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많으신분들,,ㅜ 시좀 찾아주세요[내공多]

시간많으신분들,,ㅜ 시좀 찾아주세요[내공多]

작성일 2010.04.23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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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현대시
1. 겨울 바다(김남조) / 눈길(고은) / 자수(허영자)
2. 벌레를 꿈꾸며(문정희) / 타오르는 책(남진우) / 쉽게 씌어진 시(윤동주)
3. 산(김소월) / 수대동시(서정주) / 또 다른 고향(윤동주)
4. 개화(이호우) / 꽃(박두진) / 화체개현(조지훈)
5. 비화하는 불새(황지우) / 푸른 옷(김자하) / 불(신경림)
6. 와사등(김광균) / 성북동 비둘기(김광섭) / 안개(기형도)
7. 조치원(기형도) / 한역(권한) / 사평역에서(곽재구)
8. 들국(김용택)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정희성) / 겨울 일기(문정희)

 

여기 있는 시 모두 찾아서 올려주세요.. 순서대로 부탁드려요,,ㅜㅜ

 

내공은 많이 드릴께요.



profile_image 익명 작성일 -

급하게 펌질합니다...

 

겨울 바다 /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海風)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


허무의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눈길 / 고은

 

이제 바라보노라.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눈길을.
온 겨울을 떠돌고 와
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
나의 마음 속에 처음으로
눈 내리는 풍경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
지나 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설레이는 평화로서 덮이노라.
바라보노라 온갖 것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눈 내리는 하늘은 무엇인가.
내리는 눈 사이로
귀 기울여 들리나니 대지(大地)의 고백(告白).
나는 처음으로 귀를 가졌노라.
나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
안에서는 어둠이노라.
온 겨울의 누리 떠돌다가
이제 와 위대한 적막을 지킴으로써
쌓이는 눈 더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이노라

 

 

자수 - 허영자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실

따라서 가면

가슴 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 보는 수풀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에 이른다.

 

남향 햇볕 속에

수를 놓고 앉으면

 

세사 번뇌

무궁한 사랑의 슬픔

참아 내올 듯

 

머언

극락 정토가는 길도 - 궁극적 이상향

보일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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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를 꿈꾸며 / 문정희

한번쯤 벌레를 꿈꾼 적이 있다면
이제 책벌레보다 애벌레가 되고 싶네
검은 활자를 갉아먹고
홀로 꿈틀거리며
집 한 채도 짓지 못하는 책벌레보다
휘청거리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초록 잎을 뗏목 삼아
하늘을 기어가는 애벌레가 되고 싶네
돈벌레는 너무 노골적이어서 겁이 나고
열매란 열매는 죄다 먹어치우고
모든 곳에 구멍을 뚫어놓는
식욕도 두려워
한번쯤 벌레를 꿈꾼 적이 있다면
이제 애벌레가 되고 싶네
결국 사랑하는 이의 심장 속에 사는
작고 아름다운 각시별 같은

 

타오르는 책 / 남진우

 

그 옛날 난 타오르는 책을 읽었네
펼치는 순간 불이 붙어 읽어나가는 동안
재가 되어버리는 책을
행간을 따라 번져가는 불을 먹어치우는 글자들
내 눈길이 닿을 때마다 말들은 불길 속에서 곤두서고
갈기를 휘날리며 사라지곤 했네 검게 그을려
지워지는 문장 뒤로 다시 문장이 이어지고
다 읽고 나면 두 손엔
한 움큼의 재만 남을 뿐


놀라움으로 가득 찬 불놀이가 끝나고 나면
나는 불로 이글거리는 머리를 이고
세상 속으로 뒤어들곤 했네


그 옛날 내가 읽은 모든 것은 불이었고
그 불 속에서 난 꿈꾸었네 불과 함께 타오르다 불과 함께
몰락하는 장엄한 일생을


이제 그 불은 어디에도 없지
단단한 표정의 책들이 반질반질한 표지를 자랑하며
내게 차가운 말만 건넨다네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읽어도 내 곁엔
태울 수 없어 타오르지 않는 책만 차곡차곡 쌓여가네


식어버린 죽어버린 말들로 가득 찬 감옥에 갇혀
나 잃어버린 불을 꿈꾸네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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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 김소월

산(山)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山)새는 왜 우노, 시메산(山)골
영(嶺) 넘어 갈라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리(七八十里)
돌아서서 육십리(六十里)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不歸), 다시 불귀(不歸),
삼수갑산(三水甲山)에 다시 불귀(不歸).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오십년(十五年)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물에는 녹는 눈.
산(山)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갑산(三水甲山) 가는 길은 고개의 길.

 


수대동시 / 서정주 
 


흰 무명옷 가라입고 난 마음
싸늘한 돌담에 기대어 서면
사뭇 숫스러워지는 생각, 高句麗에 사는 듯
아스럼 눈감었든 내넋의 시골
별 생겨나듯 도라오는 사투리.

