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퀸

샤를마뉴 대제에 의해 아헨에 설립된 팔라틴 학교의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앵글로색슨족의 인문주의를 서부 유럽에 소개했다. 카롤링거 왕조 시대의 르네상스라고 알려진 교육부흥을 주도한 대표적인 학자였던 그는 로마 가톨릭 예배의식에도 중요한 개혁을 이루었다. 그가 남긴 라틴어 편지 300여 통은 당대의 역사에 관한 정보를 담은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태어나서부터 50세까지 요크셔에서 살았고 당대의 최고 명문인 요크 교구학교에서 공부했으며, 778년 이후에는 이 학교의 교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요크를 떠나기 직전 요크 역사상 유명했던 위인들에 관한 장문의 시를 썼다. 781년 이탈리아에서 샤를마뉴 대제를 만났는데, 당시 아일랜드·영국·이탈리아의 최고 학자들을 아헨의 궁정학교에 불러모으고 있던 대제는 앨퀸도 초대했고 그는 이에 응했다. 샤를마뉴의 가족과 친구, 친구의 아들뿐만 아니라 샤를마뉴 자신까지 공부한 이 학교는 활발한 토론과 지식 교환의 중심지가 되었다.

앨퀸은 프랑크어 학교에 영국식 학습방법을 소개했으며, 교육과정을 체계화하고, 학문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뿐만 아니라 종교적 교리를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한 교양학과의 연구도 장려했다. 796년 왕실을 떠나 투르에 있는 생마르탱 수도원 원장으로 부임하여 수도사들로 하여금 아름다운 카롤링거 소문자체를 만들도록 장려했는데, 이 문자체가 바로 근대 로마 인쇄체의 효시이다.

서유럽의 로마 가톨릭 발전에 기여한 앨퀸의 업적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프랑크식 교회 전례를 개정했다는 것이다. 아일랜드-노섬브리아식으로 사도신경을 노래하는 전통은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가톨릭 교회에서 1주일 중 특별한 날에 드리는 봉헌미사의 순서를 정했으며, 이 순서는 아직도 지켜지고 있다. 또 라틴어로 씌어진 불가타 성서를 재편집했고 교육·신학·철학에 관한 많은 글을 남겼다.

앨퀸의 삶은 상호모순된 것으로 가득 차 있다. 교회와 국정에 미친 지도력은 중세 내내 유명했지만, 가톨릭 내에서의 지위는 부제에 불과했다. 그는 야만적인 시대에 가장 탁월한 교사였지만 저작은 전혀 독창적이지 않았다. 그는 샤를마뉴 대제를 사랑하여 총애를 받았지만 그의 편지는 샤를마뉴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왕에 대한 강한 공포를 드러냈으며 대부분의 시는 평범했다. 말년에는 성스러움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정작 성인의 반열에 들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