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네로

빅토리아 왕조 후기와 에드워드 왕조 시대에 활약했다. 상류사회 관객의 관심을 끌던 '사회극'의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연극계의 자존심을 살리는 데 크게 공헌했다. 치밀하고 시계 장치처럼 정밀한 플롯과 훌륭하게 처리된 우연의 일치 등으로 뛰어난 구조를 갖추고 있는 세련된 소극(笑劇)들을 발표했는데, 이들은 영구적인 연극적 가치를 지닌 것이 입증되었다.

포르투갈 출신의 유대계 영국 가정에서 태어난 피네로는 19세 때 법학 공부를 포기하고 연극배우가 되었다.

어린 나이에 배우가 되어 헨리 어빙 경이 이끄는 유명 극단에서 자기보다 나이 많은 배역들을 맡아 연기했다. 1877년에는 첫 희곡 〈1년에 200파운드 ￡200 a Year〉를 무대에 올렸다. 이어서 런던의 왕실 극단을 위해 〈치안 판사 The Magistrate〉(1885)·〈여교사 The Schoolmistress〉(1886)·〈멋쟁이 딕 Dandy Dick〉(1887) 같은 여러 편의 빼어난 소극을 창작했는데, 이들 작품에서 피네로는 지속적으로 흥미를 자아내는 스타일을 통해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사건들을 호감이 가는 인물들과 결합시키고 있다. 소극을 쓰는 동시에 피네로는 〈제철업자 The Iron Master〉(1884)·〈메이페어 지구 Mayfair〉(1885) 등과 같은 프랑스 희곡을 각색하거나, 〈The Squire〉(1881)·〈향기로운 라벤더 Sweet Lavender〉(1888) 등의 작품에서 드러나듯 자기 나름의 독특한 정서 구조를 개발하는 등 순수극을 연구하기도 했다. 소극적 요소와 순수 극적 요소는 〈난봉꾼 The Profligate〉(1889)과 매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제2의 탠커레이 부인 The Second Mrs. Tanqueray〉(1893)에 잘 결합되어 있는데, 이들 작품은 피네로에게 중요극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주었다. 〈제2의 탠커레이 부인〉은 사회에서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싸우고 있는 여성들을 묘사한 여러 편의 희곡 중 첫번째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작품들을 통해 그는 여배우들에게 유리한 배역을 창조했을 뿐만 아니라, 빅토리아 왕조 시대의 사회에서 남성들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던 여성들에 대한 공감과 동정을 자아내게 했다. 다소 덜 순수한 경향의 〈'웰스'의 트릴로니 Trelawny of the 'Wells'〉(1898 상연)라는 작품은 왕실 극단을 위해 씌어진 것으로, 그당시 이미 사라져가고 있던 전통인 1860년대의 구식 스타일을 고집하는 극단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편 비슷한 경향의 〈쾌활한 켁스 경 The Gay Lord Quex〉은 연극사상 중요한 의미는 없으나 대단한 관록을 지니고 있던 연극계의 한 방탕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피네로는 1909년 기사작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