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테프

제3왕조의 2번째 왕 조세르(BC 2630~2611 재위)의 총리를 지냈으며 건축가·천문학자로도 활약했다. 나중에 이집트와 그리스에서 의술의 신(神)으로 숭배되었으며, 그리스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와 동일시되었다. 나일 강 상류 에드푸에 있는 첫번째 신전을 설계한 것으로 추정되며 고(古)왕국(BC 2575경~2130경) 때 시작된 멤피스 시 사카라 묘지 공사에 계단식 피라미드를 지은 건축가로 간주된다.

이 피라미드는 지금까지 전해내려오는 석조 기념물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6개의 계단에 높이는 61m에 이른다.

임호테프를 의사라고 일컫는 당시의 기록은 없지만, 고왕국 시대의 이집트 사회와 의학을 보여주는 고대 문서에는 파라오 궁정의 최고 마술사가 나라의 주치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그가 상당한 수준의 의술을 지닌 의사였음은 분명하다. 그 점은 당대를 주름잡던 천재라는 명성, 궁정에서의 지위, 필경가(筆耕家)로서의 훈련, 죽은 뒤 100년 만에 거의 의술의 신으로까지 추앙된 점 등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BC 525년 페르시아가 이집트를 정복한 뒤에 그는 완전히 신격화되었다. 그는 네페르툼을 대신하여 신화에서 자신의 부모로 나오는 우주 창조자 프타, 전쟁과 전염병의 여신 세크메트와 함께 멤피스의 3대신(三大神)이 되었다. 임호테프 숭배는 그리스·로마 시대에 절정에 달하여, 멤피스와 나일 강의 필라이 섬에 있는 그의 신전은 환자들로 크게 붐볐다. 그들은 그가 꿈에 나타나 치료방법을 계시해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신전에서 잠자며 기도했다. 제18왕조의 현자이며 대신이었던 아멘호테프를 제외하고 이집트인으로는 유일하게 완전 신격화되는 영예를 얻었으며 지금도 많은 의사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19세기 영국의 저명한 의사 윌리엄 오슬러 경은 그를 '고대의 희미한 기억 속에서 선명하게 부각된 최초의 의사'로 간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