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쇼

활기차고 장식적인 문체와 번뜩이는 재치가 담긴 종교시로 유명하다. 열성적이고 박식한 신교도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크래쇼는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하면서 라틴어·그리스어·히브리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를 배웠다. 졸업하던 1634년에 성서의 주제를 다룬 라틴어 시집 〈성구집 Epigrammatum Sacrorum Liber〉을 출판했다.

고(高)교회사상의 중심지인 케임브리지 피터 하우스에 가입하여 목사로 임명되었다.

제1차 청교도혁명(1642~51)중에 크래쇼는 로마 가톨릭 쪽으로 기울어져 피터 하우스에서 목사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청교도들이 자신을 쫓아내기 전에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1646년에 출판할 목표로 〈사원으로 가는 길. 성시, 기타 뮤즈의 기쁨 Steps to the Temple. Sacred Poems, with other Delights of the Muses〉의 초판을 준비했다. 이 책에는 라틴어와 영어로 된 종교시와 세속시가 들어 있다. 크래쇼는 1644년 프랑스로 가서 로마 가톨릭교도가 되었다. 찰스 1세의 왕비인 영국의 헨리에타 마리아 황후가 2년 후에 수행원을 데리고 파리로 갔을 때 크래쇼의 친구이며 동료시인이었던 에이브러햄 카울리는 그가 가난하게 살고 있음을 알았다. 왕비는 교황에게 보내는 강력한 추천장을 써주며 그를 로마로 보냈으나, 그를 맡은 추기경은 그를 단순히 식객 정도로 여겼다. 죽기 몇 개월 전에는 로레토에 있는 산타카사 성당의 참사회원(參事會員) 자리를 얻기도 했다. 크래쇼가 영어로 쓴 종교시 〈우리 주께 찬양 Carmen Deo Nostro〉은 1652년 파리에서 재출판되었는데, 여기에는 그가 그린 12장의 삽화가 들어 있다. 새로 첨가된 내용 가운데 아빌라의 성 테레사에게 바친 〈불타는 가슴 The Flaming Heart〉에 덧붙여진 시행은 그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신비주의자들이 쓴 글을 많이 읽어본 크래쇼는 당시의 영국 형이상파 시인들로부터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고, 유럽 대륙 바로크 시인들의 현란한 비유적 묘사를 애용했다. 그의 표준판 시집은 L. C. 마틴이 편집했다(1927, 재판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