난 눈, 푸르족족 엄한 살,

콱다문 입꼬라지 청백리(淸白吏) 분명쿠나

단 것을 갖다주니 쩔레쩔레 고개저어 우린 단것 좋아 않소,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말구

어허 저놈 뒤좀 봐라 낯짝 하나 더 붙었다

이쪽보고 히뜩히뜩 저쪽보고 혜끗혜끗, 피두피둥 유들유들

숫기도 좋거니와 이빨꼴이 가관이다.

단것 너무 처먹어서 새까맣게 썩었구나, 썩다못해 문들어져

오리(汚吏)가 분명쿠나

간같이 높은 책상 마다같이 깊은 의자 우뚝나직 걸터앉아

공(功)은 쥐뿔도 없는 놈이 하늘같이 높이 앉아 한손으로 노땡큐요 다른 손은

땡큐땡큐

되는 것도 절대 안돼, 안될 것도 문제 없어, 책상위엔 서류뭉치, 책상밑엔 지폐뭉치

높은 놈껜 삽살개요 아랫놈껜 사냥개라, 공금은 잘라먹고 뇌물은 청(請)해먹고

내가 언제 그랬더냐 흰구름아 물어보자 요정(料亭)마담 위아래로

모두 별탈 없다더냐.

넷째놈이 나온다 장성(長猩)놈이 나온다

키크기 팔대장성, 제밑에 졸개행렬 길기가 만리장성

온몸이 털이 숭숭, 고리눈, 범아가리, 벌룸코, 탑삭수염,

짐승이 분명쿠나

금은 백동 청동 황동, 비단공단 울긋불긋, 천근만근 훈장으로 온몸을 덮고 감아

시커먼 개다리를 여기차고 저기차고

엉금엉금 기나온다 장성(長猩)놈 재조봐라

쫄병들 줄 쌀가마니 모래가득 채워놓고 쌀은 빼다 팔아먹고

쫄병 먹일 소돼지는 털한개씩 나눠주고 살은 혼자 몽창먹고

엄동설한 막사없어 얼어죽는 쫄병들을

일만하면 땀이난다 온종일 사역시켜

막사지을 재목갖다 제집크게 지어놓고

부속 차량 피복 연탄 부식에 봉급까지, 위문품까지 떼어먹고

배고파 탈영한놈 군기잡자 주어패서 영창에 집어놓고

열중쉬엇 열중열중열중쉬엇 열중

빵빵들 데려다가 제마누라 화냥끼 노리개로 묶어두고

저는 따로 첩을 두어 운우서수 공방전(雲雨魚水攻防戰)에 병법(兵法)이 신출귀몰(神出鬼沒)

마지막놈 나온다

장차관이 나온다

허옇게 백태끼어 삐적삐적 술지게미 가득고여 삐져나와

추접무화(無化) 눈꼽낀눈 형형하게 부라리며 왼손은 골프채로 국방을 지휘하고

오른손은 주물럭주물럭 계집젖통 위에다가 증산 수출 건설이라 깔짝깔짝 쓰노라니

호호 아이 간지럽사와요

이런 무식한 년, 국사(國事)가 간지러워?

굶더라도 수출이닷, 안팔려도 증상이닷, 아사(餓死)한놈 뼉다귀로 현해탄에 다리놓아 가미사마 배알하잣!

째진 북소리 깨진 나팔소리 삐삐빼빼 불어대며 속셈은 먹을 궁리

검정세단 있는데도 벤쯔를 사다놓고 청렴결백 시위코자 코로나만 타는구나

예산에서 몽땅먹고 입찰에서 왕창먹고 행여나 냄새날라 질근질근 껌씹으며

켄트를 피워물고 외래품 철저단속 공문을 휙휙휙휙 내갈겨 쓰고나서 어허 거참

달필(達筆)이다.

추문듣고 뒤쫓아온 말잘하는 반벙어리 신문기자 앞에 놓고

일국(一國)의 재상더러 부정(不正)이 웬말인가 귀거래사(歸去來辭) 꿍얼꿍얼,자네 핸디 몇이더라?

