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질문자분이 알고 있는 것 이상의 정확한 답변이 돌아오진 않을겁니다. 조금 더 추가하자면 선정리도 더 깔끔하고, 브레이크 성능이 확실히 더 좋고, 변속감도 더 괜찮고 신뢰성도 좋다 정도지만, 사실 변속감이나 신뢰성은 케이블을 교체하고 정비만 잘 되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않죠.
현명한 소비와 구동계만 놓고보자면 클라리스를 사시는게 좋습니다. 질문자분 상황에서는 클라리스를 타는게 좋습니다. 기어비나 변속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을때는 굳이 좋은 걸 탈 이유도 없고 활용도 어렵습니다. 위에 변속감이나 신뢰성이야기하면서 정비이야기를 했는데, 정비에 대해서도 아직 아는 부분이나 경험도 없으니 타고 경험하면서 익숙해져야하는 부분입니다. 울테그라 타면서 테스트용으로 쓰기에는 가격대가 너무 높죠.
1988년 당시 올림픽에서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이며 새로운 대세가 되었던 시마노 듀라에이스는 8단이였습니다. 지금은 12단이죠. 30년이 넘은 지금까지 4단을 올렸는데, 그만큼 1단을 올리는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8단도 저가취급당하지만 당시 8단은 신기술이였습니다.
구동계만 놓고 보면 브레이크와 단수는 상급으로 갈수록 매우 중요합니다. 장거리를 갈때 기어비 1개가 더 있고 없고 차이가 체력차이를 만들기도 하고, 다운힐에서 브레이크가 원활하지 못할때는 계속 힘들게 잡아야하므로 상황에 따라(림브레이크방식, 우중일 경우 등)팔에 근육통이 오기도 하죠.
그런데, 입문에서 저 위의 두가지가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브레이크는 중요하긴 한데, 조심히 타면 되는 문제가 되지 않기는 하고, 단수는 입문단계에서 단수가 부족하고를 느끼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정확히는 기어비가 부족하다고 느끼는건데, 기어비 부족은 단순히 말로 설명드리기 어렵습니다.
기어비를 이야기할때, 단순히 언덕오를때 좋다 나쁘다로 간단히 표현하는건 입문하는 사람에게 설명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입니다.
컨디션 80%일때 사용하는 기어비와 컨디션 100%에서 사용하는 기어비가 다릅니다. 같은 역풍일때도 4m/s에서의 기어비와 3m/s에서의 기어비가 다릅니다. 오늘 코스는 어려우니까 평소보다 체력을 덜 사용해야되는 경우도 있고, 운동하려고 더 강하게 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사람마다 힘도 다르고 사용하는 케이던스도 다릅니다. 타다보면 자기 케이던스를 찾는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게 아니죠. 이런 변수들을 모두 감안해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체감적으로 지금 상황에서는 이정도를 쓰는게 좋겠다 정도고, 정확하지도 않고 대략 하나내리고 올리고정도로 퉁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거든요. 기어가 많을 수록 이런 변수에 대체가 수월하겠죠.
지금 질문자분이 가장 크게 간과하는 부분이 구동계만 보고 있는 부분입니다. 컴퓨터와 비교하자면 그래픽카드 한종류만 보고 있는겁니다. 메인보드 칩셋은 무엇인지, CPU는 무엇인지, 메모리용량은 얼마인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래픽 카드 한종류만 보고 가격차이가 왜 이렇게 나는지 질문하고 있습니다.
구동계는 단수와 변속 신뢰성, 브레이크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볼 때 그것만 보고 구매를 할 수는 없지요. 완성차에서 클라리스 자전거와 울테그라 자전거를 단순히 가격차이만 보면 200만원정도 차이가 난다고 가정해보죠. 더 따지자면 클라리스세트와 울테그라 세트가 100~120만원정도 차이가 나겠죠. 아마 자전거 제조사에서 구매하는건 가격차이가 더 적게 날겁니다. 그런데, 완성차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프레임 재질도 다르고, 휠셋도 다르고, 스템, 싯포스트, 핸들바, 안장 등의 기타 컴포넌트도 완전히 다릅니다.자전거 제조사가 더 저렴하게 대량구매하므로 프레임, 휠셋 등 전체적으로 개별적으로 살때보다 더 저렴한 완성차를 사는게 일단은 현명합니다.
클라리스에서는 그룹셋만 봐도 됩니다. 다른걸 신경쓸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거든요. 울테그라는 그룹셋만 보면 안됩니다. 구동계가 중요하긴 하나, 다른 부분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오히려 다른 부분을 더 중요시 여겨야합니다. 컴퓨터 처음살때 CPU만 보다가 나중에는 메인보드도 중요하고, 그래픽카드도 중요하고 메모리용량이나 하드디스크 용량이 중요해지는것과 비슷합니다. 적당한 가격의 사무용 컴퓨터 수준에서는 CPU와 메모리, 하드디스크용량 정도만 보면 되겠죠. 그런데, 게이밍 컴퓨터를 고를때는 추후 업그레이드를 위해 메인보드와 퍼포먼스를 위한 그래픽카드 등도 모두 따져야겠죠. 나중에 업그레이드를 해야할 경우 호환소켓을 써야하고, 최신형 호환 소켓이 없는 메인보드를 사지는 않잖아요. 또, 그렇게 비용을 들인다고해서 성능이 비례적으로 올라가지는 않죠.
자전거도 그런면에서 비슷한데, 하이엔드 컴퓨터는 CPU와 메인보드부터 고르고 나머지를 고르듯이 고가 자전거는 프레임부터 고르고 나머지를 결정합니다. 프레임을 더 중시하게되거든요. 가격대 성능도 105까지는 그럭저럭 가격대비 성능이 올라갑니다. 105가 가성비가 좋은게, 울테그라와 단수는 같으면서 무게와 브레이크를 제외하면 거의 같다고 봐도 좋을 수준이다보니 105가 인기가 좋은겁니다.
그전까지도 가격대비 성능이 점차 떨어지기는 하지만 105를 넘어서면서부터는 가격대비 성능이 확실하게 둔화됩니다. 예를들어 수치로 보기쉬운 무게만 놓고 가정하자면 10만원짜리 자전거가 15kg이면 50만원짜리 자전거는 12kg이고, 100만원짜리는 9kg, 200만원짜리는 7.5kg, 300만원짜리는 7kg인데, 500만원부터 6.5kg입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 입장에서 가격을 따지자면 알루미늄 105급으로 시작하라고 하고 싶네요. 그 뒤는 본인 취향을맞춰야하는 부분이 있고, 일반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클라리스 사라고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