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비평

원문 비평

다른 표기 언어 textual criticism , 原文批評

요약 원문, 즉 텍스트의 원본 또는 결정본을 확정할 목적으로 문학 작품 또는 기타 저작물을 연구하는 비평 방법.

원문이란 작가의 자필원고나 전수된 형태로 보존된 저술 형태를 뜻한다(원문 전수). 전수된 형태란 자필 원고를 직접 보고 베껴 쓴 것일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베껴진 사본의 사본일 수도 있다.

또한 원문은 손으로 쓰거나 인쇄된 형태(각각 일반적인 정의로)로 전수될 수도 있고, 2가지를 합한 형태로 전수될 수도 있다. '전수된' 원문은 1가지 특징을 공유한다. 즉 오늘날 보존되어 있는 형태는 결코 작가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가의 자필 원고와 전수된 형태가 뒤섞여 있는 경우 두 부분을 구별해야 한다. 전수는 대개 손으로 쓰거나 인쇄한 형태로 이루어지지만, 때로는 입으로 전수된 경우도 있어 복잡한 문제가 일어난다(구전).

원문 비평의 대상에는 고전시대와 성서시대 및 중세의 필사본과 책뿐 아니라 현대 작품들도 포함된다.

작가가 직접 검토하고 가장 현대적인 식자법을 동원한다 해도 오자가 전혀 없는 원문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원문 변조). 또한 작가의 진정한 의도를 결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윌리엄 포크너의 장편소설 〈압살롬, 압살롬! Absalom, Absalom!〉(1936)에서는 이야기의 화자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한 복잡한 서체 때문에 인쇄공이 저지른 잘못을 수없이 발견할 수 있다.

때로는 스티븐 크레인과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장편소설이나 너새니얼 호손의 출판된 일기처럼 고의적인 교정이나 검열이 제거되어야 할 경우도 있다. 언어나 주제에 대한 지식 부족, 또는 우연한 손상이나 탈락도 원문을 변형시키는 원인이다. 또한 원문이 전수될 때는 입으로 전수되는 인쇄물이거나 필사본으로 전수되거나에 상관없이 언제라도 변형(variation)이 생길 수 있다.

옛날에 인쇄된 책의 경우에는 인쇄공이 원문의 정확성에 중점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사본의 전수를 연구하는 경우, 문제는 필사본의 계보를 설정하는 데 있다. 필사본은 수많은 이본(version)을 가질 수 있지만, 이것들은 제각기 하나밖에 없는 원문이다. 여기서 일어나는 변형은 실수로 간주되지 않는다. 변형이란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쁘다는 식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용어가 아닌, 단순히 두 판본 사이의 차이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원문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번 복사되었는가 아니면 짧은 기간 동안에 여러 번 복사되었는가, 최초의 원문이 나온 뒤 세월이 지났는가 아니면 얼마 지나지 않았는가, 원문이 오늘날 소실되었는가 아니면 현존하는가, 이 모든 사항은 권위있는 원본을 복원하는 데 꼭 필요한 요인들이다. 원문이 원래 입으로 전수되었을 경우(호메로스나 프로방스의 시인들 작품처럼) 비평가들은 '원본'을 복원하는 대신 공통된 원전을 가정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원문 비평과 과정, 이러한 모든 가능성 때문에 원문 비평은 과학 기술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직관과 추정의 기술로 남아 있다.

원문 비평은 세 단계, 즉 교열·검토·교정으로 이루어진다. 교열은 현재 남아 있는 증거를 토대로 가장 오래된 원문 형태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비평가들은 현재 남아 있는 모든 사본이나 판본만이 아니라 2차적인 이본이나 인용문(이것을 합하여 '증거'라고 함)을 확인하고 기술한 다음, 미리 선정한 이본(예를 들면 인쇄된 표준판)과 그것들을 비교하는 대조 작업을 한다. 원문의 여러 형태가 제기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통적 또는 '계보적' 접근 방식을 이용하는 비평가들은 원문(비평가들이 복원하려고 애쓰는 추상적 개념)과 전수의 수단(책 그 자체)을 동일하게 취급하고, 증거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계통수를 그린다.

'원형'(archetype)에서 파생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는 이형(variant)이나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문의 소실된 원고는 이 계통수에서 모두 제거한다. 이 방법은 모든 사본 작성가들이 제각기 하나의 견본에 따라 하나의 이형만 만든 경우, 즉 '수직' 전수(이것을 '폐쇄' 전승이라고도 함)인 경우에만 유효하게 작용한다.

사본 작성가들이 2개 이상의 원전을 이용했거나 다른 견본의 이형을 받아들인 원전을 베껴 쓴 경우(이런 '수평' 전달은 '개방' 또는 '혼합' 전승을 낳음)에는 계통수를 복원하는 일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수천 가지의 이형이 존재할 경우, 또는 여러 판본 가운데 어떤 것이 정확한가를 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분포식' 접근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원문과 전수의 수단을 별개로 간주하고, 원문의 특성과는 관계없이 전수의 수단에 나와 있는 변형의 분포를 분석한다.

2번째 단계인 검토는 전달된 이형 가운데 어느 것이 믿을 만한가(작가의 의도가 무엇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하다. 비평가들은 역사에 대한 지식과 자신의 취향에 따라, 그리고 시대와 장르를 고려한 교열 과정을 거쳐 선정한 소수의 '권위있는' 원문을 평가한다.

마지막 단계인 교정은 비평가가 널리 인정받고 있는 기존의 원문을 작가가 쓴 정확한 원고와 가장 가까운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원형과 원본(고전시대의 작품인 경우, 원본은 중세에 만들어진 필사본일 가능성이 큼)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추정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원문 비평의 역사 원문 비평을 최초로 실행한 사람은 BC 3세기에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에서 작업한 그리스인 사서들이었다.

이들은 불완전한 전승이 지배하던 전통 속에서 정확한 복제라는 개념을 확립했다. 이들의 전통은 중세 말기의 수도원 필사실까지 이어졌다. 중세 말기와 르네상스 시대 초기의 학자들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작가들의 작품을 그리스도교적 관점에 적합하게 만들어 널리 보급하기 위해 고전시대의 원문을 관념적으로 '순화'했다. 그결과 가장 초기에 인쇄된 고전의 판본은 원형이 손상된 필사본을 바탕으로 삼게 되었다.

19세기에는 권위있는 원문을 되찾고 추정이나 중립적인 태도 대신 실제적인 방법을 실행에 옮기려는 근대적 자세가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계통적 접근 방식을 채택한 가장 영향력있는 비평가는 독일의 카를 라흐만이었다. 19세기에 생긴 또 하나의 중요한 현상은 그때까지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수많은 필사본을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사진술이 발명되어 필사본을 쉽고 값싸게 영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집트를 비롯하여 성서에 나오는 여러 지역에서 파피루스에 적은 필사본이 발견되고, 분석 서지학의 방법론이 셰익스피어 원문 연구에 영향을 미치면서, 원문 비평은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만났다.

정보의 컴퓨터 처리는 작가의 특징(예를 들면 즐겨 쓰는 운이나 운율 유형, 또는 낱말)을 대조·분석하는 학자들의 작업을 도와주기 시작했고, 교열 작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원문의 운율이나 문체의 특징을 생각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때까지는 가장 날카로운 식별력을 지닌 학자들이 여전히 가장 훌륭한 원문 비평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