오적(五賊)의 이 절륜한 솜씨를 구경하던 귀신들이

깜짝 놀라서 어마 뜨거라 저놈들한테 붙잡히면 뼉다귀도 못추리것다

똥줄빠지게 내빼 버렸으니 요즘엔 제사지내는 사람마저 드물어졌겄다.

이라한참 시합이 구시월 똥호박 무르익듯이 몰씬몰씬 무르익어가는데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나라망신시키는 오적(五賊)을 잡아들여라

추상같은 어명이 쾅,

청천하늘에 날벼락치듯 쾅쾅쾅 연거푸 떨어져내려 쏟아져 퍼붓어싸니

네이- 당장에 잡아 대령하겠나이다, 대답하고 물러선다

포도대장 물러선다 포도대장 거동봐라

울뚝불뚝 돼지코에 술찌꺼기 허어옇게 묻은 메기 주둥이,

침은 질질질

장비사돈네팔촌 같은 텁석부리 수염, 사람여럿 잡아먹어 피가 벌건 왕방울 눈깔

마빡에 주먹혹이 뛸 때마다 털렁털렁

열십자 팔벌이고 멧돌같이 좌충우돌, 사자같이 으르르르릉

이놈 내리훑고 저놈 굴비엮어

종삼 명동 양동 무교동 청계천 쉬파리 답십리 왕파리 왕십리 똥파리 모두 쓸어모아다 꿀리고 치고 패고 차고 밟고

꼬집어뜯고 물어뜯고 업어메치고 뒤집어던지고 꼰아

추스리고 걷어팽개치고

때리고 부수고 개키고 까집고 비틀고 조이고

꺾고 깎고 벳기고 쑤셔대고 몽구라뜨리고

직신작신 조지고지지고 노들강변 버들같이 휘휘낭창 꾸부러뜨리고

육모방망이, 세모쇳장, 갈쿠리, 긴 칼, 짧은 칼, 큰칼, 작은칼

오라 수갑 곤장 난장 곤봉 호각

개다리 소다리 장총 기관총 수류탄 최루탄 발연탄 구토탄 똥탄 오줌탄 뜸물탄

석탄 백탄

모조리 갖다 늘어놓고 어흥 -

호랑이 방귓소리 같은 으름장에 깜짝, 도매금으로 끌려와 쪼그린 되민증들이 발발

전라도 갯땅쇠 꾀수놈이 발발 오뉴월 동장군(冬將軍) 만난 듯이 발발발 떨어댄다.

네놈이 오적(五賊)이지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날치기요

날치기면 더욱 좋다. 날치기, 들치기, 밀치기, 소매치기, 네다바이 다 합쳐서

오적(五賊)이 그 아니냐

아이구 난 날치기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펨프요

펨프면 더욱 좋다. 펨프, 창녀, 포주, 깡패, 쪽쟁이 다합쳐서

풍속사범 오적(五賊)이 바로 그것 아니더냐

아이구 난 펨프이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껌팔이요

껌팔이면 더욱 좋다. 껌팔이, 담배팔이, 양말팔이, 도롭프스팔이, 쪼코렛팔이 다

합쳐서

외래품 팔아먹는 오적(五賊)이 그아니냐

아이구 난 껌팔이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거지요

거지면 더더욱 좋다. 거지, 문둥이, 시라이, 양아치, 비렁뱅이 다합쳐서

우범오적(五賊)이란 너를 두고 이름이다. 가자 이놈 큰집으로 바삐가자

애고 애고 난 아니요, 오적(五賊)만은 아니어라우. 나는 본시 갯땅쇠로 농사로는

배고파서 돈벌라고 서울왔소. 내게 죄가 있다면은

어젯밤에 배고파서 국화빵 한 개 훔쳐먹은 그 죄밖엔 없습네다.

이리바짝 저리죄고 위로 틀고 아래로 따닥

찜질 매질 물질 불질 무두질에 당근질에 비행기태워 공중잡이

고춧가루 비눗물에 식초까지 퍼부어도 싹아지없이 쏙쏙 기어나오는건

아니랑께롱

한마디뿐이겄다

포도대장 할 수 없이 꾀수놈을 사알살 꼬실른다 저것봐라

오적(五賊)은 무엇이며 어디있나 말 만하면 네 목숨은 살려주마

꾀수놈 이말듣고 옳다꾸나 대답한다.