등잔불 벌써 키어 지는데-----
오랫동안 나는 잘못 사렀구나.
샤알·보오드레-르처럼 설ㅅ고 괴로운 서울女子를
아조 아조 인제는 잊어버려.

仙旺山그늘 水帶洞 十四번지
長水江 뻘밭에 소금 구어먹든
曾祖하라버짓적 흙으로 지은집
오매는 남보단 조개를 잘줍고
아버지는 등짐 서룬말 젔느니

여긔는 바로 十年전 옛날
초록 저고리 입었든 금女, 꽃각시 비녀하야 웃든 三月의
금女, 나와 둘이 있든곳.

머잖아 봄은 다시 오리니
금女동생을 나는 얻으리
눈섭이 검은 금女 동생
얻어선 새로 水帶洞 살리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는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속에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 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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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 / 이호우

        

꽃이 피네, 한 잎 두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꽃 / 박두진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날의
아픈 피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靜寂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湖心아.

 

 

화체개현 / 조지훈

 

실눈을 뜨고 벽에 기대인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짧은 여름밤은 촛불 한 자루도 못다.

녹인 채 사라지기 때문에 섬돌 우에 문득 석류꽃이 터진다.

꽃망울 속에 새로운 우주가 열리는 파동!

아 여기 태고(太古)적 바다의 소리 없는 물보래가 꽃잎을 적신다.

방안 하나 가득 석류 꽃이 물들어온다.

내가 석류꽃 속으로 들어가 앉는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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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화하는 불새 / 황지우


나는 그 불 속에서 울부짖었다.

살려 달라고

살고 싶다고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불 속에서 죽지 못하고 나는 울었다.


참을 수 없는 것

무릎 꿇을 수 없는 것

그런 것들을 나는

인정했다.

나는 파드득 날개 쳤다.

 

명부에 날개를 부딪치며 나를

호명하는 소리

가 들렸다. 나는

무너지겠다고

약속했다.


잿더미로 떨어지면서

잿더미 속에서

다시는 살(肉)로 태어나지 말자고

다시는 태어나지 말자고

부서지는 질그릇으로

 

날개를 접으며 나는

새벽 바다를 향해


날고 싶은 아침 나라로

머리를 눕혔다.

일출을 몇 시간 앞둔 높은 창을 향해

 

 

푸른옷 / 김지하

 

새라면 좋겠네.

물이라면 혹시는 바람이라면

 

여윈 알몸을 가둔 옷

푸른 빛이여, 바다라면

바다의 한때나마 꿈일 수나마 있다면

 

가슴에 꽂히어 아프게 피 흐르다

굳어 버린 네모으 ㅣ붉은 표지여, 네가 없다면

네가 없다면

아아 죽어도 좋겠네.

재되어 흩날리는 운명이라도 나는 좋겠네.

 

캄캄한 밤에 그토록

새벽이 오길 애가 타도록

기다리던 눈들에 흘러 넘치는 맑은 눈물들에

영롱한 나팔꽃 한 번이나마 어릴 수 있다면

햇살이 빛날 수만 있다면

 

꿈마다 먹구름 뚫고 열리던 새푸른 하늘

쏟아지는 햇살 아래 잠시나마 서 있을 수만 있다면 좋겟네

푸른 옷에 갇힌 채 죽더라도 좋겠네

그것이 생시라면

그것이 지금이라면

그것이 끝끝내 끝끝내

가리어지지만 않는다면


불 / 신경림

백중날이면 앞장을 서서 버꾸를 치고 상모를 돌리던 양조장 배달부며, 평소에는 굼뜨다가도 운동회 날 장거리달리기에서는 매번 맨 먼저 운동장으로 달려들어오던 수리 조합 급사며, 그들의 작은 토막집들을 막은 판자를 타고 오르던 보랏빛 나팔꽃이며, 큰 소리로 웃고 떠들며 물을 긷는 그 아내들의 검은 발을 적시던 아침 이슬이며…

나는 물이 있다고 믿었다. 땅 속을 흐르다가 문득 지각을 뚫고 솟아올라 사라진 것이나 죽은 것들을 싱그럽게 적셔 되살리는, 그러나 어떠랴.

뻔질나게 미장원엘 드나들어 파마라는 별명이 붙었던 양조장집 딸이며, 결혼 날짜를 받아 놓고는 한밤에 동료 교사와 줄행랑을 놓던 교장의 딸이며, 꾸 꾸 꾸 안개 속에서 구렁이 소리로 울던 비둘기며, 비둘기 울음을 좇아 강물 속으로 들어간 그 에미며, 햇살을 따라 언덕으로 꿈틀꿈틀 기어오르던 강 안개며…

이 모든 것들이 하얀 잿가루로 펄 펄 펄 공중에 날린들, 물 대신 불이 있어서, 그리운 것이며 따뜻한 것들을 깡그리 태워 없애는 불이 있어서.

