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네프루

고도의 중앙집권화 정책으로 고(古)왕국시대의 전성기를 열었다. 그는 중앙 이집트 헤르모폴리스 근처에 있는 가문 출신으로 왕위계승자인 왕녀와 결혼해 왕위에 오른 것 같다. 그의 통치에 관한 기록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그 자신과 아들의 피라미드 일대 방대한 묘역을 볼 때 그가 왕실 가족을 행정부 최고위직에 임명하는 정책을 강력히 시행했음이 분명하다. 특히 중요한 와지르(총리)는 왕위계승권에 아주 가까운 왕자들이 차지했다.

고왕국시대의 왕실 연대기는 그가 누비아(제1 나일 폭포 위쪽)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공략하고 많은 전리품을 포획했다고 전한다. 재위 후기에는 리비아에 대한 소규모 침략을 감행했으며, 또한 시나이를 정복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모습이 담긴 2개의 부조물로 미루어 그가 시나이의 터키옥 광산에 간 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남부 피라미드의 계곡 사원에서 발굴된 그의 시대 유물을 통해 가장 초기의 노모스(이집트의 행정통치 단위) 목록이 밝혀졌다. 그러나 국가의 실질적인 행정조직망은 아마 좀더 오래 전에 갖추어졌을 것이다. 또한 이 목록은 왕이 이집트 전역에 걸쳐 방대한 토지를 소유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카이로 남서쪽의 다슈르에 2개의 커다란 피라미드를 건설했다. '굽은 피라미드'라 부르는 첫번째 피라미드는 처음에는 경사가 매우 가파랐으나 구조적 결점이 확실히 드러나자 각도를 크게 줄여 구부러진 모양을 하게 되었다. 이 유적은 진짜 피라미드를 만들어보려는 최초의 시도였다. 몇 년 후 이 피라미드의 북쪽에 진짜 피라미드를 세웠으며 그는 여기 묻힌 듯하다. 이 유물은 둘 다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24년 동안의 치세 후 왕위는 기자에 있는 거대한 피라미드 축조로 유명한 아들 쿠푸에게 계승되었다. 후에 중(中)왕국 시대의 전승에서는 그의 재위기간을 황금기로 보았다.

그는 너그럽고 자상한 통치자로 그려졌으며, 그의 이름을 딴 많은 지명이 그가 죽은 뒤에도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수많은 민간설화 속에 주인공 또는 주변인물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