오적(五賊)이라 하는 것은

재벌과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란 다섯 짐승, 시방 동빙고동에서

도둑시합 열고 있오.

으흠, 거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다. 정녕 그게 짐승이냐?

그라문이라우, 짐승도 아조 흉악한 짐승이지라우.

옳다됐다 내새끼야 그말을 진작하지

포도대장 하도좋아 제무릎을 탁치는데

어떻게 우악스럽게 처 버렸던지 무릎뼈가 파싹 깨져 버렸겄다, 그러허나

아무리 죽을 지경이라도 사(死)는 사(私)요, 공(功)은 공(公)이라

네놈 꾀수 앞장서라, 당장에 잡아다가 능지처참한 연후에 나도 출세해야겄다.

꾀수놈 앞세우고 포도대장 출도한다

범눈깔 부릅뜨고 백주대로상에 헷드라이트 왕눈깔을 미친듯이 부릅뜨고

부릉 부릉 부르릉 찍찍

소리소리 내지르며 질풍같이 내닫는다

비켜라 비켜라

안비키면 오적(五賊)이다

간다 간다 내가 간다

부릉 부릉 부르릉 찍찍 우당우당 우당탕 쿵쾅

오적(五賊)잡으러 내가 간다

남산을 훌렁넘어 한강물 바라보니 동빙고동 예로구나

우레같은 저 함성 범같은 늠름기상 이완대장(李浣大將) 재래(再來)로다

시합장에 뛰어들어 포도대장 대갈일성,

이놈들 오적(五賊)은 듣거라

너희 한같 비천한 축생의 몸으로

방자하게 백성의 고혈빨아 주지육림 가소롭다

대역무도 국위손상, 백성원성 분분하매 어명으로 체포하니

오라를 받으렸다.

이리 호령하고 가만히 들러보니 눈하나 깜짝하는 놈 없이

제일에만 열중하는데

생김생김은 짐승이로되 호화찬란한 짐승이라

포도대장 깜짝놀라 사면을 살펴보는데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이게 어느 천국이냐

서슬푸른 용트림이 기둥처처 승천하고 맑고 푸른 수영장엔 벌거벗은

선녀(仙女) 가득

몇십리 수풀들이 정원 속에 그득그득, 백만원짜리 정원수(庭園樹)에 백만원짜리

외국(外國)개

천만원짜리 수석비석(瘦石肥石), 천만원짜리 석등석불(石燈石佛), 일억원짜리

붕어 잉어, 일억원짜리 참새 메추리

문(門)도 자동, 벽도 자동, 술도 자동, 밥도 자동, 계집질 화냥질 분탕질도

자동자동

여대생(女大生) 식모두고 경제학박사 회계두고 임학(林學)박사 원정(園丁)두고

경제학박사 집사두고

가정교사는 철학박사 비서는 정치학박사 미용사는 미학(美學)박사

박사박사박사박사

잔디 행여 죽을세라 잔디에다 스팀넣고, 붕어 행여 죽을세라 연못속에

에어턴넣고

새들 행여 죽을세라 새장속에 히터넣고, 개밥 행여 상할세라 개집속에

냉장고넣고

대리석 양옥(洋屋)위에 조선기와 살쩍얹어 기둥은 코린트식(式) 대들보는

이오니아식(式)

선자추녀 쇠로치고 굽도리 삿슈박고 내외분합 그라스룸 석조(石造)벽에 갈포발라

앞뒷퇴 널찍터서 복판에 메인홀 두고 알매달아 부연얹고

기와위에 이층올려 이층위에 옥상트고 살미살창 가로닫이 도자창(盜字窓)으로

지어놓고

안팎 중문 솟을대문 페르샤풍(風), 본따놓고 목욕탕은 토이기풍(風), 돼지우리

왜풍(倭風)당당

집밑에다 연못파고 연못속에 석가산(石假山), 대대층층 모아놓고

열어재킨 문틈으로 집안을 언 듯보니

자개 케비넷, 무광택 강철함롱, 봉그린 용장, 용그린 봉장, 삼천삼백삼십삼층장

카네숀 그린 화초장, 운동장만한 옥쟁반, 삘딩같이 높이 솟은 금은 청동 놋촉대,

전자시계, 전자밥그릇, 전자주전자, 전자젓가락, 전자꽃병, 전자거울, 전자책,

전자가방, 쇠유리병, 흙나무그릇, 이조청자, 고려백자, 거꾸로 걸린 삐까소,

옆으로 붙인 샤갈,

석파란(石坡蘭)은 금칠액틀에 번들번들 끼워놓고, 산수화조호접인물 (山水花

鳥蝴蝶人物)

