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랙스먼

어린시절 런던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하면서 아버지의 석고주조 공방에서 일했는데 이것은 나중에 그에게 줄곧 영감을 준 원천이 되었다. 1770년 왕립 아카데미 부설학교에 들어갔다. 1775년 이후로는 도예가인 조사이아 웨지우드의 조수로 일했다.

보통 고대의 모형을 기초로 밀랍으로 만든 도안을 웨지우드가 개발한 재스퍼웨어의 실루엣 기법으로 옮기는 훈련을 통해 선에 대한 타고난 감각이 한층 강화되었다. 왕립 아카데미 부설학교에 다니는 동안 윌리엄 블레이크와 평생의 우정을 맺었으며, 그의 영향을 받아 고딕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1787년 로마에 가서 웨지우드의 작업실 감독이 되었다. 처음에는 2년 동안만 머무를 생각이었으나 많은 일거리를 의뢰받게 되어 1794년까지 거기에 남아 있었다. 그의 미술이론은 이무렵 형성되었다.

고대 미술뿐만 아니라 중세·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미술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였으며, 자신의 작품활동에 도덕적 동기를 부여하기로 결심했다. 1790~94년 〈아타마스의 격노 The Fury of Athamas〉(서퍽 이크워스)·〈케팔로스와 아우로라 Cephalus and Aurora〉(포트선라이트 레이디 레버 미술관)와 같은 야심적인 군상들을 만들었지만 그다지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책 도해들이 훨씬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가 그린 〈일리아스 Iliad〉(1793)·〈오디세이아 Odyssey〉(1793)·〈아이스킬로스 Aeschylus〉(1795)·〈신곡 Divine Comedy〉(1802) 등은 곧 널리 알려졌으며 깔끔하고 율동적인 선의 표현으로 인해 영국 신고전주의의 확산에 크게 이바지했다. 후기에는 1817년 〈헤시오도스 Hesiod〉의 삽화를 디자인했고 윌리엄 블레이크가 이것을 판화로 제작했다.

런던으로 돌아와서는 맨스필드 백작의 대형 기념비(1793~1801, 웨스트민스터 대수도원) 디자인으로 조각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1800년 왕립 아카데미의 회원이 되었고, 1810년 그 부설학교의 첫번째 조각교수가 되었다. 1800년 이후로 작은 기념조상에서부터 원형의 거대한 기념비(세인트폴 대성당의 넬슨 기념비, 1808~18)에 이르기까지 아주 많은 작품들을 만들었다.

또한 은세공품도 종종 디자인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아킬레스의 방패 The Shield of Achilles〉(1818)이다. 당대의 의상을 입고 고대 인물상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조상 등에서 볼 수 있는 정확하고도 풍부한 디자인에 특히 뛰어났다. 당대에 그는 동시대의 뛰어난 조각가인 안토니오 카노바와 베르텔 토르발센에 필적하는 명성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