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주의

중립주의

다른 표기 언어 neutralism

요약 국제정치에서 주요세력권과 정치적·이념적 동맹을 맺지 않는 평화정책.
nonalignment라고도 함.

인도·케냐·유고슬라비아를 비롯하여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생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신생국가들이 대부분 이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대부분 소련이 이끄는 공산권이나 미국이 이끄는 서방권과 손을 잡기를 거부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중립주의적인 입장이 중립적이거나 고립주의적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국제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제적 쟁점에 대하여 뚜렷한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립주의는 또한 '중립'(neutrality)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중립은 합법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에서 교전 당사국이 아닌 나라가 마땅히 지켜야 할 규칙을 가리키는 국제법 용어이다.

중립주의가 하나의 뚜렷한 정책으로 널리 받아들여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지만, 그와 비슷한 정책들은 과거에도 채택되어왔다. 미국의 경우 워싱턴 대통령과 제퍼슨 대통령은 프랑스 혁명 이후 유럽에서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을 때 이른바 고립주의 정책을 표방하면서 동맹관계에 휘말리는 것을 피했으며, 미국은 프랑스와 영국이 1815년에 강화를 맺은 뒤에도 100년 동안이나 이 정책을 고수했는데, 이것은 오늘날의 중립주의 정책과 비슷하다.

20세기 후반 많은 국가들이 중립주의 입장을 채택했다. 29개 나라가 여러 가지 쟁점 중에서도 특히 중립주의 정책을 확립하기 위해 개최한 반둥 회의(1955)에서 비동맹운동이 생겨났다. 비동맹 국가들의 첫번째 모임은 1961년에 유고슬라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열렸다. 1964, 1970년에는 더 많은 중립국들이 모였고, 그후 거의 3년마다 1번씩 모임을 가졌다. 오늘날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100여 개 국가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자국의 입장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 소련, 그밖의 나라가 자신들의 영토권을 침해하기 위해 적대행위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의도적으로 거부했고, 그래서 특정 국가들과 맞서기 위한 군사동맹이나 집단안보체제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그들은 또한 국내문제에 적용되는 이념·정치·경제 체제가 국제적 행동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거부했다. 중립주의 국가들은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런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며, 국가에도 이익이 된다고 믿는다.

중립주의 국가들 중 가장 큰 집단을 이루고 있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신생국가들은 대부분 과거에 서방 강대국들의 식민지였다. 그래서 신생국가들은 강대국들에 의해 새로운 형태로 예속될 것을 두려워하여 서방권과 영구적이고 밀접한 동맹관계를 맺는 것을 경계했다. 그들은 또한 경제원조를 제공하겠다는 여러 공산국가들의 제의와 서방국가들을 반대하는 그럴 듯한 선전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소련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도 역시 독립을 위태롭게 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꺼려하고 있다.

실제로 중립주의 정책을 채택하면 양쪽 세력권으로부터 훨씬 긴요한 경제원조를 얻어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1970년대말 경제문제가 비동맹 국가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비동맹운동은 국제문제의 수많은 쟁점에 대해 통일된 정책을 확립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비동맹권 내부에도 많은 적대국(예를 들면 이란과 이라크)이 있었고, 진정한 비동맹주의는 좀처럼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