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잘못 알려진 포지션. 흔히 홀딩과 앵커로 구분한다고 잘못 알려져 있으나, 홀딩과 앵커는 둘 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의미하는 동의어이다. 오히려 굳이 구분한다면 한국에서의 홀딩은 수비 전문, 앵커는 공격 가담이라는 인식과 다르게 앵커 쪽이 좀 더 수비적인 롤에 가깝다.
홀딩 미드필더는 4-4-2의 중앙 미드필더 중 보다 수비적인 롤을 맡은 선수와 4백과 미드필더 라인의 사이에 위치해 포 백의 보호를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 양쪽을 모두 의미하는 말이고, 앵커 맨은 후자, 그러니까 포 백의 보호를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만을 지칭한다. 앵커맨이라는 용어는 패스가 앵커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붙은 용어이다. 뉴스 프로그램에서 앵커가 하는 역할이 기자와 기자 사이의 연결역할을 하는 것인 것처럼. 물론 홀딩보다 더 후방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이 더 수비적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피를로와 같은 레지스타가 중앙미드필더보다 뒤에 위치하지만 더 수비적이지는 않은 것과 같다. 스페인어로는 이 역할을 '피보테'라고 부른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홀딩과 앵커로 구분되고 홀딩은 수비롤을, 앵커는 볼 배급을 맡는다는 오해가 생겨난 것은 국내에 축구용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팀의 살림꾼으로서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이 커지며 마케렐레와 사비 알론소 같이 같은 자리에서 뛰지만 전혀 다른 역할을 맡는 경우가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런식으로 서로 다른 성향의 수미를 적절하게 분배해 성공을 이뤄낸 팀이 발렌시아로 알벨다와 바라하의 조합은 그 당시 스페인 국대에서도 쓰였다.
'더블 볼란치'라는 용어가 널리 퍼졌는데, 이런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 명을 두는 전술에서는 각각 공격 가담이 중요시되는 선수와 수비적인 역할에 집중하는 선수로 구분된다는 게 철칙이라고 잘못 전해졌고, 그에 따라 그런 선수들은 홀딩과 앵커로 구분한다는 잘못된 상식이 퍼지고, 이런 구분법이 국내에서 와전된 것.
볼란치(Volante)란 단어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브라질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가리켜 볼란테라고 했다. 더블 볼란치란 말은 그저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 명 두고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전통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말하는 것은 이탈리아어로 인테르디토레(Interdittore. 저지하는 자)로 불리며 미드필더 최후방에 위치하며 경기 내내 수비적인 역할을 해내는 포지션이다. 상대 키플레이어를 대인 마크하거나 존 디펜스, 적극적인 볼 커팅을 해 내며 유사시에는 수비 라인에 가담하기도 한다. 강한 몸싸움과 태클, 맨 마킹 능력이 요구된다.
클로드 마케렐레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마우로 실바가 대표적이다.
축구에 중요하지 않은 포지션이 어디있겠냐만은 엄청난 운동량과 헌신이 요구되며 잘하고 있는 이 포지션의 선수들은 함부로 팔았다간 팀의 밸런스가 통째로 무너져 버릴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갈락티코스 시즌 1의 레알 마드리드가 있다.
당시
델 보스케의 지휘 아래 챔스를 차지한 후 베컴을 영입하면서 공격 일변도로 막나가는 팀의 밸런스를 가까스로 유지해 주던 마켈렐레를 첼시로 내보내고 그에 맞는 대체 선수를 영입하지 않은 채 이적 시장을 마쳤는데, 이후 새로운 중원 조합으로 엘게라, 구티, 캄비아소, 셀라데스, 보르하, 베컴 등 여러 선수들의 조합을 시험해 봤으나 결과는 모두 좋지 않아 중앙 수비 문제와 더불어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진이 팀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장기간 자리잡게 된다. 베컴은 당시 중원에서도 여전한 날카로운 킥력과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줬지만 그를 받쳐줄 중원 파트너를 끝내 찾지 못했고, 결국 피구의 인테르 이적 후 본 포지션인 우측 윙으로 복귀하게 된다.
