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순탁속

추순탁속

다른 표기 언어 秋鶉啄粟

이 작품의 제목을 풀면 ‘가을 메추라기가 조를 쪼다’이다. 조 이삭이 탐스럽게 익어가는 개울가 둔덕에 메추라기 한 쌍이 날아들었다. 연녹색으로 알차게 여문 조 이삭만큼 메추라기들도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예부터 메추라기는 겸손하고 청렴한 선비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얼룩덜룩한 깃털이 누더기 옷처럼 보이고, 좋은 거처를 탐하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탐스럽게 익어서 고개를 숙인 조 이삭은 겸손의 미덕을 말한다. 그러나 조 이삭과 메추라기가 어우러진 이 그림은 겸손하고 순리대로 살고 싶었던 작가의 바람을 담은 듯하다. 괴팍한 성격과 기행으로 알려진 작가의 내심 한 켠에는 이런 순박한 소망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조 이삭의 고저장단의 변화, 두 마리 메추라기가 이루어낸 향배의 호응 등이, 메추라기를 잘 그려 당시 사람들이 ‘최메추라기’라고도 불렀던 작가의 화기(畵技)를 가늠하기에 모자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