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가눔

오르가눔

다른 표기 언어 organum

요약 중세에 그레고리오 성가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다성음악을 가리키는 용어.
복수형은 organa.

원래 악기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다가 후에 특히 오르간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900년경의 음악서인 〈무지카 엔키리아디스 Musica enchiriadis〉에는 2개의 선율이 음대음으로 동시에 진행하는 최초의 오르가눔들이 실려 있다. 2번째 성부인 오르가날 성부(vox organalis)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그대로 사용하는 제1성부(주요성부 vox principalis)보다 4도 혹은 5도 아래에서(예를 들면 C음 아래 G음이나 F음) 병진행했다.

때에 따라서는 두 성부가 유니즌으로 시작하여 점차 음정 간격을 넓혀가기도 했으며, 두 선율 외에 옥타브 중복에 의한 다른 성부가 추가되기도 했다. 이러한 종류의 최초의 오르가눔(9~11세기의 병행 오르가눔[Parallel organum])들은 필사본에 옮겨적기 전에 특별히 훈련받은 가수들에 의해 즉흥적으로 불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좀더 장식적인 자유 오르가눔(free organum)은 그레고리오 성가와 동시에 음대음으로 제2성부를 움직이되, 그레고리오 성가가 들어 있는 주요성부가 아래로 내려가고 주요성부와 제2성부 간의 음정 진행에 좀더 자유로워진(병진행 이외에 반진행·사진행이 허용되었고 5, 4도 이외에 3도가 간혹 섞였음) 형태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드 콤포스텔라 수도원(1137경)과 프랑스 리모주의 생마르티알 수도원(1150경)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오르가눔이 사용되었는데, 이것은 단성성가가 실린 '테노르' 성부 위의 성부(두플룸 성부)에서 유려한 멜리스마 선율이 움직이는 형태이다. 이 새로운 오르가눔은 한 음절 위에 여러 음이 붙기 때문에 '멜리스마' 오르가눔이라 부르며 파리 노트르담 악파의 작곡가들에 의해 더욱 발전을 거듭했다.

발전된 형태의 오르가눔을 모은 〈마그누스 리베르 오르가니 Magnus liber organi〉(1170경)는 노트르담 악파의 주도적인 작곡가 레오냉의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름이 전해지는 최초의 서양 작곡가인 그는 이 모음집에서 중요한 축일들을 위한 미사 중 승계송·할렐루야·응답송(그라두알레)의 성가들을 바탕으로 그 위에 새로운 성부를 붙였다.

노트르담 오르가눔에서는 오르가날 양식과 '디스칸투스' 양식이 서로 교대되었는데, 오르가날 양식으로 된 부분은 멜리스마 오르가눔의 형태로 되어 있어 그레고리오 성가 위에서 제2성부가 멜리스마에 의해 유려하게 움직인 반면, '디스칸투스' 양식으로 된 부분은 후기 중세 모두스 리듬의 체계를 도입하여 모든 성부가 3박자 패턴에 의해 질서정연하게 움직였다.

근대 학자들은 오르가눔 양식으로 된 부분의 멜리스마 성부도 모두스 리듬에 의해 움직였으리라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멜리스마 오르가눔은 당시 십자군원정을 통해 접한 동양음악의 자유로운 선율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는 짐작에 더 수긍이 간다.

레오냉의 2성부 오르가눔들은 후배 작곡가인 페로탱에 의해 더욱 더 리듬적으로 견고해진 3·4성부 오르가눔으로 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