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안락사 입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지난 2021년 3~4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안락사 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태도를 실시한 결과 76.3%가 안락사 입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24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서 안락사 찬성 비율은 76.3%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난 2008년과 2016년 실시한 안락사 설문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찬성 비율이 약 50%에서 약 1.5배 높아졌다고 밝혔다. 찬성 이유로는 ‘남은 삶의 무의미’가 30.8%로 가장 많았고, ‘좋은(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 26.0%, ‘고통의 경감’ 20.6%, 가족 고통과 부담 14.8% 순이었다.
반대 이유로는 ‘생명존중’이 44.3%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그 외 ‘자기결정권 침해(15.6%)’, ‘악용과 남용의 위험(13.1%)’, ‘인권보호에 위배(12.2%)’, 의사의 오진 위험(9.7%)‘ 순으로 고르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안락사 도입을 논의하기에 앞서 환자들이 안락사를 원하게 되는 상황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안락사를 원하는 상황은 크게 신체적 고통, 정신적 우울감, 사회·경제적 부담, 남아있는 삶의 무의미함으로 나눠진다”며 “안락사 입법화 논의 이전에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줄여주는 의학적 조치나 의료비 지원,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또 설문 조사에서 ‘광의의 웰다잉’을 위한 체계와 전문성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약 85.9%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광의의 웰다잉은 호스피스나 연명의료를 결정하는 것 외에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독거노인 공동 부양, 성년 후견인, 장기 기증, 유산 기부, 인생노트 작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설문에서 ‘광의의 웰다잉이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약 85.3%가 동의했다.
윤 교수는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광의의 웰다잉이 제도적으로 선행되지 못하면 안락사에 대한 요구가 급격하게 거세질 수 있다”며 “환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경제적, 존재적 고통의 해소를 위해 웰다잉 문화 조성과 제도화를 위한 기금과 재단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국제학술지 ‘국제환경연구및공중보건’ 인터넷판에 지난 4월 24일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