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 교수는 '스몰볼을 추구하는 일본야구를 좋아하는 일본 국민들의 국민성'이라는 다소 황당한(?) 것을 학생들에게 묻기도 했는데 질문 내용을 읽어보니 조금 답답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아쉬운 마음이 생깁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동하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는 건 국민에 대한 기만? 이라는 부분이 찬성입니다. 라는 의견을 어느 개인이 가지고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다수의 의견이라면 고지식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뜻으로 안타깝습니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며 전쟁 억제력을 위해 복무하는 군인들의 의식주도 국가대표 운동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국민들이 그들에게 원하는 것은 전쟁을 억제하고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등 국가의 안녕이지, 전쟁을 벌여 승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에게 투입되는 세금은 경기력 향상 또는 운동을 하는데 있어 최소한의 투자이지 반드시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을 해서 나라를 대표해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그들의 역할은 다 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게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그것은 그들이 국민들에게 선사하는 선물이고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을 높여주는 살아있는 외교를 펼친 것입니다. 비록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다고 해도 그들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민을 대표해 경기를 펼친 것이고 나라의 존재를 알린 것입니다.
우리의 세금을 그들이 사용해 나 자신, 더 나아가 10명의 국민, 100명의 국민, 1000명의 국민을 대신하는 그 자체를 원해야지, 금메달을 획득하거나 1위를 원하는 것은 지나치게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것이 스포츠는 국민을 화합하게 하고 운동선수들은 투혼이라는 것을 발휘, 감동이라는 선물을 주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우게 하는 양분을 선사합니다. 또 스포츠는 비단 어느 나라의 국민적 화합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스포츠는 인류의 화합과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핑퐁외교라는 말이 있듯 정치적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정치적 수단이 된다는 것을 나쁜 의미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순기능에 주목한다면 스포츠는 인류에게 있어 기분 좋은 종합선물세트같은 것이고 그런 스포츠를 움직이는 주체가 바로 운동선수들,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동하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는 건 국민에 대한 기만? ◀저는 이 문구를 누군가 주장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금메달이나 1위만을 원한다면 그것은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국민으로서 지나친 요구입니다. 국제대회에 출전한 것으로 세금의 역할은 다 한 것입니다.'라고.
국가대표 선수들과 같이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가는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의 비리 등을 바라볼 때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은 정치인 같은 부류의 인간들과 다르다는 점이 몹시 고맙게 느껴지는 것은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거라고 봅니다.
정치인 등은 국민들의 주머니를 탐해 국민들의 인상을 구겨지게 하고 혈압약이 잘 팔리게 하는 등 살맛을 잃게 하는 주범이 되기도 하지만 국가대표를 비롯한 운동선수들은 불굴의 도전정신을 일깨워 주고, 건강한 눈물도 주며 가슴 터질 듯한 감동도 줍니다. 얼마나 고마운 존재입니까?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유도 최민호 선수의 눈물, 역도 이배영 선수의 투혼, 수영 박태환 선수의 환호를 기억하고 그 때 자신의 감정을 기억하고 있다면 스포츠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 그 자체만으로 그들은 그들의 역할을 다 한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최민호 선수와 박태환 선수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는 건 국민에 대한 기만? 이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그저 기본만 한 선수들이겠지만 말이죠.
나라의 세금으로 학비를 내지 않고(의무교육)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90점 이상의 우수한 성적을 내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할 수 없는 것이고, 공부를 등한시하는 학생들에게 국민을 기만한다고 할 수 있다면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도 그런 말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