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를 쓰셔도 됩니다.
아니 오히려 수치를 꼭 쓰셔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비용과 편익을 도출하라는데 그 수치를 안쓸수는 없을테니까요.
다만, 그 수치가 어떻게, 왜 도출되었는지 그 과정을 서술하라는 거죠.
재미있는 문제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문제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평생 ~하기'라는게 흥미롭기는 해도 현실적이지 않고,
아직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숙식을 스스로 해결해 본적이 거의 없을테니 준거로 삼을만한 경험이 별로 없을거 같으니까요.
게다가 맛없는 음식과 맛있는 음식,
불편한 잠과 편안한 잠의 기준이 애매하죠.
사실 이런 문제는 정답이 없으니까 그건 마음대로 정해도 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지금부터 드리는 설명은 풀이 방법의 예시입니다.
꼭 이대로 따라가야만 정답이라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참고해 보시고, 님께서 이건 이렇게 바꾸는게 낫겠는데 하는 부분은 얼마든지 바꾸셔도 될겁니다.
이 문제는 각 선택지의 편익과 기회비용을 구할 것을 요구하는데, 기회비용은 다시 명시적비용과 암묵적비용으로 나뉩니다.
암묵적 비용은 편익과 명시적 비용을 구하면 자동으로 도출되니까, 그건 마지막에 설명할게요.
편익은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 만족감이기 때문에 정답이 없습니다. 정답이 없다는건 님 마음대로 쓰셔도 별 상관은 없다는 뜻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어떤 이유로 도출되었는지 설명은 해야할 거고, 그만큼 서술 분량이 나올겁니다.
편익은 '최대지불의사'로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님께서 어떤 물건을 살때 이 가격이면 고민고민 끝에 아슬아슬하게 '싸게 샀다는 만족감이 하나도 없다'고 느끼면서도 그래도 사기는 할 가격이 최대지불의사입니다.
그게 그 물건에서 느끼는 가치인거죠.
최대지불의사로 물건을 구매하면 편익을 얻은만큼 돈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만족감을 못느끼지만,
그보다 싸게 사면 싸게 산만큼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 문단의 설명은 답안에 쓰실 필요는 없고, 최대지불의사로 편익을 구했다는 점 정도만 간단히 밝히시면 됩니다.)
'평생 맛없는 음식 먹기'를 선택하면
잠은 편하게 잘수(도) 있는 것이고,
'평생 불편하게 자기'를 선택하면
음식은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겠죠.
그러니까 평소에 편하게 자는 것의 편익과
평소에 맛있는 것 먹는 것의 편익을 각각 구해야 합니다.
'평생'이라고 하니까 상상이 안가서 생각이 힘들수도 있는데, 그냥 한번이라고 생각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디론가 여행을 간다고 생각을 해봅시다.
그런데 숙소에서 자려고 보니까 숙소가 완전 허름한 시골집입니다. 뭔가 벌레도 나올거 같고 이불도 허름하고 바닥은 딱딱한데 약간 울퉁불퉁하고 근처 고속도로인지 뭔지 밤새 화물차 지나가는 소리도 들리고 그때마다 옆집 개도 짖고 닭도 울어서 잠이 안옵니다.
그런데 옆에 호텔이나 펜션이나 아무튼 다른 숙소가 있습니다. 시설은 님이 생각할때 평범하고 편하게 잘수 있는 정도입니다. 집을 떠올리셔도 되고, 여행가봤던 곳 중에서 적당히 편했던 곳을 떠올리시면 됩니다.(너무 지나치게 비싸고 좋은 곳 말고, 잠자기에 괜찮은 곳을 생각해 주세요) 거기로 숙소를 옮길수 있다면 최대 얼마까지 지불하시겠습니까? 적당한 가격이 아니라,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직전까지 정말 최대한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금액을 쓰셔야 합니다. 그 금액이 하루를 편하게 자는 것의 편익입니다.
그다음 명시적 비용을 구해야 합니다.
불편한 숙소에서 편한 숙소로 옮길 때 실제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알아야 합니다.
위에서 불편한 숙소는 제가 적당히 이야기한 것입니다만, 님이 경험해본 불편한 숙소가 있다면 그 곳을 기준으로 하셔도 되구요, 고시원 월세를 30일로 나눈 값이나, 에어비엔비 숙소나 지도 같은데서 여관 같은거 검색하셔서 평점 낮은 곳 찾아서 하루 숙박비 같은것을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님이 생각하는 편한 숙소, 적당히 괜찮은 호텔(너무 좋은 호화 호텔은 가격이 너무 비싸게 나오고 편하게 자는 것 이상의 편의를 제공하기 때문에 적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의 하루 숙박비나 님이 살고계신 집과 비슷한 집의 월세를 30일로 나눈 값 같은 것을 찾아보셔도 될거 같습니다. 조사는 직접 해보세요. 솔직히 그렇게 정확할 필요까진 없어보이니까 대충 해도 괜찮을거라 생각합니다.
어쨋든 그 차이가 하루를 편하게 자는 것의 명시적 비용이 되겠죠.
그리고 최대지불의사(편익)에서 명시적비용을 뺀 것이
'편하게 자기' 선택지의 가치가 되겠습니다.
음식에 대해서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시면 됩니다.
먹기 싫어도 배가 안고프려고 꾸역꾸역 먹어야 할 음식을 떠올려 보시고, 그 음식의 가격과,
평소에 맛있게 먹고 매일 먹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음식에 대한 최대지불의사와 가격을 각각 구해보세요.
하루에 두끼나 세끼를 먹을테니 두배나 세배로 곱해줘야 겠죠.
그런 다음 맛있는 음식 먹기의 편익에서 명시적 비용을 뺀 것이
'맛있는 음식 먹기' 선택지의 가치가 됩니다.
끝으로, 암묵적 비용은 선택하지 않은 다른 선택지의 가치입니다.
만약 편하게 자기(= 맛없는 음식 먹기)를 택한다면
맛있는 음식 먹기의 가치가 암묵적 비용이 되고,
맛있는 음식 먹기(=불편하게 자기)를 선택한다면
편하게 자기의 가치가 암묵적 비용이 됩니다.
(사실 암묵적 비용을 경제학에서 중요하게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진 않습니다.
각 선택지의 가치를 구했으면, 거기서 가장 가치가 큰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이미 합리적 의사결정은 끝납니다.
암묵적 비용을 구하는 것은, 가치가 가장 큰것을 고르지 않고 다른 것을 골랐을때, 명시적으로는 손해 본 것이 아니라도 가장 가치있는 선택지를 놓친 것 자체가 손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일 뿐입니다.)
어쨋든 지금까지의 내용을 숫자만 쓰는게 아니라 발표한다고 생각하고 정리해서 글로 쓰면 서술문이 되겠죠. 저는 님에게 설명드리려고 구구절절 자세하게 썼는데 이렇게까지 장황하게 쓰실 필요는 없구요.
주의하실게, 이 과정을 다 거쳐서 계산한 결과가 그냥 생각했을때 끌리는 선택과 다를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끼'의 가치와 '잠'의 가치가 1:1비율이 아니라서 하루치로 환산할때의 오차가 발생할수 있고, 그걸 평생으로 생각하면 또 달라질 수 있을테니까요.
좀 더 직관적으로 비교하려면 여행갔을때
잠은 불편하고 음식이 맛있는 곳 vs
잠은 편한데 음식이 맛없는 곳
이렇게 떠올리시는게 더 쉽게 비교할수도 있을거 같구요,
그냥 평생이 비교하기 쉬울거 같다고 생각하시면 그렇게 하는 것도 괜찮습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