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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하다가 칼 든 강도 만난 이야기

작성자 익명 작성일 2022-08-29 16:58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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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베 병신들은 왜 인증도 없는 글을 자꾸 퍼가냐? 븅신들 아님?


맨날 발광하면서 왜 자꾸 퍼가서 보냐? 이해가 안되는 애들이네


집에 군중 쳐들어온 이야기, 시골집에 누가 멋대로 거주한 이야기에 이어서 이번엔 외국에서 강도 만난 이야기임


별로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건 2019년 가을에 있던 일임


난 그때 유럽의 학생 기숙사에 살고 있었음. 기숙사는 2미터는 족히 넘는 쇠창살 담장으로 빈틈 하나 없이 보호되고 있었고, 출입구는 주민들이 카드키로 통과하는 정문과, 등록된 차량만 통과 가능한 차량 출입구 둘밖에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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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해서 대략적인 기숙사의 구조를 그려봄


내가 처음 기숙사에 살기 시작했을때 쓰레기 분리수거장은 A동 오른편 작은 공터(연두색 원)에 있었음. 그때는 분리수거장이 담장 안에 있어서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었지만 이후에 기숙사 확장 공사가 진행되며 담장을 넓히는 공사가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임시 분리수거장이 1년정도 담장 밖 공터(붉은 원)으로 옮겨짐


무슨 정신병원 수준으로 철저하게 폐쇄적인 환경이라 저기 사는 애들도 가끔 열쇠를 잃어버리거나, 깜빡하고 방 안에 두고 나오면 정문 앞에 쪼그려 앉아서 룸메든 다른 주민이든 누가 문 열어줄때까지 기다리곤 했음


담장이 워낙 험악하고 기어오르기 힘들어서 저기서 내가 사는 몇년간 그걸 넘는놈을 딱 두명 봤는데 그중에 한명은 군 출신으로 아프리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 쏴죽였던 경험 있는 놈이었으니까 운동부족 현대인에게는 사실상 넘는게 불가능했지



가끔 집에 혼자 있으면 갑자기 밀린 집안일이 생각나서 엄청 신경쓰이는 순간이 있잖아? 그 날이 그랬음. 자정을 넘겨서 자야 할 시간인데 갑자기 깔끔하게 쓰레기를 비우고 오면 되게 개운할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대충 슬리퍼 신고 열쇠만 챙겨서 양손에 일반쓰레기랑 재활용 쓰레기 들고 밖으로 나갔지


여기 분리수거 시스템은 존나게 느슨함. 뭐 말로는 종이는 종이대로 금속은 금속대로 그런 매뉴얼이 존재하긴 하는데 막상 쓰레기장 나가보면 쓰레기통이 두종류 혹은 세종류임


*일반쓰레기, 재활용쓰레기


*일반쓰레기, 페트병 및 플라스틱, 기타 재활용쓰레기


딱 봐도 구분이 존나 느슨하잖아? 당연히 제대로 지키는 놈들이 별로 없음. 일본같은 경우엔 쓰레기 분리수거 좆같이 하면 수거업자들이 경고스티커 붙이고 제대로 내놓을때까지 안가져가잖아? 여기는 다름. 만약에 네가 일반쓰레기통에 유리병, 깡통, 이케아 빨래건조대를 넣는다? 이놈들은 좆도 신경 안쓰고 그냥 쓰레기수거차에 우당탕 쏟아넣은다음 휭 가버림. 그러면서 시발 티비만 켜면 생태계를 구하자며 지랄 옘병을 떨지


그래도 나는 양심이란게 있고, 나중에 내가 결혼이란걸 해서 애가 생겼는데 애가 물 한모금 구하기 힘든 사막화된 지구에서 "임모탄 조! V8! V8!"이지랄 하는건 싫어가지고 페트병을 하나씩 집어다가 구멍에 밀어넣고 있었음. 그때 재활용 쓰레기통엔 잘 다듬어진 대걸레자루처럼 생긴 나무막대 긴게 있어서, 저걸 집어가서 적당히 잘라다가 창가에 만들고있던 토마토 화분 받침대를 보강하는데에 사용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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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뒤에서 말 걸어서 돌아보니 이 상황인거임


깜빡하고 위에 말 안했는데 경비실 새끼들은 17시 30분에 퇴근함. 퇴근한 이후엔 cctv만 조용히 돌아가는 말이좋아 경비실이지 그냥 우리 학교가있을때 오는 아마존 택배 받아주는 그런 역할임


딴생각 하느라 주위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더니 누가 와서 내 뒤에 서는것도 몰랐음. 다듬지 않은 지저분한 수염 그리고 가을이긴 했지만 아직 입기에는 이른 많이 낡은 긴팔 긴바지차림을 보니까 부랑자구나 싶었음


그래도 부르면 대답을 하는게 예의잖아? 그래서 "예. 좋은 저녁입니다"라고 조건반사적으로 안부인사까지 해버림. 군대에서 누가 이름 부르면 관등성명 튀어나오는것처럼 말이지


그랬더니 그 놈이 왼손으론 뭘 달라는 손짓 하면서 오른손은 겉옷 주머니에서 뭘 꺼내더니 착! 하니까 칼날 튀어나오더라


시발 otf나이프는 존윅같은 영화에서나 나오는거 아니었냐고. 비싸다고 들었는데 노숙자가 왜 그런걸 들고 다니냐고. 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구질구질한데 저 칼은 반짝반짝 새거냐고. 칼도 누구한테서 뺏었나? 칼든놈한테서 칼을 뺏으려면 뭐 총이라도 가지고 있었나? 별 생각이 다 들었음