내리닫이 족자는 사백점 걸어두고, 산수화조호접인물 (山水花 鳥蝴蝶人物)

팔천팔백팔십팔점이 한꺼번에 와글와글,

백동토기, 당화기, 왜화기, 미국화기, 불란서화기, 애태리화기, 호피담뇨 씨운테레비, 화류문갑 속의 쏘니녹음기, 대모책상 위의 밋첼카메라, 산호책장 곁의 알씨에이 영사기, 호박필통에 꽂힌 파카만년필, 촛불켠 샨들리에, 피마주기름 스탠드라이트, 간접직접 직사곡사 천장바닥 벽조명이 휘황칸칸 호화율율.

여편제들 치장보니 청옥머리핀, 백옥구두장식,

황금부로취, 백금이빨, 밀화귓구멍가게, 호박밑구멍마게, 산호똥구멍마게,

루비배꼽마게, 금파단추, 진주귀걸이, 야광주코걸이, 자수정목걸이, 싸파이어팔지 에어랄드팔지, 다이야몬드허리띠, 터키석안경대,

유독 반지만은 금칠한 삼원짜리 납반지가 번쩍번쩍 칠흑암야에 횃불처럼

도도무쌍(無雙)이라!

왼갖 음식 살펴보니 침 꼴깍 넘어가는 소리 천지가 진동한다

소털구이, 돼지콧구멍볶음, 염소수염튀김, 노루뿔삶음, 닭네발산적, 꿩지느라미말림,

도미날개지짐, 조기바톱젓, 민어 농어 방어 광어 은어 귀만 짤라 회무침,

낙지해삼비늘조림, 쇠고기 돈까스, 돼지고기 비후까스, 피안뺀 복지리,

생율, 숙율, 능금, 배 씨만 발라 말리원서 금딱지로 싸놓은 것, 바나나식혜,

파인애플화채, 무화과 꽃닢설탕 버무림,

롱가리트유과, 메사돈약과, 사카린잡과, 개구리알구란탕, 청포우무, 한천묵,

괭장망장과화주, 산또리, 계당주, 샴펭, 송엽주, 드라이찐, 자하주, 압산,

오가피주, 죠니워카, 구기주, 화이트호스, 신선주, 짐빔, 선약주, 나폴레옹 꼬냑, 약주, 탁주, 소주, 정종, 화주, 째주, 보드카, 람주(酒)라!

아가리가 딱 벌어져 닫을 염도 않고 포도대장 침을 질질질질질질 흘려싸면서

가로되

놀랠 놀짜로다

저게모두 도둑질로 모아들인 재산인가

이럴 줄을 알았더면 나도 일찍암치 도둑이나 되었을 걸

원수로다 원수로다 양심(良心)이란 두글자가 철천지 원수로다

이리 속으로 자탄망조하는 터에

한놈이 쓰윽 다가와 써억 술잔을 권한다

보도 듣도 못한 술인지라

허겁지겁 한잔두잔 헐레벌떡 석잔넉잔

이윽고 대취하여 포도대장 일어서서 일장연설 해보는데

안주를 어떻게나 많이 쳐먹었는지 이빨이 확 닳아없어져 버린 아가리로

이빨을 딱딱 소리내 부딪쳐가면서 씹어뱉는 그 목소리 엄숙하고 그 조리 정연하기

성인군자의 말씀이라

만장하옵시고 존경하옵는 도둑님들!

도둑은 도둑의 죄가 아니요, 도둑을 만든 이 사회의 죄입네다

여러도둑님들께옵선 도둑이 아니라 이 사회에 충실한 일꾼이니

부디 소신껏 그길에 매진, 용진, 전진, 약진하시길 간절히 바라옵고 또 바라옵니다.

