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입니다.
**님이 스스로 수줍음을 많이 타고 자신감도 없다고 이렇게 상세하게 얼마나 슬펐는지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적어주신 것을 보면 굉장히 용기있는 학생이란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정말 창피한 일이면 고민글도 올리지 않고 혼자 끙끙 대고 있었을 테니까요. 고민글을 올리신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용기 있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 대견스러워서 칭찬해주고 싶어요.
새학기 첫날부터 체육시간에 본인 잘못도 아닌 것에 대해 꾸지람을 들었으니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요? 선생님께서 미처 자세히 알지 못하시고 여러 학생들, 그것도 새로 만난 친구들 앞에서 꾸중을 하셨으니 억울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을 것 같아요. 누구에게 이야기할 친구도 없으니 얼마나 힘들었으면 맛있게 먹어야 할 점심을 울면서 먹었을까요. 선생님도 참 가슴이 아프네요.
거기다 슬프고 억울한 것이 너무 컸는지 살기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구요. 그런데 **님이 죽고 싶다는 생각 뿐 아니라 그 후까지 생각해서 슬퍼할 가족들 걱정에 차마 그러지 못한 것을 보아 **님께서는 정말 착하고 마음이 고운 사람인 것 같아요. 정말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만이 나로 인해 슬퍼할 다른 사람을 생각안한 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지요. **님이 없어지면 더욱더 슬퍼하고 힘들어 할 가족들을 생각했고, 그것 때문에 한번 더 고민하고 생각을 했다니 나이에 비해 참으로 생각이 깊어 선생님은 한편으로 다행이에요.
친구 많이 사귀는 법, 수학여행에서 같이 다니는 법을 궁금해 하셨죠? 친구와 친해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먼저 인사하거나 잘 도와주기, 똑같이 관심을 갖는 것이 있다면 그에 대해 같이 얘기하기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소심한 성격일수록 친구를 사귈 때 신중해질 수 있어서 그런 만큼 다른 사람들보단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어요. 짧은 시간에 좋은 친구를 얻는다면 좋겠지만, 살짝 오래 걸리더라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아요. 지금 친구에게도 잘 해주시고요.
그리고 친구 사귀기는 **님뿐 아니라 다른 많은 학생들도 고민하는 것이랍니다. 굳이 소심하고 여린 성격을 가진 사람만 고민하는 것은 아니에요. 씩씩해 보이고 친구가 많은 다른 학생들도 속으로는 다 마찬가지 고민을 하고 있을 수 있어요. 그런 만큼 **님께서 솔직하게 다가가면 고민하고 있던 다른 친구들이 마음을 열 수도 있고요. 예를 들어 ‘아, 나 친구 많이 사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아직 아무도 모르는데 같이 가기도 겁나고 좀 어색하기도 하고. 혹시 같이 갈 친구 없으면 나랑 같이 갈래?’하고 옆에 있는 친구에게 말을 걸어보면 어떨까요.
그런데 지금 친구를 많이, 빨리 사귀면 **님의 아프고 불안한 마음이 없어질 것도 같지만, 반대로 마음의 상처가 좀 아물어야 친구도 잘 사귈 수 있어요. 체육 선생님의 꾸중이 보통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힘들었을까요? 보통은 ‘아, 재수없게 혼났네. 선생님 밉다’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잘 들지 않을 것 같아요. 즉, 선생님의 꾸중 하나만으로는 죽어야할 이유까진 되지 않지요. 그런데 **님은 선생님의 꾸중에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니, 그만큼 지금 무척 불안하고 예민해져 있는 것 같아요. 만일 선생님의 꾸중으로도 굉장히 힘들어 할 정도면 다른 많은 상황에서도 비슷한 마음이 자주 들 것 같은데, 지금까지 비슷한 일로 참 많이 상처받고 아파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한다면 학교에 있는 순간순간이 얼마나 괴롭고 힘들까요.
즉, 지금 **님은 그동안 많이 참아 왔고, 또 많이 노력해 왔는데 스스로 많이 지쳐있는 상태일수도 있어요. 지금까지 잘 버텨온 것은 **님이 가지고 있는 힘이랍니다. 선생님은 그 힘을 참 칭찬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앞으로 계속 이렇게 힘들고 싶진 않지요? 그렇다면 이제는 **님의 마음이 왜 선생님의 꾸중 하나로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힘들고 여려졌나, 한번 생각해볼 시기인 것 같아요.