그때 아까 봤던 나무토막 생각이 나더라고. 재빨리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었으니까 그걸 잡아뽑아서 저놈을 찌르든 휘두르든 하면 내가 더 긴 무기를 가지고 있으니까 우위를 점할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잠깐 고민을 해봤는데


문제는 내가 그 나무토막 상태가 어떤지 잘 모른다는거였음. 잡아 뽑았는데 존나 짧을수도 있는거고, 겉보기에만 나무인 싸구려일수도 있는거고, 아니 어쩌면 그냥 멀쩡한 대걸레일수도 있는데 그걸로 뭘 어쩔거야? 갑자기 잠들어있던 창술의 재능이 눈을 뜨겠어 그런다고? 내가 아무리 그거 휘둘러봤자 고딩때 담임놈한테 대걸레자루 한두번 맞아본것도 아니고 그렇게 아픈 물건이 아니란걸 잘 아는데 그걸로 칼든놈을 어떻게 제압해. 내가 뭔 칼리 아르니스같은 단봉술 연마한것도 아니고


그래서 포기함


'나이프 파이팅에서 승자는 앰뷸런스 안에서 죽고, 패자는 길바닥에서 죽는다', '최고의 나이프 호신술은 도망치는거다' 이런 소리 지껄이는 중2병새끼들 있잖아? 걔들 칼든놈 만나본적 없을거임. 미친놈이 칼을 들고 나를 노릴때 도망칠 수 있는 환경은 생각보다 별로 없더라고. 내 경우엔 빌어먹을놈의 쓰레기통이 뒤를 막고 있었음



아 씨발 어쩌지 하고 천천히좀 고민하고 싶은데 걔는 내 앞에서 자꾸 칼 휘적거리고 있고 시발 어쩌라고 나보고. 칼은 존나 뾰족해. 길이도 존나 애매해서 찔리면 순식간에 죽지도 못해가지고 피흘리고 지랄하다가 아무도 안도와줘서 집까지 기어간다음 간신히 구급차 불러서 구급차는 또 존나 늦게 와가지고 세월아 네월아 병원 실려가서 전혀 응급하지 않은 응급실에서 성의없는 간호사년이 귀찮은티내며 대충 일처리하는동안 피 존나 잃고 한참 뒤에야 존나 무능한 아랍인 의사-여기 아랍인 의사 존나 많음-한테 잘못된 처치 받아서 상처 덧나가지고 죽을 각임


씨발 어쩌라는건데


그래 씨발 어쩌라고! 그게 답이었음


어쩔건데 씨발 난 지금 시점에서 그 노숙자 새끼보다 가진게 없는데. 저새끼는 스위치 누르면 튀어나오는 멋진 칼이라도 가지고 있지 나는 낡은 에코백 하나 들고있는데


그래서 에코백 안에 아무것도 없는거 보여주고, 주머니 끄집어내서 지갑도 핸드폰도 없고 열쇠 달랑 하나 있는거 보여준다음 두 손 머리높이로 들고 말했음


"쓰레기 버리러 나오는데 지갑을 가지고 나올리가 없잖아요?"


그랬더니 담배도 없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담배 안핀다고 했지. 여기 담배값이 두갑에 21유로인가 해서 노숙자들이 트램역 돌아다니며 누가 피다가 중간에 버린 담배꽁초들 주워다가 피고 그러거든


아무튼 그랬더니 그놈이 ㅋㅋㅋ


들어가서 지갑 가지고 나오래. 그렇게 말했음. 들어가서 가지고 나오래 병신이 ㅋㅋㅋ 그러면서 지가 슬금슬금 물러나더니 정문까지 길 터줌



그래서 천천히 걸어가지고 카드키 찍고 문 열고 들어가서 문 닫음


존나 높은 쇠창살을 사이에 두고 눈빛이 교차하며 몇초동안 우리 둘의 얼굴에는 많은 감정이 스쳐지나갔음


그놈이 뭔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당황이랑 수치심이 포함되어 있었음


나는 나 나름대로 뭔가 말을 해야하나, 농담을 해야하나, 비아냥거려야하나, 그냥 단순히 좋은 밤 되세요 하고 돌아가야하나, cctv를 손짓하며 콩밥먹을 준비를 하라고 해야하나 잠깐 고민했음. 걔도 뭔 말을 하지는 않더라고


그랬더니 걔가 손에 들고 있던 칼 스위치 한번 더 조작해서 칼날을 집어넣음


그걸 신호로 둘 다 돌아서 걔는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차가운 밤을 보낼 결코 편하지는 않을 은신처, 나는 내 방으로 향함



뭐 그런 일을 겪었으니 잠은 오지 않고,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otf 나이프 구조가 궁금해서 유튜브에서 분해하는 영상좀 찾아보고, 대체 그 비싼걸 노숙자가 어떻게 들고 다녔나 싶어서 알아보니 중국산 짝퉁은 얼마 안하더라고. 그래서 그런걸 들고다녔구나 했음. 모델은 뭔지 몰라. 그냥 검은 손잡이에 은색 스위치에 존나 뾰족했다는것만 기억남


이후론 어지간해선 해가 진 이후엔 밖에 안돌아다님



생존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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