이 말끝에 박장대소 천지가 요란할 때

포도대장 뛰어나가 꾀수놈 낚궈채어 오라묶어 세운뒤에

요놈, 네놈을 무고죄로 입건한다.

때는 가을이라

서산낙일에 객수(客愁)가 추연하네

외기러기 짝을찾고 쪼각달 희게비껴

강물은 붉게 타서 피흐르는데

어쩔꺼나 두견이는 설리설리 울어쌌는데 어쩔꺼나

콩알같은 꾀수묶어 비틀비틀 포도대장 개트림에 돌아가네

어쩔꺼나 어쩔꺼나 우리꾀수 어쩔꺼나

전라도서 굶고살다 서울와 돈번다더니

동대문 남대문 봉천동 모래내에 온갖구박 다 당하고

기어이 가는구나 가막소로 가는구나

어쩔꺼나 억울하고 원통하고 분한사정 누가있어 바로잡나

잘까거라 꾀수야

부디부디 잘가거라.

꾀수는 그길로 가막소로 들어가고

오적(五賊)은 뒤에 포도대장 불러다가

그 용기를 어여삐 녀겨 저희집 솟을대문,

바로 그곁에 있는 개집속에 살며 도둑을 지키라하매,

포도대장 이말듣고 얼시구 좋아라

지화자좋네 온갖 병기(兵器)를 다가져다 삼엄하게 늘어놓고 개집속에서 내내

잘살다가

어느 맑게 개인날 아침, 커다랗게 기지개를 켜다 갑자기

벼락을 맞아 급살하니

이때 또한 오적(五賊)도 육공(六孔)으로 피를 토하며

꺼꾸러졌다는 이야기. 허허허

이런 행적이 백대에 민멸치 아니하고 인구(人口)에 회자하여

날같은 거지시인의 싯귀에까지 올라 길이 길이 전해오겄다.

 

 

사평역(沙平驛)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우리 오빠와 화로

임화

사랑하는 우리 오빠 어저께 그만 그렇게 위하시던 오빠의 거북무늬 질화로가 깨어졌어요
언제나 오빠가 우리들의 ‘피오닐’ 조그만 기수라 부르는 영남(永男)이가
지구에 해가 비친 하루의 모―든 시간을 담배의 독기 속에다
어린 몸을 잠그고 사 온 그 거북무늬 화로가 깨어졌어요

그리하야 지금은 화젓가락만이 불쌍한 우리 영남이하구 저하구처럼
똑 우리 사랑하는 오빠를 잃은 남매와 같이 외롭게 벽에가 나란히 걸렸어요

오빠 ……
저는요 저는요 잘 알았어요
웨 ― 그날 오빠가 우리 두 동생을 떠나 그리로 들어가실 그날밤에
연거푸 말은 궐련[卷煙]을 세 개씩이나 피우시고 계셨는지
저는요 잘 알었어요 오빠

언제나 철없는 제가 오빠가 공장에서 돌아와서 고단한 저녁을 잡수실 때 오빠 몸에서 신문지 냄새가 난다고 하면
오빠는 파란 얼굴에 피곤한 웃음을 웃으시며
…… 네 몸에선 누에 똥내가 나지 않니 ― 하시던 세상에 위대하고 용감한 우리 오빠가 웨 그 날만
말 한 마디 없이 담배 연기로 방 속을 메워 버리시는 우리 우리 용감한 오빠의 마음을 저는 잘 알았어요
천정을 향하야 기어올라가든 외줄기 담배 연기 속에서 ― 오빠의 강철 가슴 속에 백힌 위대한 결정과 성스러운 각오를 저는 분명히 보았어요
그리하야 제가 영남이의 버선 하나도 채 못 기었을 동안에
문지방을 때리는 쇳소리 바루르 밟는 거치른 구두 소리와 함께 ― 가 버리지 않으셨어요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우리 위대한 오빠는 불쌍한 저의 남매의 근심을 담배 연기에 싸 두고 가지 않으셨어요
오빠 ― 그래서 저도 영남이도
오빠와 또 가장 위대한 용감한 오빠 친구들의 이야기가 세상을 뒤집을 때
저는 제사기(製絲機)를 떠나서 백 장의 일전짜리 봉통(封筒)에 손톱을 뚫어트리고
영남이도 담배 냄새 구렁을 내쫓겨 봉통 꽁무니를 뭅니다
지금 ― 만국지도 같은 누더기 밑에서 코를 고을고 있습니다

