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칭

에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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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동판 면에 그라운드를 입히고 뾰족한 도구로 밑그림을 그린 후 동판을 부식액에 넣으면 동판에 홈이 패여 선 형태가 새겨지는데 잉크를 발라 압착시켜 종이에 옮기면 판화가 완성된다.
최초의 에칭 판화는 1513년 스위스의 그라프가 철판을 이용하여 제작한 것이다. 순수 에칭 판화의 최초이자 최고의 거장은 렘브란트(1606~69)로 이 기법의 자유로움을 활용한 대가적 솜씨로 300점 이상의 에칭 작품을 만들었다.
에칭은 19세기에 걸쳐 대부분의 미술가들이 이용했으며, 20세기에는 몇몇 뛰어난 미술가들이 새로운 열정을 가지고 이 기법을 채택했다. 그 가운데 거장은 파블로 피카소로 에칭을 입체주의 이념의 표현도구로 삼았으며 이어서 자신의 '고전시대'에 접어들어 에칭 기법으로 그려내는 선의 순수성을 이용했다.

동판 면에 항산성 물질인 그라운드를 입히고 그 위에 뾰족한 도구로 밑그림을 그린다.

그라운드는 대개 밀납·역청·송진의 혼합물이다. 밑그림을 새긴 동판을 질산 등 부식액에 넣으면 그라운드가 벗겨진 그림 부분이 부식되면서 동판에 홈이 패여 선 형태가 새겨진다. 판 위의 그라운드를 닦아낸 뒤 잉크를 발라 습기를 가한 종이에 압착시키면 그림이 종이에 옮겨지면서 판화가 완성된다.

에칭 판화기법은 갑옷 장식무늬를 에칭으로 새기던 관례에서 유래한 것으로 판화가들은 뷔랭이라 불리는 용구로 금속판에 그림을 새겨넣는 인그레이빙 기법보다 손쉬운 수단으로 이 방식을 채택했다.

연도가 확인된 최초의 에칭 판화는 1513년 스위스의 미술가 우르스 그라프가 철판을 이용하여 제작한 것이었다. 많은 판화 작품을 남긴 독일의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는 오직 5점의 에칭 작품만을 제작했다.

〈대포 Cannon〉(1518)에서 그는 인그레이빙의 형식적·계획적인 성질을 본뜨고자 했는데, 이는 북유럽에서 에칭의 자연스럽고 유동적인 선을 그때까지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16세기 이탈리아의 미술가 파르미자니노는 에칭 기법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드럽고 우아한 선의 동판화들을 만들었다. 프랑스의 판화가 자크 칼로는 연작그림 〈전쟁의 불행 Miseries of War〉(1633)에서 인그레이빙의 보조수단으로 에칭을 이용했다.

그는 에칭 기법으로 금속판에 선을 새긴 다음 거기에다 다시 뷔랭으로 선을 보강했다.

순수 에칭 판화의 최초이자 최고의 거장은 렘브란트(1606~69)였다. 그는 인그레이빙과의 연관을 전적으로 배제하고 이 기법의 특성인 자유로움을 활용하여 빛과 분위기, 공간을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대가적 솜씨로 표현한 300점 이상의 에칭 작품을 만들었다.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8세기 베네치아의 미술가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와 카날레토 또한 에칭을 이용하여 분위기 효과를 포착했으며 로마의 에칭 제작자이자 고고학자였던 잠바티스타 피라네시는 불길한 상상의 감옥 내부 장면을 그린 연작 〈카르체리 Carceri〉(1745경)에서 에칭을 이용해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스페인의 미술가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연작 〈전쟁의 참화 Los desastres de la guerra〉(1810~14)은 이보다도 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고야(Francisco (José) de Goya (y Lucientes))
고야(Francisco (José) de Goya (y Lucientes))

고야의 다른 대부분의 판화와는 달리 이 연작은 애쿼틴트 기법을 거의 쓰지 않고 주로 에칭으로 제작되었다. 18세기말과 19세기초에는 묽은 바니시로 만든 소프트 그라운드 에칭이 널리 유행했다. 이 기법은 지극히 연한 점액질의 그라운드를 입힌 동판 위에 종이를 부착하여 연필로 밑그림을 그린다. 연필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종이에 그라운드가 들러붙어 금속 면에는 넓고 부드러운 선들이 남게 된다.

이어서 금속판을 산 처리하여 판화를 찍으면 연필화나 분필화와 같은 효과가 얻어진다. 이것은 원래 복제 기법이었으나 18세기 영국의 미술가 토머스 게인즈버러와 존 셀 코트먼, 토머스 거틴 등은 이 기법을 주로 풍경화의 원화를 그리는 데 사용했다. 에칭은 19세기에 걸쳐 대부분의 미술가들이 이용했으며, 20세기에는 몇몇 뛰어난 미술가들이 새로운 열정을 가지고 이 기법을 채택했다.

그 가운데 거장은 파블로 피카소이다. 그는 처음에 에칭을 입체주의 이념의 표현도구로 삼았으며 이어서 자신의 '고전시대'에 접어들어 에칭 기법으로 그려내는 선의 순수성을 이용했다. 앙리 마티스, 마르크 샤갈, 조르주 루오, 후안 미로, 스탠리 헤이터 등도 에칭을 매체로 많은 주요작품을 제작했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