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왕계

화왕계

다른 표기 언어 花王戒

요약 신라 때 문신 설총(薛聰:660경~730경)이 지은 우언.

〈풍왕서 諷王書〉라고도 한다. 〈삼국사기〉 열전에서 설총을 다루면서 소개한 내용으로, 제목이 없었으나 〈동문선〉에는 〈풍왕서〉라고 되어 있으며, 〈화왕계〉라는 제목은 글의 내용으로 볼 때 후대의 학자들이 붙인 것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문왕은 어느 여름날 밤 설총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울적한 마음을 풀고 싶다고 했다 한다. 그러자 설총이 옛날 이야기를 하듯이 말을 꺼냈다. 온갖 꽃이 피어 있는 꽃나라의 화왕(花王)이 처음에는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미를 사랑했다. 그러나 할미꽃이 나타나 "임금님께서는 좌우에서 온갖 물건을 넉넉히 공급해서 비록 기름진 쌀과 고기로 창자를 채우고, 아름다운 차와 술로 정신을 맑게 하오나, 상자 속에 깊이 간직한 양약으로 원기를 돋우어야 하고, 영사(靈砂)로 독을 제거해야 한다"라고 충언(忠言)했다.

이에 감동한 화왕은 요망한 무리를 멀리하고 정직한 도리를 받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신문왕은 "그대의 우언이 참으로 깊은 뜻이 있으니 글로 써두어 임금을 경계하는 말로 하라"라고 했다 한다. 이렇게 설총은 할미꽃을 빗대어 바른 도리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화왕계〉는 의인문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첫번째 작품으로 보이며, 고려 중기의 가전체(假傳體) 문학으로 이어져 내려와, 조선 중기의 〈화사 花史〉 같은 작품을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