오빠 ― 그러나 염려는 마세요
저는 용감한 이 나라 청년인 우리 오빠와 핏줄을 같이 한 계집애이고
영남이도 오빠도 늘 칭찬하든 쇠 같은 거북무늬 화로를 사온 오빠의 동생이 아니어요
그러고 참 오빠 아까 그 젊은 나머지 오빠의 친구들이 왔다 갔습니다
눈물나는 우리 오빠 동모의 소식을 전해주고 갔어요
사랑스런 용감한 청년들이었습니다
세상에 가장 위대한 청년들이었습니다
화로는 깨어져도 화젓갈은 깃대처럼 남지 않었어요
우리 오빠는 가셨어도 귀여운 ‘피오닐’ 영남이가 있고
그러고 모―든 어린 ‘피오닐’의 따듯한 누이 품 제 가슴이 아직도 더웁습니다

그리고 오빠 ……
저뿐이 사항하는 오빠를 잃고 영남이뿐이 굳세인 형님을 보낸 것이겠습니까
슳지도 않고 외롭지도 않습니다
세상에 고마운 청년 오빠의 무수한 위대한 친구가 있고 오빠와 형님을 잃은 수 없는 계집아이와 동생
저의들의 귀한 동무가 있습니다

그리하야 이 다음 일은 지금 섭섭한 분한 사건을 안고 있는 우리 동무 손에서 싸워질 것입니다

오빠 오늘 밤을 새워 이만 장을 붙이면 사흘 뒤엔 새 솜옷이 오빠의 떨리는 몸에 입혀질 것입니다

이렇게 세상의 누이동생과 아우는 건강히 오는 날마다를 싸움에서 보냅니다

영남이는 여태 잡니다 밤이 늦었어요

― 누이동생

 

 

청산도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 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골 골짜기서 울어 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 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 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 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린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 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 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서울로 가는 전봉준

 

안도현

 

눈 내리는 만경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이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 없는 들꽃이었더니
들꽃 중에서도 저 하늘 보기 두려워
그늘 깊은 땅 속으로 젖은 발 내리고 싶어하던
잔뿌리였더니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 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주지도 못하였네
그보다도 더운 국밥 한 그릇 말아주지 못하였네
못다 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

그 누가 알기나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나라 풀뿌리들이
입춘 경칩 지나 수군거리며 봄바람 찾아오면
수천 개의 푸른 기상나팔을 불어제낄 것을
지금은 손발 묶인 저 얼음장 강줄기가
옥빛 대님을 홀연 풀어헤치고
서해로 출렁거리며 쳐들어갈 것을

우리 성상(聖上) 계옵신 곳 가까이 가서
녹두알 같은 눈물 흘리며 한 목숨 타오르겠네
봉준이 이 사람아
그대 갈 때 누군가 찍은 한 장 사진 속에서
기억하라고 타는 눈빛으로 건네던 말
오늘 나는 알겠네

들꽃들아
그날이 오면 닭 울 때
흰 무명띠 머리에 두르고 동진강 어귀에 모여
척왜척화 척왜척화 물결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 등대에 .......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南新義州柳洞朴時逢方)

백 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새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
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
는 것을 생각

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
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가정

박목월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 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 삼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문 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승무

 

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아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아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내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나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저문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구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 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농무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조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벼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별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프랑시스 잠',‘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서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추억에서

박재삼

진주(晋州) 장터 생어물(魚物)전에는
바닷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發)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銀錢)만큼 손 안 닿는 한(恨)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어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시리게 떨던가 손시리게 떨던가

 

진주 남강 맑다 해도
오명 가명
신새벽이나 달빛에 보는 것을
울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 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불놀이

 

주요한

 

아아 날이 저문다, 서편 하늘에, 외로운 강(江)물 우에, 스러져 가는 분홍빛 놀…… 아아 해가 저물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오늘은 사월(四月)이라 파일날 큰 길을 물 밀어가는 사람소리는 듣기만 하여도 흥성스러운 것을 왜 나만 혼자 가슴에 눈물을 참을 수 없는고?