스스로 소심하고 상처를 많이 받는 성격이라고 하셨는데, 대체로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힘들고 화나고 상처 받은 마음을 잘 이야기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즉, 어떤 아이가 자기를 놀리거나 못되게 굴어도 그 앞에선 한마디도 못하고 다른 곳에 가서 혼자 울고 마는 사람들이 많지요. 소심하고 여린 성격은 한편으론 착하게 보일 수도 있어요.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정작 자신에겐 매 순간순간이 힘들 수도 있어요. 마음 속 상처가 오래 머물러 있으면서 점점 쌓이게 되는 것이죠. 상처가 쌓인 상태에서는 사소한 것에도 상처를 받을 수 있게 되고요. 적당히 착한 것은 괜찮지만 지나치면 독이 되는 것이지요. 눈물 참는 법을 물어보셨는데, 참더라도 그때 참은 눈물은 반드시 나중에 더 크게 흘리게 된답니다. 차라리 눈물이 나올 때는 그냥 흘리는 것이 좋아요. 창피하긴 하지만, 나중에 더 크게 울어서 힘든 것보단 나을 수 있어요. 어차피 다른 친구들도 다 자신들이 힘들 때 화장실에서건, 방에서건 눈물을 흘린답니다.
즉, 만일 **님이 지금까지 상처를 쌓아왔다면, 이제 좀 더 용기를 내야 하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상대방에게 **님의 서운한 마음, 섭섭한 마음, 슬픈 마음, 화난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상처를 받은 그 순간 그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습관을 들이면 그 상처는 오래 가지 않는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상처가 더 이상 쌓이지 않게 되겠지요. 이것은 지금까지 해오지 않던 연습이라 처음엔 많이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럴수록 내가 내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내가 나중에 더 힘들어진다, 고 생각하시고 과감하게 얘기하셔야 해요. ‘나 지금 니 말 때문에 기분이 나빠’라고 얘기를 해도 상대방이 들은 척도 않고 더더욱 나를 놀리거나 내 이야기에 콧방귀도 안 뀌거나 오히려 화를 내는 한이 있어도 여러 번 시도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님의 마음 속에서 서서히 자신감이 생겨나 친구들에게 말을 거는 것도, 친해지는 것도 훨씬 편하게 여겨지는 때가 올 수 있어요.
그리고 혹시 주변 친구에게 이런 고민을 얘기 해보신 적은 있나요? 아니면 주변에 이런 얘기를 해본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닌가요? 많은 사람들은 상처를 받았을 때 부모님, 형제자매, 친구들에게 그 얘기를 하고 나의 마음을 좀 위로해줘, 라는 마음으로 그런 얘기를 털어놓고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청한답니다. **님께서 이곳에 고민을 올리시는 것과 똑같이요. 마음이 아플 때는 그 마음을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도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랍니다. 친구에게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아, 이 친구가 나를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면서 이 세상에 나만 혼자 있는 것은 아니구나, 나의 아픔에 같이 아파해줄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마음이 좀 풀리는 것을 의미해요. 내가 아플 때 같이 아파하고 내가 기쁠 때 같이 기뻐해줄 것 같은 친구, 즉 친한 친구에게 여기에 이렇게 고민을 올리는 것처럼, 한번 **님의 마음을 조금씩 털어놔보는 것은 어떨까요. 친구와 이야기한다는 것은 바로 이렇게 서로의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도 많아요.
만일 이런 연습이 매우 어렵게 느껴지고 도저히 혼자서는 할 수 없을 것처럼 생각된다면 그땐 지금 이곳에 도움을 요청하신 것처럼 가까운 상담 센터나 학교의 상담선생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세요. 하지만 그 전에 조금이라도 용기를 내어 한 번 시도해 보는 것을 권해주고 싶어요. **님께는 그럴 만한 용기가 충분히 있어 보여요.
힘든 새학기 출발이었지만 그만큼 **님이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래요.
혹시 앞으로 더욱 힘들어지거나 또다른 고민이 생기면 언제든지 또 글을 올려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