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삼 "아플수도 없는데"
그 사람은 나를 얼마나 멀리까지 내 보낸 것일까
내가 바라볼 수 있는 건 막막한 그리움뿐이다
그 허전한 매달림으로
어느 시간
어느 공간을 떠다니는 걸까
조금만 닿아도 주루룩 터질 것 같은
물주머니 안고
아무리 고단해도
그 사람에게 가는 나를 막을 수 없다
가다가다
앓아 누우면 어찌 하나
아플 수 없는데
말과 생각이 스치기만 해도 자지러지게 아프다
비명처럼 질러지는 그리움을 먼저 목도한다
지평선 넘어
수평선 너머까지 외쳐 대도
나를 건져내 주지 못 하는 그리움이다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그리움보다
더 괴로운 외로움은 없을 거다
얼마나 멀리까지
나는 얼마나 멀리까지 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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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함 그리움이 묻어나는 시입니다. 너무 그리워서 늘 가슴 한 켠에 머금고 있는 눈물이 지은이에게 조금이라도 그 사람에 관계된 것이 닿으면 주르르 흘러버릴 것 같은 심정으로 시를 쓰고 있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커서 가다 지쳐 쓰러지면 절대 안되는 상황을 '아플수도 없다'고 표현합니다. 아프면 그 사람에 다가가기 위한 그리움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죠. 여기서 아파서 앓아눕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데 장애가 생겨서도 안된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죠.
그런 생각만 해도 끔찍해지는 지은이에게 더 큰 슬픔은 그 그리움을 해소할 길이 없는 것입니다. 엄청난 그리움인가 봅니다. 그러니까 이시에 담긴 의미를 님의 부재로 인한 (부재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요) 지독한 그리움입니다.
이중삼 "속"
내가웃으니까너도따라웃는데네가내속을어찌알겠니
네가웃으니까나도따라웃는데네가내속을어찌알겠니
네가세상을바라보며웃을때내가너를바라보고우는속을
네가나를바라보며웃을때내가세상을바라보고우는속을
넌들어찌알겠니 너도웃고는있지만
내우는속지우느라저혼자우는속을낸들왜모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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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를 극대화시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계는 다양하게 해석해볼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 설정으로 연인사이로 놓고 해석해보자면 둘 중 한사람에게는 털어놓을 수 없는, 혹은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이 있습니다. 그런 상대방을 바라보는 사람의 속도 새까맣게 타고 본인도 자신의 고통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서로 웃고는 있지만 실상 '그들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라는 노랫말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래서 이 시에 담긴 의미는 '아임쏘리'입니다. 나로인해 더욱더 아파야 할 상대방과 그로인해 역시 고통받는 화자의 서로에 대한 너무나 깊은 '배려'가 참으로 씁쓸함을 자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