 

아아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시뻘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城門) 우에서 나려다보니, 물냄새, 모래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엇이 부족(不足)하여 제 몸까지 물고 뜯을 때,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과거(過去)의 퍼런 꿈을 찬 강(江)물 우에 내어던지나 무정(無情)한 물결이 그 그림자를 멈출 리가 있으랴?…… 아아 꺾어서 시들지 않는 꽃도 없건마는, 가신 님 생각에 살아도 죽은 이 마음이야, 에라 모르겠다, 저 불길로 이 가슴 태워버릴까, 이 설움 살라버릴까, 어제도 아픈 발 끌면서 무덤에 가보았더니 겨울에는 말랐던 꽃이 어느덧 피었더라마는 사랑의 봄은 또다시 안 돌아오는가, 차라리 속시원히 오늘밤 이 물 속에…… 그러면 행여나 불쌍히 여겨줄 이나 있을까…… 할 적에 퉁, 탕 불티를 날리면서 튀어나는 매화포, 펄떡 정신(精神)을 차리니 우구우구 떠드는 구경꾼의 소리가 저를 비웃는 듯, 꾸짖는 듯 아아 좀더 강렬(强烈)한 열정(熱情)에 살고 싶다, 저기 저 횃불처럼 엉기는 연기(煙氣), 숨막히는 불꽃의 고통(苦痛) 속에서라도 더욱 뜨거운 삶을 살고 싶다고 뜻밖에 가슴 두근거리는 것은 나의 마음…….

 

사월(四月)달 따스한 바람이 강(江)을 넘으면, 청류벽(淸流碧), 모란봉 높은 언덕 우에 허어옇게 흐늑이는 사람떼, 바람이 와서 불 적마다 불빛에 물든 물결이 미친 웃음을 웃으니, 겁많은 물고기는 모래 밑에 들어박히고, 물결치는 뱃슭에는 졸음 오는 `이즘'의 형상(形象)이 오락가락―어른거리는 그림자 일어나는 웃음소리, 달아논 등불 밑에서 목청껏 길게 빼는 여린 기생의 노래, 뜻 밖에 정욕(情慾)을 이끄는 불구경도 이제는 겹고, 한잔 한잔 또 한잔 끝없는 술도 이제는 싫어, 지저분한 배밑창에 맥없이 누우며 까닭 모르는 눈물은 눈을 데우며, 간단없는 장고소리에 겨운 남자(男子)들은 때때로 불 이는 욕심(慾心)에 못 견디어 번뜩이는 눈으로 뱃가에 뛰어나가면, 뒤에 남은 죽어가는 촛불은 우그러진 치마깃 우에 조을 때, 뜻있는 듯이 찌걱거리는 배젓개 소리는 더욱 가슴을 누른다…….

 

아아 강물이 웃는다, 웃는다, 괴상한, 웃음이다, 차디찬 강물이 껌껌한 하늘을 보고 웃는 웃음이다. 아아 배가 올라온다. 배가 오른다, 바람이 불 적마다 슬프게 슬프게 삐걱거리는 배가 오른다.

 

저어라, 배를 멀리서 잠자는 능라도(綾羅島)까지, 물살 빠른 대동강(大同江)을 저어오르라. 거기 너의 애인(愛人)이 맨발로 서서 기다리는 언덕으로 곧추 너의 뱃머리를 돌리라 물결 끝에서 일어나는 추운 바람도 무엇이리오 괴이(怪異)한 웃음소리도 무엇이리오, 사랑 잃은 청년(靑年)의 어두운 가슴속도 너에게야 무엇이리오, 그림자 없이는 `밝음'도 있을 수 없는 것을―. 오오 다만 네 확실(確實)한 오늘을 놓치지 말라. 오오 사르라, 사르라! 오늘밤! 너의 빨간 횃불을, 빨간 입술을, 눈동자를, 또한 너의 빨간 눈물을…….

