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자연주의

초자연주의

다른 표기 언어 supernaturalism , 超自然主義

요약 모든 형태의 종교와 어떤 방식으로든 연관되어 있는 내세의 영역이나 실체에 대한 신념(→ 종교적 믿음).

신성한 힘(mana), 영, 신으로 가득 찬 경이의 세계에 사는 원시인들이 자연에 대한 관념을 가졌다거나 순수 자연세계를 경험했다는 증거는 없다. 원시인들은 불가사의하거나 강력한 힘을 경험할 때, 그것을 신성하거나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존재와 연결지어 생각했다. 그들은 신성한 신화적 영역에 의해 지각되는 세속적인 영역에 언제나 살고 있었다.

고등종교는 대개 신성한 것과 세속적인 것, 이승과 저승 사이에 심연을 설정한다.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의 구별은 이러한 심연의 외양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리스와 중국의 고전적 종교 전통에서는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의 구별이 나타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의 올림피아 신들과 고대 중국의 도(道)는 오늘날 자연으로 알려져 있는 것의 중심을 이룬다고 이해되었다. 그렇지만 올림피아 신들과 '도'는 신성한 것이라는 개념을 내포하는 언어로 설명되었다.

역설적으로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 신성한 것과 세속적인 것의 최종적 일치 혹은 궁극적 일치를 가정하는 종교 형태들이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을 가장 철저하게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 형태들로는 인도의 신비종교를 비롯하여 성스러운 새 시대가 시작되는 최후의 시간에 관심을 갖는 근동과 서양의 종말론적 종교 등이 있다.

애초부터 불교는 윤회와 열반을 완전히 구분했다. 윤회의 세계는 생명과 개체의 세계이며, 이 세계를 고통과 괴로움의 무대로 보았다. 열반은 불교도의 최종적인 목표이며, 소극적인 견지에서 윤회로부터의 최종적·총체적 해방으로 이해되었다. 불교가 인도에서 발전한 것은 부분적으로 열반과 윤회를 훨씬 더 포괄적이고 순수하게 구별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불교는 점차 열반과 윤회의 합치점에 이르게 되었다. 일부 학자들에 따르면, 이와 같은 동일화는 대승불교의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종말론을 강조하는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는 옛 시대와 새 시대, 이 세상과 하느님 나라라는 철저한 이분법을 가정한다. 카발라(유대교 신비주의)에서 종말론이 신비의 형태로 재탄생했지만, 규범적인 유대교는 종말론을 포기했다. 반면에 그리스도교는 하느님 나라의 임박한 도래에 대한 종말론적 대망과 더불어 대두되었다.

초기 그리스도교는 예수를 종말론적인 사람의 아들과 동일시했다. 사람의 아들은 이 세상에 와서 최후의 심판과 세상의 종말을 실현하는 신적 구원자이다. 이러한 초기 그리스도교 신앙은 만물이 변형되어 하느님 나라를 이룬다는 신앙과 병행했다. 이러한 신앙 형태는 세상을 단순한 세계나 자연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연과 역사를 완전히 새로운 피조물이나 세계로 나아가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현대 서양 문명의 세속화는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 사이에 심연을 만들었다. 왜냐하면 현대인은 물리적 우주가 과학적으로 인식되고 예측되는 법칙의 지배를 받으며, 하느님의 영향이나 통제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세계는 성스러운 것과 초자연적인 것에서 완전히 분리된 세속적 실재로 이해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