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카불(Kabul)

아프가니스탄의 수도이며 문화·경제의 중심지. 고도 약 1,800m이며, 카불 강을 따라 위치한다. 로서 경사가 심한 아스마이 산맥과 셰르다와자 산맥 사이의 3각형 계곡에 자리잡고 있다. 도로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대부분 지역과 연결되며 북쪽으로 투르크메니스탄, 동쪽으로 파키스탄과 이어진다.

카불의 역사는 3,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C 1500년경 인도 고대 성전 〈리그베다 Rigveda〉에 등장하며, 2세기 무렵에는 알렉산드리아의 천문학자이며 지리학자, 수학자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저서에도 언급되었다. 카불 시가 오랫동안 명성을 누린 것은 힌두쿠시 산맥을 지나는 북쪽 고개와, 가즈니 시와 가르데즈 시를 지나는 남쪽 고개를 끼고 있는 입지조건 덕분이었다. 카이베르 고개를 지나 파키스탄과 인도로 이어지는 도로의 연결점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카불에는 8세기에 처음으로 지역 정부가 들어섰으며, 적대국 군주에게 정복될 때까지 80년 동안 독립국의 지위를 유지했다. 13세기에는 몽골의 칭기즈 칸의 침입으로 상당 부분이 파괴되었다. 무굴 왕조의 창시자인 바부르 시대에 제국의 수도(1504~26)가 되었으며, 그후 계속 무굴 제국의 지배를 받다가 1738년에 이란의 나디르 샤에게 점령되었다.

카불은 1776년 이후 지금까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역할을 하고 있다. 제1차 영국·아프가니스탄 전쟁 중에는 영국 수비대가 이곳에서 학살되었으며, 1979년 마르크스주의 정부를 지키기 위한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후에는 많은 무장 게릴라 활동의 중심지로 부각되었다. 소련군의 침공은 대규모 전투 부대를 카불 시에 공수하면서 시작되었으며, 1980년초에는 카불에 소련군 사령부가 설치되었다. 소련군은 모든 종류의 항공기가 전천후로 착륙할 수 있도록 카불 공항을 개조했으며, 카불에 군인 주택을 건설했다.

198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군이 철수한 뒤로도 카불과 그 교외, 근처의 게릴라 본거지 파그만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군과 게릴라군 사이에 전투가 간헐적으로 계속되었다. 1996년 무장 학생 조직인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고 이슬람 근본주의 정책을 실시했으나 이때는 도시가 많이 파괴되고 주민들 대부분이 떠나버린 후였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은거중이었던 우사마 빈 라딘과 알카에다 조직의 궤멸을 위해 카불을 공습하면서 탈레반이 철수했으나 탈레반의 무장 항쟁이 계속되었다. 2020년 미국과 탈레반 사이의 평화 협정 이후 2021년 4월 미군의 철수 일정이 발표되면서 탈레반이 다시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하기 시작하여, 8월 15일에는 카불 교외에 접근했으며, 아프가니스탄 정부에서 정권의 이양을 발표하면서 카불은 다시 탈레반이 장악했고, 8월 30일 미군이 철수를 완료함에 따라 탈레반이 카불 점령을 완료했다.

오늘날 카불 시는 낡은 건물과 신축 건물들이 혼합된 시가지를 중심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옛 도시는 대부분 파괴되어 현대식으로 재건되었다.카불에는 일부 왕들의 무덤과 아름다운 공원 등 많은 유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바부르의 무덤이 있는 바부르 공원은 셰르다와자 산맥 아래, 옛 도시 서쪽 끝에 있으며 휴양지로 유명하다. 다르올아만 궁에는 의회와 정부 부처가 입주해 있다. 고등교육기관으로는 1931년에 설립된 카불대학교가 있다. 식품 가공업, 인견 및 모직물 공업, 가구업 등이 이루어지며, 주조 및 대리석 가공도 활발하다. 파슈툰족이 주민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언어는 주로 다리어(페르시아어)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