 

 

 

생명의 서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아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을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회한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휴전선

 

박봉우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동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

 

모든 유혈(流血)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 번 겪으라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동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해(海)에게서 소년에게

 

최남선

 

1
처얼썩 처억썩 척 쏴아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2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내게는 아무것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결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얼썩 처얼썩 튜르릉 꽉.


3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팔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이 있건 오너라.
처얼썩 처얼썩 튜르릉 꽉.


4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조그만 산(山)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벽만한 땅을 가지고
그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5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깊고 너르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저 따위 세상에 저 사람처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6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맞춰 주마.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 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profile_image 익명 작성일 -

 

참고로 님이 말씀하시는건 a4 12페이지?.....그렇게긴걸;

 

물론 그정도로 긴게 있으나 제 생각은 암송은 그냥 글씨하나하나 외워서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그 느낌을 이해하고 가슴에서 우러나와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정도로 긴 시는 매우 어렵고

 

그냥 분량만 맞추려고 억지로 고른 시로밖에 보이지 않아서

 

전 그냥 '연탄한장'은 유명하며 제가 좋아하는 시이고 '그 여자네 집'은 12페이지까진 아니지만 그나마 긴 시이고

 

매우 유명하므로 올립니다.

 

 

 

 

 

 

 

 

 

연탄 한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그 여자네 집

 

김 용 택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스한 불빛이 검은 산 속에 깜박깜박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 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루 종일 노랗게 지붕을 이는 집

                노란 초가집

 

                어쩌다가 열린 대문 사이로 그 여자네 집 마당이 보이고

                그 여자가 마당을 왔다갔다하며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말인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와

                옷자락이 대문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면

                그 마당에 들어가서 나도 그 일에 참견하고 싶었던 집

 

                마당에 햇살이 노란 집

                저녁 연기가 곧게 올라가는 집

                참새떼가 지저귀는 집

                보리타작, 콩타작 도리깨가 지붕 위로 보이는 집

                눈오는 집

                아침 눈이 하얗게 처마끝을 지나

                마당에 내리고

                그 여자가 몸을 웅숭거리고

                아직 쓸지 않은 마당을 지나

                뒤안으로 김치를 내러 가다가 "하따, 눈이 참말로 이쁘게도 온다이이"하며

                눈이 가득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싱그러운 이마와 검은 속눈썹에 걸린 눈을 털며

                김칫독을 열 때

                하얀 눈송이들이 어두운 김칫독 안으로

                하얗게 내리는 집

                김칫독에 엎드린 그 여자의 등에

                하얀 눈송이들이 하얗게 하얗게 내리는 집 

                내가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집 

                밤을 새워, 몇 밤을 새워 눈이 내리고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늦은 밤

                그 여자의 방에서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면

                발자국을 숨기며 그 여자네 집 마당을 지나 그 여자의 방 앞

                뜰방에 서서 그 여자의 눈 맞은 신을 보며

                머리에,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가만가만 내리는 눈송이들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가만 가만히 그 여자를 부르고 싶은 집

                그  

                여

                자

                네집

 

                어느 날인가

                그 어느 날인가 못밥을 머리에 이고 가다가 나와 딱 마주쳤을 때

                "어머나" 깜짝 놀라며 뚝 멈추어 서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반가움 하나도 감추지 않고

                환하게, 들판에 고봉으로 담아놓은 쌀밥같이

                화아안하게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던 그

                여자 함박꽃 같던 그

                여자

               

                그 여자 꽃같은 열 아홉살까지 살던 집

                우리 동네 바로 윗동네 가운데 고샅 첫집

                내가 밖에서 집으로  갈 때

                차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집

                그 집 앞을 다 지나도록 그 여자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지는 그 여자네 집

                지금은 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집

                내 마음 속에 지어진 집

                눈감으면 살구꽃이 바람에 하얗게 날리는 집

                눈 내리고, 아, 눈이, 살구나무 실가지 사이로

                목화송이 같이 눈이 사흘이나

                내리던 집

                그 여자네 집

                언제나 그 어느 때나 내 마음이 먼저

                가    

                있던 집

                그

                여자네 집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 각. 을. 하.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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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트트랙의 역사를 알려주세요 1. 한국유명 쇼트트랙 선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규모가 매우 큰데, 이를 더 작은 경기장에서 하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