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립학회

유럽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과학학회 가운데 하나이다.

초기에는 단지 정기적으로 만나 과학적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소규모의 비공식적 모임이었으나, 1662년 왕정복고된 찰스 2세로부터 '자연과학 진흥을 위한 런던 왕립학회'로 공인받으면서, 1645년 첫 모임을 시작한 런던과 옥스퍼드대학교의 인비저블 칼리지와 영국 내의 많은 소규모 아카데미들이 이에 합류했다. 대부분이 청교도들이나 프랜시스 베이컨의 사상을 신봉하는 자들로 구성된 왕립학회는, 국가에 의해 설립되어 회원들이 급료를 받지만 그 독립성을 상실한 유럽의 다른 학회들과는 달리 왕실의 도의적 지원 정도밖에 받지 못했다.

그러나 대신 자유로운 표현이 고무됨으로써 영국에서 과학적 사고를 더욱 촉진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18세기까지 왕립학회가 이룩한 성과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철학회보 Philosophical Transactions〉로 1665년에 간행이 시작되었고, 이는 이미 서구에서 가장 먼저 발행된 정기간행물 가운데 하나였다. 창립회원으로는 과학자 존 윌킨스 주교, 철학자 조지프 그랜빌, 수학자 존 월리스, 발명가·현미경학자 로버트 훅, 그리고 헌장의 전문을 작성한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 경 등이 참여했다.

학회는 존 드라이든, 존 이블린, 토머스 스프랫 주교와 애드먼드 월러를 포함한 22인의 언어와 산문체에 관한 위원회를 구성하여 영어를 특히 철학적인 목적에서 개량하고자 했으나, 이 위원회는 영어에 대한 권위 있는 조정기구로 자리잡지 못했다. 1671년 아이작 뉴턴이 학회회원으로 선출되었으며, 1678년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가 역시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1768년 학회는 제임스 쿡이 이끈 최초의 태평양 과학탐사를 후원했으며, 1919년에는 그해 5월 29일의 일식(日蝕)을 사진 찍기 위해서 아프리카 기니 만에 있는 프린시페 섬에 원정대를 보내기도 했다.

이 일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검증되어 아인슈타인이 유명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학회에서는 코플리(Copley), 2개의 로열(Royal), 데이비(Davy), 휴즈(Hughes) 등의 5개의 메달을 매년 수여하고, 2년마다 럼퍼드(Rumford) 메달, 다윈(Darwin) 메달을, 3년마다 실베스터(Sylvester) 메달을, 5년마다 뷰캐넌(Buchanan) 메달을 수여한다. 이 메달들은 1709년 처음 고드프리 코플리 경의 유증(遺贈)으로 시작된 이래 이미 출판되었거나 학회에 전해진 철학 연구물의 생존하는 저자들 중 위원회가 수상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게 수여되고 있으며, 영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수여대상으로 삼고 있다.

1796년 럼퍼드 백작(벤저민 톰슨 경)의 기증으로 제정된 럼퍼드 메달은 시상 전 2년 동안 열 또는 빛 부문에서 이루어진 발견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에 수여된다. 또 조지 4세가 제정한 로열 메달도 매년 시상일로부터 1~10년 이전의 기간에 영국령 내에서 출판된 것들 가운데 과학에 기여도가 가장 큰 2가지 것에 수여된다.

데이비 메달은 데이비 형제인 존 데이비와 험프리 데이비 경의 뜻에 따라 제정되었으며, 매년 유럽과 영미지역에서 이루어진 화학부문의 발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에 주어지고 있다. 각 메달의 시상 목록과 시상 이유는 매년 출판되는 〈연감 Year Book〉에 수록된다.

학회는 후원자의 이름을 딴 6개의 특별강연을 실시하고 있는데, 3년마다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최신 연구들을 다루는 크룬(1684)·베이커(헨리 베이커, 1775)·페리어(데이비드 페리어 경, 1928) 강연 등이 있고, 이외에 과학사에 관한 윌킨스(J. D. 그리피스 데이비스, 1947) 강연과 몇 가지 미생물학 주제에 대한 레벤후크 강연(조지 갭, 1948), 그리고 1952년에 시작된 러더퍼드 경 기념강연이 있다.

현재 왕립학회에는 1,000명 이상의 회원과 90여 명에 이르는 외국인회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