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뇨렐리

시뇨렐리(Luca Signorelli)

그의 그림은 새로운 구성기법과 뛰어난 인체 묘사로 잘 알려져 있다. 1460년대에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문하생이었던 것 같다. 현존하는 최초의 작품은 치타 디카스텔로의 미술관에 있는 프레스코(1474)로서 부분적으로 훼손되기는 했지만 피에로 프란체스카의 영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의 서명이 들어간 첫 작품은 한쪽에 성모가, 다른 쪽에 채찍질당하는 예수가 그려진 행렬용 깃발이었다. 이 두 작품은 밀라노의 브레라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여전히 프란체스카의 양식과 관련이 있지만, 폴라이우올로 형제를 비롯한 피렌체파의 과학적 자연주의의 영향이 지배적이다. 이 점은 그가 1470년대에 피렌체를 방문했음을 시사한다. 1479년에 고향인 코르토나에서 18인평의회에 선출되었으며 그후 활발하게 정치활동을 펼쳤다.

그는 1483년경 로마로 갔으며, 시스티나 예배당에 있는 프레스코 〈모세의 십계 Testament of Moses〉는 그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그무렵에 독자적인 양식을 개발했는데, 극적인 동작에 대한 관심과 강건한 근육의 움직임을 표현함으로써 본질적으로 피렌체파에 속하는 자연주의자로 부각되었다. 페루자 대성당의 성 오노프리오 제단화(1484)는 이런 특성을 보여준다. 1497~98년에 시에나 근처의 몬테올리베토마조레 수도원에 성 베네딕투스의 생애를 주제로 다룬 프레스코 연작을 그렸다.

시뇨렐리의 프레스코 걸작 〈세계의 종말 The End of the World〉·〈최후의 심판 Last Judgment〉(1499~1502)은 오르비에토 대성당의 산브리치오 예배당에 있다. 강인한 근육조직을 부각시킨 다양한 자세의 나체상들로 가득한 이 작품들은 후에 미켈란젤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대체로 색채감각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으나, 이 작품들에서는 녹색과 자주색을 띤 악마들이 썩은 육체의 긴장된 자세와 해부학적 세부묘사와 어울려 공포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로마와 피렌체에서 작품 주문이 줄어들자 그는 소박한 움브리아의 고객들에게 관심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