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순

자는 도복(道復), 호는 백양산인(白陽山人). 장주(長洲：지금의 장쑤 성[江蘇省] 우 현[吳縣]) 사람이다.

문징명(文徵明：1470~1559)의 제자였지만 나중에는 스승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았다. 사의(寫義)적인 화훼화에 뛰어났으며 심주(沈周：1427~1509)의 영향을 받았다.

색은 담묵으로 옅게 사용했으며 그 풍격이 소탈하고 호탕하면서도 빼어나 화법에 있어서 새 기원을 이루었다. 중년부터는 산수화를 그리기 시작하여, 송대의 미불(米芾)·미우인(米友仁)과 원대(元代)의 고방산(高房山)의 화풍을 적절히 섞어놓은 듯 발묵이 아주 힘찬 것이 고원(高遠)한 경지에 이르렀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산수권(山水卷) 〈암화도 罨畵圖〉를 꼽을 수 있다. 화사(畵史)에서는 그의 화훼도를 육치(陸治:1496~1576)와 병칭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를 최고로 치기도 한다. 진순은 후에 서위와 함께 '청등(靑藤)·백양(白陽)'이라고 불렸다. 근래의 유명한 화가인 우창숴[吳昌碩：1842~1927]·치바이스[齊白石：1863~1957]도 그에 대해 매우 높이 평가했다. 서예에도 뛰어났던 그는 행서와 초서가 이미 스승을 뛰어넘어 호탕하고 분방한 독자적인 풍격을 이루어, 왕세정(王世貞)·막정한(莫廷韓) 등에게 칭찬을 받았다. 후에 아들인 괄(括)이 그의 풍격을 이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