내 형해조차 남기지 않고 태워 없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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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등 / 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성북동비둘기 /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안개 / 기형도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이 읍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군단(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 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 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

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고

멀리 송전탑이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

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 다닌다.

 

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

방죽 위로 걸어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 서로를 경계하며

바쁘게 지나가고,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

아주 드물다. 이곳은 안개의 성역(聖域)이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강 위에

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 놓는다. 순식간에 공기는

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 찬다. 그 속으로

식물들, 공장들이 빨려 들어가고

서너 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린다.

 

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당했다.

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 겨울엔

방죽 위에서 취객(醉客) 하나가 얼어 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 그것이

쓰레기 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

 

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총신(銃身)을 겨눈다. 상처 입은 몇몇 사내들은

험악한 욕설을 해대며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

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

다시 읍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

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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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 / 기형도

 

사내가 달걀을 하나 건낸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1시쯤에  
열차는 대전에서 진눈깨비를 만날 것이다.  
스팀 장치가 엉망인 까닭에  
마스크를 낀 승객 몇몇이 젖은 담배 필터같은  
기침 몇 개를 뱉아내고  
쉽게 잠이 오지 않는 축축한 의식 속으로  
실내등의 어두운 불빛들은 잠깐씩 꺼지곤 하였다.  
 
서울에서 아주 떠나는 기분 이해합니까?  
고향으로 가시는 길이나보죠.  
이번엔, 진짜, 낙향입니다.  
달걀 껍질을 벗기다가 손끝은 다친 듯  
사내는 잠시 말이 없다.  
조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죠. 서울 생활이란  
내 삶에 있어서 하찮은 문장 위에 찍힌  
방점과도 같은 것이었어요.  
조치원도 꽤 큰 도회지 아닙니까?  
서울은 내 둥우리가 아니었습니다. 그곳에서  
지방 사람들이 더욱 난폭한 것은 당연하죠.  
 
어두운 차창 밖에는 공중에 뜬 생선 가시처럼  
놀란 듯 새하얗게 서 있는 겨울 나무들.  
한때 새들을 날려보냈던 기억의 가지들을 위하여  
어느 계절까지 힘겹게 손을 들고 있는가.  
간이역에서 속도를 늦추는 열차의 작은 진동에도  
소스라쳐 깨어나는 사람들. 소지품마냥 펼쳐보이는  
의심많은 눈빛이 다시 감기고  
좀더 편안한 생을 차지하기 위하여  
사투리처럼 몸을 뒤척이는 남자들.  
발 밑에는 몹쓸 꿈들이 빵봉지 몇 개로 뒹굴곤 하였다.  

그러나 서울은 좋은 곳입니다. 사람들에게  
분노를 가르쳐주니까요. 덕분에 저는  
도둑질 말고는 다 해보았답니다.  
조치원까지 사내는 말이 없다.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마지막 귀향은  
이것이 몇 번째일까, 나는 고개를 흔든다.  
나의 졸음은 질 나쁜 성냥처럼 금방 꺼져버린다.  
설령 사내를 며칠 후 서울 어느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한들 어떠랴. 누구에게나 겨울을 위하여  
한 개쯤의 외투는 갖고 있는 것. 
 
사내는 작은 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견고한 지퍼의 모습으로  
그의 입은 가지런한 이빨을 단 한 번 열어보았다.  
플랫폼 쪽으로 걸어가던 사내가  
마주 걸어오던 몇몇 청년들과 부딪친다.  
어떤 결의를 애써 감출 때 그렇듯이  
청년들은 톱밥같이 쓸쓸해 보인다.  
조치원이라 쓴 네온 간판 밑을 사내가 통과하고 있다.  
나는 그때 크고 검은 한 마리 새를 본다. 틀림없이  
사내는 땅 위를 천천히 날고 있다. 시간은 0시.  
눈이 내린다.

 

한역 / 권한


바다 같은 속으로

박쥐처럼 사라지다.


기차는 향수를 싣고


납 같은 눈이 소리 없이

외로운 역을 덮다.


무덤같이 고요한 대합실

벤치 위에 혼자 앉아

조을고 있는 늙은 할머니


왜 그리도 내 어머니와 같은지?

귤 껍질 같은 두 볼이


젊은 역부(驛夫)의 외투 자락에서

툭툭 떨어지는 흰 눈


한 송이, 두 송이 식은 난로 위에

그림을 그리고 사라진다

 

 

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붗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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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 / 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희성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거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겨울 일기 / 문정희

나는 이 겨울을 누워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이 겨울 누워서 편히 지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워 울어도
서로 서로 기대어 숲이 되어도
나는 무관해서

문 한번 열지 않고
반추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이 겨울.

 

 

 

 

 

답변확정좀요....


시간많으신분들,,ㅜ 시좀 찾아주세요...

... 순서대로 부탁드려요,,ㅜㅜ 내공은 많이 드릴께요. 급하게 펌질합니다... 겨울 바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