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부르동

포부르동

다른 표기 언어 fauxbourdon

요약 중세 후기와 르네상스 초기에 유행한 음악 짜임새.
(영). false bass. faburden이라고도 함.

3개의 성부가 주로 3화음(triad:3도 음정이 2개 겹쳐 만들어진 화음)의 제1전위(3화음의 구성음 중 음이 베이스에 놓이는 화음으로 3·6화음 또는 6화음이라고도 함) 상태로 병진행함으로써 만들어진다.

3개의 성부 중 단성성가로 된 소프라노 선율과 6도 아래의 가장 낮은 성부(c'음과 아래의 e음)만 악보로 적었고, 중간 성부는 가수가 단성성가 선율보다 4도 아래음(c'음과 아래의 g음)을 부름으로써 채워졌다. 기보된 두 성부는 간혹 6도 음정뿐 아니라 옥타브 음정(c음과 위의 c'음)을 이루기도 했다. 그결과 아주 '듣기 좋은' 소리가 났고, 이것은 경과적 불협화음과 텅 빈 울림이 혼합된 이전 시대의 음향과 대조적이었다.

포부르동에서는 3·6도 음정이 주가 되는 데 비해, 이전 음악에서는 이 음정이 경과적 불협화음으로 약박에만 나올 수 있고 강박에는 텅 빈 느낌의 완전 협화음정, 즉 완전5·4·8도 음정만 나왔다.

기욤 뒤페(1400경~74)는 포부르동 기법을 악보로 남긴 최초의 작곡가이다. 15세기초에는 부르고뉴와 플랑드르 악파의 작곡가들도 이 기법을 종종 사용했다. 이들은 동성적 짜임새를 기본으로 하는 이 기법을 특히 시편송이나 찬송가같이 가사의 명확한 분절과 발음이 중요한 경우에 유용하게 사용했다.

포부르동은 질 뱅슈아(1460 죽음)가 성모찬가에 붙인 음악작품들과 같이 좀더 장식적인 음악에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는 여기서 기법 자체를 상당한 정도 변형했을 뿐만 아니라 장식음도 많이 사용했다. 포부르동은 완전협화음(병행4·5·8도 음정에 의한 협화음)을 강조한 중세음악에서 르네상스 시대 아 카펠라(무반주 합창음악) 음악의 특징인 듣기 좋은 음향으로의 전환기에 나타난 중요한 음악적 사건이다.

포부르동에 대한 학설은 다양하나, 단성성가 선율의 위·아래 성부들을 6/3화음의 음정으로 즉흥적으로 부르던 영국의 가창 관습이 대륙에 받아들여짐으로써 확대되었다는 설명이 어느 정도 지배적이다.

이 설명이 옳은 것이라면 15세기 중엽 당시의 포부르동, 또는 영국의 파버든은 즉흥연주에 적용되는 명칭이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영국 작곡가들은 기보음악(즉흥연주하지 않고 악보에 모든 성부를 적는 음악)에서도 종종 6/3화음의 연속을 즐겨 사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쓴 작품들은 가운데 또는 상성부의 주선율에 대해 나머지 성부들이 6/3화음 음정을 이룸으로써 꽉 찬 느낌을 준다.

즉흥연주의 관습뿐 아니라 이러한 작곡양식도 파버든이나 포부르동, 영국 디스캔트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영국 작곡가들은 이 기법을 대륙에서 새롭게 변형된 형태로도 사용했다. 오늘날 영국 디스캔트의 개념에는 단성성가 위에 상성부를 즉흥으로 붙여 부르던 2성부 가창 관습을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좁은 범위에서의 영국 디스캔트는 15세기 영국의 3성부 양식으로, 잦은 병진행에 의한 6화음이 사용되고 맨 아래 성부에 정선율이 나온다.

이 가창 관습은 빈번하게 반진행을 사용하여 포부르동의 전형적인 특징인 병진행과 대조된다.

16세기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시편에 붙인 대개 4성부로 된 간단한 화성음악을 팔소보르도네라고 불렀다(팔소보르도네). 그러나 이것은 이전의 포부르동과 달리 근음 위치의 화음을 기초로 했다.

전위화음이라고 해서 화음의 화성적 기능을 변경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근음으로 된 화음이 보다 화성적 안정감을 준다. 이것은 화음의 맨 아래음인 근음이 음향적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위치인 베이스에 놓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16세기 영국 건반음악에서는 간혹 '파버든 성가'라 불리는 정선율이 악곡의 기초가 되기도 했는데, 여기서 정선율은 원래의 단성성가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음높이를 낮추어 썼다. 이처럼 변형된 선율에 기초한 유명한 예는 존 레드퍼드(1547 죽음)의 〈O Lux on the faburde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