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용향악보

보물 제551호. 1책. 목판본. 간행연대가 성종 또는 연산군 10년 전후라는 견해도 있으나, 원본의 지질(紙質)·묵색·판식(板式)·자체(字體)·표기법 등으로 미루어 명종이나 선조 무렵에 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말선초에 불리던 노래 총 26편의 초장(初章)만이 세조가 창간한 16정간(井間)에 오음약보(五音略譜)로 기보되어 있다. 이 악보에 실려 있는 노래의 성격은 민요로부터 창작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여 조선 초기 궁중에서 불리던 가요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데, 특히 무가 계통의 노래가 많다. 이들 대부분은 고려 궁중악들로서 조선에 전해지고, 다시 조선 초기의 구악(舊樂) 정리 과정을 거쳐 남겨진 작품들이다.

여기에 실려 있는 26편 중 16편은 이 악서가 발견되기 전까지 제목조차 알려져 있지 않았던 작품들이어서 자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처음 소개된 16편의 작품은 조선의 건국과 임금의 만수무강을 송축하는 〈횡살문 橫殺門〉·〈생가료량 笙歌寥亮〉, 신하들의 언로(言路)를 열기 위한 풍유(諷諭)로 고려 예종(睿宗)이 지었다는 〈유구곡 維鳩曲〉, 〈가시리〉를 개제한 〈귀호곡 歸乎曲〉, 방아찧을 때 부르는 〈상저가 相杵歌〉를 비롯하여 무가계통의 〈나례가 儺禮歌〉·〈성황반 城隍飯〉·〈내당 內堂〉·〈대왕반 大王飯〉·〈삼성대왕 三城大王〉·〈군마대왕 軍馬大王〉·〈대국 일 大國(一)〉·〈대국 이(二)〉·〈대국 삼(三)〉·〈구천 九天〉·〈별대왕 別大王〉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횡살문〉·〈생가료 량〉·〈귀호곡〉 3편을 제외하고 모두 국문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기존에 소개되어 있던 10편 중 〈사모곡 思母曲〉·〈서경별곡 西京別曲〉·〈정석가 鄭石歌〉·〈청산별곡 靑山別曲〉 4편은 〈악장가사〉에 실려 있는 작품과 중복된다.

나머지 6편은 태조의 조선 건국을 칭송하는 〈납씨가 納氏歌〉·〈유림가 儒林歌〉, 한시 현토(懸吐)로 되어 있는 〈풍입송 風入松〉·〈야심사 夜深詞〉, 〈악장가사〉에 실려 있는 〈쌍화점〉·〈처용가〉와는 전혀 다른 내용의 〈쌍화곡 雙花曲〉·〈잡처용 雜處容〉이다. 강태영이 소장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동방학연구소에서 1954년 영인본으로 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