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쿠비우스

오스칸식의 이름을 지닌 파쿠비우스는 자신의 숙부이며 스승이었던 시인 퀸투스 엔니우스처럼 오스칸어는 물론 라틴어·그리스어 교육을 타렌툼에서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고향에서도 마찬가지로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젊었을 때 그는 엔니우스를 따라 로마로 가서 그곳에서 스키피오 2세의 그룹에 참가했다. 파쿠비우스는 로마에서 그리스 극작가들과 그리스 시학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그림 솜씨로도 유명해지게 되었다. 엔니우스식의 풍자극을 몇 편 지었다고도 알려져 있지만, 그는 거의 전적으로 비극을 쓰는 데 전념했다.

파쿠비우스의 극작품과 관련하여 현재 남아 있는 것은 13개의 작품명과 전부 합해 약 440행에 이르는 작품의 단편들뿐이다. 〈파울루스 Paullus〉라는 1편의 로마 국민극을 제외하면, 소포클레스나 그밖의 그리스인들이 쓴 원작극을 번역하거나 각색한 12편의 극이 그의 총체적 작품세계를 이룬다. 〈파울루스〉는 BC 168년 루키우스 아이밀리우스 파울루스가 마케도니아의 페르세우스를 꺾고 승리를 거둔 것을 찬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작가로서 파쿠비우스는 고상한 문체 및 자유자재로 사람들의 연민을 자아내는 솜씨, 기원이 불분명한 그리스 신화의 주제들을 학구적으로 다루는 솜씨 등으로 찬사를 받았다.

키케로는 그를 당대에 이르기까지 로마에서는 견줄 만한 작가가 없는 가장 위대한 비극작가로 여겼다. 그러나 그밖에 다른 고대 로마 작가들은 그의 과장된 문체, 현존하는 몇몇 단편에서조차 뚜렷하게 드러나는 모종의 기묘한 어법을 놓고 그를 조롱했다. 파쿠비우스의 작품들은 로마 제국 말기에 이르기까지 계속 공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