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페 5세

스페인 부르봉 왕조의 창시자로 그의 재위기간에 스페인은 국제무대에서 이전의 영향력을 많이 되찾았다. 프랑스 왕 루이 14세의 아들인 왕세자 루이와 바이에른 선제후 페르디난트의 딸인 마리 안나 사이의 아들로, 그가 프랑스 루이 14세의 손자이며 스페인 왕 펠리페 4세의 증손자라는 사실은 그의 경력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앙주 공작이라는 칭호를 갖고 있었으며 1700년 후사가 없는 스페인의 마지막 합스부르크 왕 카를로스 2세가 전재산(스페인, 스페인령 아메리카, 스페인령 네덜란드, 이탈리아 일부)을 펠리페에게 물려줌으로써 펠리페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인물로 부상했다. 루이 14세가 펠리페를 프랑스 왕위계승 서열에서 제외시키기를 거부함으로써 스페인 왕위계승전쟁이 일어났다. 1713년에 조인된 위트레흐트 조약으로 펠리페는 스페인령 네덜란드와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이탈리아 영토를 잃고 스페인 왕위와 스페인령 아메리카만 갖게 되었다.

펠리페의 통치 초기 13년 동안 프랑스는 스페인 궁정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프랑스 대사가 국무회의 핵심자리를 차지했다. 펠리페는 1714년 첫번째 아내(사보이의 마리아 루이자)가 죽은 뒤 2번째 아내인 이사벨 파르네세의 영향 아래 놓였다. 그녀는 파르마 공작의 질녀이자 의붓자식이었다. 이사벨이 자기 아들을 위해 이탈리아 영토를 확보하려고 했기 때문에 스페인은 오스트리아·영국·프랑스·네덜란드와의 갈등에 휘말렸다. 그러나 간신히 펠리페와 이사벨의 맏아들 돈 카를로스(나중에 스페인의 카를로스 3세)가 파르마 공작령을 계승했다.

펠리페는 1724년 1월 맏아들 루이스를 위해 왕위에서 물러났으나, 1724년 8월 루이스가 천연두로 죽자 주위의 설득을 받아들여 다시 왕위에 올랐다. 펠리페의 통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고문관들의 가르침에 따라 정부와 경제의 개혁을 시행했다는 데 있다. 펠리페는 친한 친구가 거의 없었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종교·사냥·음악이었다. 재위 말기에는 종종 정신이상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아내가 업무를 대부분 관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