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

천리

다른 표기 언어 天理

요약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사람의 착한 본성을 이르는 성리학의 기본개념.

〈예기 禮記〉의 악기(樂記)에서 유래한 말로 사람의 탐욕과 대비되어 사용되었다. 북송 때 정이(程)·정호(程顥)에 이르러 철학의 최고 범주로 인정되었다. 정이는 사람의 성(性)을 천리로 파악했다. 이후 주희는 이러한 논리를 한층 발전시켜, 인욕(人欲)과 인심(人心)을 구분하여 인심은 악(惡)이 될 수도 있고 선(善)이 될 수도 있는 반면에 인욕은 모두 악이라고 하며, 학문의 목적은 인욕을 없애버리고 궁극적으로 천리를 회복하는 데 있다고 했다. 그에 의하면 천리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총명(總名)이며 인륜강상(人倫綱常)이다. 양명학(陽明學)에서는 양지(良知)를 천리라고 하여 인욕을 없애면 천리를 얻는다고 했다. 명나라말의 이지(李贄)는 천리와 인욕을 대립시키는 방식을 반대하고, 인간의 의식주가 모두 인륜천리(人倫天理)라 주장하여 인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명말 청초의 왕부지(王夫之)는 "사람을 떠나 하늘이 따로 있지 않으며, 욕망을 떠나 천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하여 천리가 인욕 가운데 있음을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천리가 철학의 주요주제로 된 것은 이언적(李彦迪)과 조한보(曺漢輔)가 전개한 천리태극논쟁 이후이다. 이언적은 천리가 인륜일용(人倫日用)의 인간사(人間事)이므로 하학(下學)한 뒤 천리에 도달한다고 하며, 천리에 직통(直通)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조한보의 불교적인 천리 이해를 부정했다. 그후 이황(李滉)은 천리와 인욕을 엄격히 구분하고, 천리를 선의 근원으로 파악했다. 이이(李珥)는 사람의 마음을 인심(人心)과 도심으로 나누고 도심을 순수한 천리라고 했으며, 인심 속에는 천리와 인욕이 섞여 있어서 선과 악을 겸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 후기 이황의 학문을 계승한 학파와 이이를 계승한 학파는 천리·인욕에 대한 해석도 달랐으며 그에 따라 현실에 대한 실천적 태도도 달랐다.

이황(李滉)
이황(李滉)
이이(李珥)
이이(李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