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이상

다른 표기 언어 李箱 동의어 김해경, 金海卿, 비구, 보산, 하융
요약 테이블
출생 1910. 9. 23, 서울
사망 1937. 4. 17, 도쿄[東京]
국적 한국

요약 시인∙소설가. 실험정신이 강한 시를 발표했다. 대표작으로 <날개>, <거울>, <오감도> 등이 있다.

실험정신이 강한 시를 써오다가 1936년 소설 〈날개〉를 발표하면서 시에서 시도했던 자의식을 소설로 승화시켰다. 본명은 김해경(金海卿).

아버지 연창과 어머니 박세창(朴世昌)의 2남 1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3세때부터 큰아버지의 양자가 되어 큰집에서 살았는데, 권위적인 큰아버지와 무능력한 친부모 사이에서 심리적 갈등이 심했으며 이런 체험이 그의 문학에 나타나는 불안의식의 뿌리를 이루게 된다.

1927년 보성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했다. 졸업하던 해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수가 되었으며, 조선총독부의 기관지인 〈조선과 건축〉 표지도안현상공모에 1등과 3등으로 당선되는 등 그림과 도안에 재능을 보였다. 1933년 각혈로 퇴직한 후 황해도 백천온천에서 요양하다 그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금홍을 만났다. 그뒤 다방 '제비', 카페 '쓰루', 다방 '식스나인' 등을 경영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1934년 김기림·이태준·박태원 등과 '구인회'에 가입했으며, 1936년 구인회의 동인지 〈시와 소설〉을 편집했다. 1936년 6월 변동림과 결혼한 뒤, 그해 9월 도쿄에 건너갔다가 1937년 2월 불령선인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감금되었다. 이로 인해 건강이 더욱 악화되어 1937년 4월 17일 도쿄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죽었다. 그의 문학사적 뜻을 기리기 위해 문학사상사에서 1977년 '이상문학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문학세계

이상의 문학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기란 쉽지 않지만,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계열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개인적 사정을 내면화한 작품들로 소설 〈12월 12일〉(조선, 1930. 2~7)·〈휴업과 사정〉(조선, 1931. 4)·〈지도의 암실〉(조선과 건축, 1932. 4)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작품들은 대칭구조로 되어 있고 일상어를 써서 개인적 체험을 그대로 살린 점이 특징이다.

둘째, 창작 노트에 실린 일본어로 쓴 작품들과 당시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한 시들로서 〈이상한 가역반응〉·〈오감도〉·〈삼차각설계도〉·〈건축무한육면각체〉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중 〈오감도〉는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되다 난해시라는 독자들의 항의로 중단되었다. 이 시들은 한국어와 일본어가 마구 뒤섞여 있고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숫자를 빌어쓰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일상적인 언어체계와 질서를 부정하고 자신의 관념을 통해 고유의 기호와 담론구조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졌는데, 여기서 그의 관념은 경성고등공업학교에서 배운 근대적인 건축이며, 에우클레이데스(유클리드)의 기하학 및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영향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이성에 기초한 절대적인 진리는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을 새롭게 받아들이면서 혼란에 빠지게 되고,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탈출구를 마련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도쿄행으로, 창작방법으로는 수필체의 소설로 나타난다. 셋째, 수필체 소설들로 〈지주회시 鼅鼄會豕〉(중앙, 1936. 6)·〈날 개〉(조광, 1936. 9)·〈동해 童骸〉(조광, 1937. 2)·〈종생기 終生記〉(조광, 1937. 5)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작품들은 이전의 형식화된 기호체계에서 벗어나 현실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관념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객관적인 현실을 반영한 인물간의 갈등과 대립보다는 강한 자의식을 가진 인물이 객관적인 현실을 관찰하며, 자의식을 확증할 수 있는 몇몇 현실적 징후들을 찾아헤매는 내면세계가 두드러져 있다. 특히 대표작 〈날개〉는 내용의 난해함과 형식의 파격성으로 인해 1930년대 한국소설 가운데 하나의 전형을 이룬다. 이렇듯 그의 문학작품은 일상의 기호체계를 과감하게 부정한 자리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의 문학에 대해 한편에서는 일상적인 문법구조의 파괴를 들어 초현실주의의 선구자, 심리소설의 개척자, 도구적 합리성을 극복하고 미적 자율성을 확립한 모더니즘의 구현자로 높이 평가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에 대한 인식가능성을 부정한 극단적인 관념론자로 규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극단적인 평가는 그의 문학작품이 인간의 주체성에 대한 강한 욕구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인간을 구체적·역사적 인간으로 설정하고 그 속에서 인간주체의 가능성을 찾지 못한 이율배반적 성격을 지닌 점에서 비롯된다.

오감도
오감도

시집으로 〈이상전집〉(1956)·〈오감도〉(1987)·〈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1989) 등이 있고, 그밖에 1980년대 이후 발굴된 작품을 추가하여 문학사상사에서 〈이상시전집〉(1991)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