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로하임

그의 작품은 철저한 리얼리즘과 완벽한 디테일로 유명하다.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약했으며 단안경을 낀 가학적인 프로이센 장교역으로 기억되는 훌륭한 배우이기도 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 신문기자, 잡지사 기자, 철도원, 선원, 서적 외판원, 보드빌 단원, 극작가로 일하다가 1914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거장 D. W. 그리피스 감독의 유명한 초기 영화 〈국가의 탄생 The Birth of a Nation〉(1915)·〈편협 Intolerance〉(1916) 등에서 배우 겸 조감독으로 일했다.

감독 데뷔작 〈눈 먼 남편 Blind Husbands〉(1919)의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도 맡았는데,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여자는 다른 남자에게서 사랑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암시한 이 작품은 전후(戰後) 도덕의 변천을 다룬 전형적인 작품이 되었다. 감독으로서의 명성을 높여준 〈악마의 열쇠 The Devil's Passkey〉(1920)·〈어리석은 부인들 Foolish Wives〉(1922)은 화면의 인물들이 살아 숨쉬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실적 분위기가 특징이다. 그의 걸작 〈탐욕 Greed〉(1924)은 프랭크 노리스의 소설 〈맥티그 McTeague〉(1899)를 각색한 영화로, 사람을 타락시키는 돈의 위력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리얼리즘 영화의 획기적인 작품으로, 냉엄한 아이러니와 가차없는 공정성이 낙관주의나 동정으로 완화되지 않고 있다. 원래 10시간 길이의 필름을 줄여서 편집했지만, 각 장면의 의미가 단순한 장면 병렬보다는 세심하게 짜여진 디테일에 의해 분명해졌기 때문에 많은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이 고전영화는 이후 킹 비더, 조제프 폰 슈테른베르크 등의 감독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즐거운 과부 The Merry Widow〉(1925)·〈결혼 행진곡 The Wedding March〉(1928)·〈여왕 켈리 Queen Kelly〉(1928) 등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그는 낭비가 심해 경제적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완벽한 예술적 자유만을 지나치게 고집하며 문제성 있는 주제를 기교적으로 다룬다는 평판이 나서 할리우드에서는 더 이상 영화를 감독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유럽으로 돌아와 배우로 활동했으며 그후 〈Five Graves to Cairo〉(1943) 등의 미국 영화에도 간혹 출연했다. 장 르누아르가 감독한 〈위대한 환상 La Grande Illusion〉(1937)의 배경인 포로수용소의 지휘관 역을 훌륭하게 해냈고 〈선셋 대로 Sunset Boulevard〉(1950)에서의 연기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