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허버트

순수하고 효과적인 시어를 선택해 쓴 것으로 유명한 주요한 형이상파 시인이다. 처베리 허버트 남작 1세이며 세속적인 형이상파 시인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허버트의 동생인 그는 1610년에 신년인사로 어머니에게 2편의 소네트를 써 보냈는데, 여인의 사랑보다는 신의 사랑이 시의 주제로 더 적합하다는 취지의 이 시들은 그의 시풍과 소명의식을 미리 드러낸 것이었다.

집에서 교육을 받은 뒤 웨스트민스터 스쿨과 케임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공부한 그는 1620년 교내 연설자로 뽑혔는데, 스스로 이 자리를 '대학 안에서 가장 좋은 자리'라고 했다. 바로 앞의 두 전임자는 고위관직에 올랐고, 허버트도 이 자리에 있으면서 왕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학창시절에 발표한 시는 특별한 행사를 위해 쓴 그리스어·라틴어 시뿐이다.

1625년경에는 궁정 내의 후원자들이 죽거나 왕실의 신임을 잃게 되자 종교계로 발길을 돌려 부제직을 임명받았다. 1627년 교내 연설자 자리에서 물러난 뒤 1630년에는 사제서품을 받고 베머턴의 주임신부가 되었다. 리틀기딩 근처에 신앙공동체를 세운 니콜러스 페러와 친구가 된 그는 농촌 교구일과 교회의 재건에 힘을 쏟았다. 이때 그는 많은 시를 썼는데, 임종 무렵에는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원고뭉치를 페러에게 보내 출판할 것인가 버릴 것인가를 결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페러는 1633년 이 시들을 〈사원 The Temple：Sacred Poems and Private Ejaculations〉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다.

허버트는 자신의 시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것은 하느님과 나의 영혼 사이에서 빚어진 수많은 정신적 갈등의 표현이다. 이제 나는 내 영혼을 나의 주인이신 예수의 뜻에 복종시킬 수 있게 되었고, 그분을 섬기는 가운데 완전한 자유를 얻었다." 그가 겪은 갈등은 또 다른 형이상파 시인이며 그의 집안과 친분이 있던 존 던이 겪은 갈등과 비슷한 것이었다. 〈사원〉에는 사적인 내용의 시뿐만 아니라 교리를 다룬 시들도 실려 있는데, 첫번째 시 〈교회의 현관 The Church Porch〉과 마지막 시 〈교회의 투사 The Church Militant〉가 두드러진 예이다. 그밖의 시는 교회의 의식과 관련되어 있다.

허버트의 시가 던의 시와 유사한 점은 시어를 일상어를 말할 때의 억양대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제단 The Altar〉·〈부활절 날개 Easter Wings〉 같은 몇몇 시는 시행이 주제의 형상을 이루게끔 그 길이를 조정한 '형태시'인데, 18세기에 조지프 애디슨은 이를 가리켜 '그릇된 재치'라고 비판했다. 19세기에 S. T. 콜리지는 허버트의 시어가 "더할 나위 없이 순수하고, 남자다우며, 꾸밈이 없다"고 극찬했다.

허버트는 여러 가지 운율과 모든 시적 기교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시인이었다. 20세기까지 형이상파 시인들이 받은 부정적 평가에서 그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독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높았다. 그밖에도 베머턴에서 쓴 책으로는 〈사원의 사제 A Priest to the Temple：Or The Country Parson, his Character and Rule of Life〉(1652)가 있다. F.허친슨이 편집한 〈전집 Works〉(1941)이 표준본으로 꼽히며, 아이작 월턴이 쓴 전기(1670)는 허버트의 생애에 대해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