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노소스

전설적인 미노스 왕의 수도였고, 가장 오래된 에게 문명인 미노아 문명의 중심지였다. 크노소스 유적은 두 강의 합류점 사이에 있는 작은 언덕 위에 있으며, 크레타 섬 북해안에서 내륙으로 8km쯤 떨어진 곳에 있다. 1900년 영국의 아서 에번스 경이 크노소스에서 발굴작업을 시작하여 BC 1600~1400년경 에게 해를 지배한 세련된 청동기시대 문화의 중심지였던 궁전과 그 주변의 건축물들을 발굴했다.

크노소스에 처음으로 정착한 사람들은 아마 BC 6000년대에 아나톨리아에서 크레타 섬으로 건너와, 밀 경작과 가축 사육에 바탕을 둔 농경사회를 건설했을 것이다. 초기 미노아 시대(BC 3000~2000)초에 그들은 청동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유약을 바른 도기와 조각된 문장 및 금세공한 장신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상형문자가 만들어졌고, 이집트인과 교역도 하게 되었다. 크노소스의 첫번째 궁전은 중기 미노아 시대(BC 2000~1580)초에 세워졌다(→ 미노스 궁전). 이 궁전은 직4각형 안뜰 주위에 세워진 여러 채의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크노소스는 이 시기에 유약을 칠한 검은 바탕에 여러 가지 색깔을 넣은 아름다운 다색 도기를 만들었다.

BC 1720년경에 큰 지진이 일어나 크노소스의 대부분 지역을 파괴했다. 궁전은 언덕이 많은 부지에 재건되었고 오늘날 발굴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궁전의 행정 부서와 의식이 거행되던 구역은 안뜰 서쪽에 있었고, 이 구역에 있는 왕의 공식 알현실에는 크노소스의 좁은 지하실이 있었는데 이 지하실에는 밀과 기름 및 보물이 저장되어 있었다. 정교한 배수로와 수도관 및 도관은 궁전에 깨끗한 식수를 공급해주었고, 도시 전체는 포장도로를 통해 크레타 섬의 다른 도시 및 항구와 이어져 있었다. 춤추는 장면, 운동하는 모습, 돌고래 따위를 자연주의 양식으로 묘사한 미노아의 프레스코는 이 시기에 절정에 이르렀다. 미노아인들은 또한 그동안 사용하던 상형문자를 선형 A문자로 바꾸었다.

BC 1580년에 미노아 문명과 그 영향력은 그리스 본토로 퍼지기 시작했고, 그리스 본토에서는 이 문명이 더욱 발달하여 미케네 문명으로 알려진 문화가 출현했다. BC 15세기가 되자 이번에는 미케네인들이 크노소스에 대한 지배력을 얻었다. 선형 A문자는 미케네에서 쓰인 것과 같은 선형 B문자로 바뀌었는데, 이는 그리스 문자의 원형이다. 크노소스에서는 선형 B문자로 쓰인 자세한 행정기록이 발견되었다. 이 기록을 보면, 이 시기에 크노소스를 다스린 미케네 통치자들이 크레타 섬의 중부와 서부를 대부분 지배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BC 1400년경 이후에 원인이 확실하지 않은 화재가 일어나, 아서 에번스가 크노소스의 '마지막 궁전'이라고 한 궁전이 불타버렸다. 이 시기에는 크레타 섬의 다른 지역에서도 화재가 많이 일어나 많은 부락이 폐허가 되었다. 그후 크노소스는 단순한 소도시로 전락했고, 에게 해의 정치적 중심지는 그리스 본토의 미케네로 바뀌었다. 크노소스에는 그후에도 몇 세기 동안 계속 사람들이 살았지만 그 규모는 전보다 훨씬 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