이후 그라베센, 파블로 가르시아, 에메르손 등 우수한 수미들을 영입해 보지만 이들마저도 모두 실패했고, 페르난도 가고와 마하마두 디아라, 라쓰 디아라의 가세 후에야 한숨 놓을 수 있게 되었으며, 알론소와 케디라를 영입하면서 고질적인 중원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마드리드 보드진이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으나, 갈락티코 2기 이후로는 많은 신경을 썼고, 그 결과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과 수비를 담당하는 미드진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다.
이와 반대로 팀 밸런스가 무너졌던 클럽에 가세하여 팀의 기틀을 쌓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는 케이스도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에드가 다비즈다. 2004년
프랑크 레이카르트 체제 하의 당시 바르셀로나는 팀의 방향성을 잃고 갈팡질팡하며 중위권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전반기에 7승밖에 거두지 못 하며 12위까지 떨어졌었고, 당시 레이카르트의 감독직도 당연히 위태위태한 상태였다.
겨울 이적시장 때 유벤투스에서 임대로 영입한 수비형 미드필더 다비즈는 엄청난 활동량과 맨마킹, 키핑 등을 보여주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이로 인해 팀 전체 퍼포먼스도 엄청 상승하여 당시 승점 18점 차까지 레알 마드리드에 뒤쳐졌던 팀을 마지막에는 레알을 4점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을 일궈내는 데 크게 일조하였고, 이후 바르셀로나 왕조의 기반이 되는 영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임대의 전설로 남게 된다.
또한 2009년에는
리버풀 FC가
사비 알론소가 나간 뒤에 그 자리를 아퀼라니 복귀전까지 못 메우고 7위로 내려가기도 했다. 국대에서 제라드와 베리 조합이 좋아서 베리를 데려오려고 했는데, 그만 단장의 삽질로 영입 무산->알론소 변심->그 시즌 알론소 각성->시즌 후 이적+베리는 맨 시티에 뺏김.
2010년에
리버풀 FC는 마스체라노까지 팔면서 한동안 강등권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 경우도 챔스 못 나가고, 마스체라노를 성장시켜 준 베니테스가 나가 버렸고, 바르셀로나에서 제의가 오자 선수 본인이 이적을 선택했다. 그리고 감독 교체 뒤 성적을 보면 알겠지만 이건 호지슨 문제다.
이후 압박이 현대 축구를 정의하는 키워드로 자리잡으면서 상대적으로 압박에서 자유로운 후방에 위치한 선수, 즉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이 계속 커져서 수비 뿐 아니라 공격전개와 볼 배급을 맡게 되는 경우가 늘었다.
볼 배급과 조율을 장기로 하는 이런 선수들을 이탈리아어로
레지스타(Regista, 연출가)라고 부른다. 미드필더 후방에서 공을 이어받아 전방으로 공격을 전개시키는 역할을 주로 하며 시합의 흐름을 단번에 반전시킬 수 있는 뛰어난 패스 능력과 경기를 읽는 눈을 요구한다. 이 포지션을 대표하는 선수로는
사비 알론소,
안드레아 피를로가 있다.
레지스타는 자신을 보좌하는 한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 보통이며, 오버래핑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위치상 수비형 미드필더이지만 많은 수비적 능력을 요구받지는 않고, 도리어 공격적 측면에서 팀의 큰 패스의 줄기를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상대방의 1선과 2선 사이에서 혹은 그 위로 움직이는 지휘자, 플레이 메이커.
잉글랜드에서는 와이퍼라 불리는 롤도 있는데 이는 굳이 수비진에 박혀 있는 것에 한정하지 않고 자동차의 와이퍼처럼 경기장을 쓸어 버리는 롤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선수라면 시소코,
비에이라를 들 수 있겠다. 단지 이 유형의 선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한정할 수 없고 오히려 중앙 미드필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